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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판정했다면 86년 마라도나 ‘신의 손’ 득점, 노골로 선언됐을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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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호 10면

[카타르월드컵] 16강 확정, 승부는 지금부터 

1986년 국제축구연맹(FIFA) 멕시코 월드컵 아르헨티나-잉글랜드 8강전.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가 후반 6분 머리 대신 손으로 골을 넣었다. 득점으로 인정됐고 경기는 아르헨티나의 2-1 승리로 끝났다. 마라도나는 “내 손과 ‘신의 손(hands of God)’이 함께 했다”고 말했다.

36년이 흐른 2022년. 마라도나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골을 넣었다면 어땠을까. 분명 ‘노 골’이 선언됐을 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의 ‘신의 모발(Hair of God)’ 사건이 이를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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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에콰도르의 득점이 노골 선언된 전광판. ② 관절 움직임까지 분석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 ③ VAR 끝에 번복된 독일전 일본의 골. ④ 노골 선언된 스페인전 뤼디거(독일·2번)의 헤더 골. ⑤ 미국의 골이 오프사이드라고 항의하는 이란 골키퍼. [뉴스1·뉴시스·연합뉴스] , [사진 FIFA]

① 에콰도르의 득점이 노골 선언된 전광판. ② 관절 움직임까지 분석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 ③ VAR 끝에 번복된 독일전 일본의 골. ④ 노골 선언된 스페인전 뤼디거(독일·2번)의 헤더 골. ⑤ 미국의 골이 오프사이드라고 항의하는 이란 골키퍼. [뉴스1·뉴시스·연합뉴스] , [사진 FIFA]

지난달 29일 조별리그 H조 우루과이전에서 포르투갈 브루누 페르난드스의 크로스가 호날두의 머리를 스치듯 지나쳐 골문으로 들어갔다. 호날두 득점으로 인정됐다가 페르난드스의 득점으로 정정됐다. 호날두는 측근에게 자기 골이라고 주장했지만, 월드컵 공인구 제조사인 아디다스는 “공인구 ‘알 릴라’에 내장된 관성측정장치(IMU)를 통해 호날두가 공에 닿지 않았다는 걸 입증할 수 있었다. 호날두가 머리를 댈 때 진동 그래프의 움직임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크리스 서튼 BBC 해설위원은 “이제 ‘신의 손’ 시대가 아닌 ‘신의 머리카락 시대’”라고 호날두를 조롱했다.

AI(인공지능)가 월드컵 패러다임까지 바꿨다. 카타르 월드컵에는 초정밀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사우디에 1-2로 진 아르헨티나도 신기술에 발목을 잡혔다.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오프사이드를 열 번이나 범했고, 세 차례나 골망을 흔들었지만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로 모두 골로 인정받지 못했다.

SAOT는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12개의 추적 카메라가 선수의 관절 움직임을 29개 지점으로 나눠 초당 50회씩 분석한다. 공인구 안에 장착된 센서는 초당 500회씩 공의 정확한 위치를 보고해 심판의 정확한 판정을 돕는다. AI 덕분에 1분 이상이 걸렸던 오프사이드 확인 시간은 20~25초로 단축됐다.

2일 일본이 스페인을 2-1로 꺾은 경기에서도 VAR이 위력을 발휘했다. 후반 6분 다나카 나오가 결승골을 터트렸는데, 미토마 가오루가 크로스를 올리기 직전에 공이 골라인 밖으로 나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공이 골라인에 몇㎜ 닿은 게 확인돼 득점이 인정됐다. 관성측정센서(IMU)와 정밀 판정시스템인 ‘호크아이’ 기술의 합작품이었다. 이번 대회 44경기(2일 기준)에서 22차례나 VAR로 판정이 번복됐다. 최종 판정은 인간이 하기에 ‘반자동’이란 단어가 붙지만, 결국 AI가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중동 국가에서 월드컵을 치르고 있는 건 첨단 냉방 시스템 덕분이다.  카타르의 11월 한낮 기온은 섭씨 30도를 웃돌지만 축구장 안은 18도~24도가 유지된다. 경기장 각 좌석 아래쪽과 사이드의 에어컨 구멍에서 차가운 공기가 분사된다. 설계 총 책임자인 사우드 압둘가니 박사는 “시원한 공기가 송풍구로 유입돼 냉각되고, 여과 후 다시 배출된다. 공기가 순환돼 ‘버블’ 형태로 경기장을 에워싸 온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8만명 이상을 수용하고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열릴 루사일 경기장에서는 안면 인식 기술로 팬을 추적한다. 지난 10월, 13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경기장 압사사고 같은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경기장에 분산 배치된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정보들로 관중들의 패턴을 예측한다. 하지만 안면 인식 기술을 팬 추적에 사용하는 건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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