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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손 사과 않겠다"던 수아레스…가나에 처절한 응징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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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밀려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울며 괴로워하는 우루과이 수아레스. EPA=연합뉴스

한국에 밀려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울며 괴로워하는 우루과이 수아레스. EPA=연합뉴스

 가나전 '신의 손' 사건에 대해 사과를 거부한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35)가 가나 축구대표팀에게 처절한 응징을 당했다.

우루과이는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가나를 2-0으로 꺾었다. 하지만 수아레스는 웃지 못했다. 같은 시간 벌어진 같은 조 한국-포르투갈전에서 한국이 경기 추가시간 터진 황희찬의 골로 2-1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한국(승점 4)은 1승1무1패를 기록하며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포르투갈(승점 6·2승1패)은 패했지만, 1위를 지켰다. 우루과이는 한국과 승점과 골득실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3위에 그쳤다. 한국은 4득점 4실점, 우루과이는 2득점 2실점을 기록했다. 가나(승점 3)는 4위다.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이미 눈시울이 붉게 젖어 있었다. 우루과이 선수들과 팬들도 침통한 표정으로 경기 종료 휘슬 소리를 들었다.

수아레스는 이날 우루과이가 넣은 두 골에 모두 관여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후반 21분 에딘손 카바니와 교체돼 나올 때까지만 해도 웃는 등 여유 넘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황희찬의 골이 터지자, 수아레스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당시 우루과이는 후반 40분을 치르고 있었다. H조 3차전 두 경기는 같은 시간에 시작했지만, 전반전에 우루과이-가나전 추가 시간이 더 많이 주어져 경기 진행은 한국-포르투갈전이 더 빨랐다. 더 답답한 건 가나 선수들이 경기를 서두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나 선수들은 후방에서 볼을 돌리며 시간을 보내려는 의도가 보였다. 일반적으로 월드컵에선 점수가 뒤진 팀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득점을 노린다. 이래도 저래도 지는 상황이라서, 대부분의 선수가 골 욕심을 부린다. 그런데 가나는 더는 골 욕심이 없는 팀처럼 보였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공을 소유할 때도 후방으로 물러났다. 탐색전을 펼치는 경기 초반 같았다.

가나가 후반 막판 공격을 하지 않고, 의욕 없이 볼을 던진 건 수아레스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 유명한 '신의 손'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아레스는 가나 축구 축구 팬들의 '주적'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8강전에서 아픈 기억을 줬기 때문이다. 당시 가나는 수아레스의 '신의 손' 사건 탓에 고배를 마셨다. 1-1로 맞선 상황에서 맞은 연장전에서 수아레스가 연장전 막판 가나 도미니카 아디이아의 헤딩을 막아냈다. 가나 키커로 나선 아사모아 기안이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우루과이는 결국 승부차기에서 4-2로 앞서 4강에 올랐다. 가나는 자존심을 구겼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수아레스는 가나에게 용서 받을 기회가 있었다. 지난 1일 수아레스는 당시 사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수아레스는 "사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당시에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런데 가나 선수가 페널티킥을 실축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다"라면서 시치미를 뚝 뗐다. 수아레스는 또 "내가 만약 가나 선수에게 부상을 입혔다면 사과를 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가나 팬은 "사과 안 하더니, 꼴 좋다"며 조롱했다. 또 다른 팬은 "가나 선수들은 '수아레스 너만은 절대 16강에 안 보낸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가나의 이런 마음가짐 덕분에 한국이 살았다. 우루과이는 끝내 득점을 추가하지 못하고, 2-0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번 대회는 수아레스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다. 35세인 그가 4년 뒤에도 국가대표가 될 가능성은 너무 낮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중 한 차례 전력 질주를 시도했는데, 무거워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뚱거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전성기 시절에 비해 체중이 많이 불어난 탓이다. EPL 득점왕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아레스는 2013~2014시즌 리버풀에서 31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이를 발판으로 바르셀로나(스페인)로 이적했다. 한국과 악연이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려 1-2 패배를 안겼다. 올여름까지도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했다. 더는 유럽에서 뛸 팀을 찾지 못했다. 유럽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해 나시오날(우루과이)과 단기계약을 했다.

수아레스는 희대의 명장면 제조기로도 유명하다. 가나와의 남아공월드컵 8강전에서 상대 슈팅을 손으로 막은 ‘신의 손’ 사건으로 화제가 됐다. 2018 브라질 월드컵에선 상대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이탈리아) 어깨를 무는 이른바 ‘핵이빨’ 사건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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