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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 빠져도 ‘어우브’? 프랑스·잉글랜드 이름값…일·모로코 다크호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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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호 10면

[카타르월드컵] 16강 확정, 승부는 지금부터

한국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조규성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통해 차세대 스타 자리를 예약했다. [AFP=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조규성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통해 차세대 스타 자리를 예약했다. [AFP=연합뉴스]

역대 최초로 중동에서, 겨울철에 치르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3일 H조 3차전을 마지막으로 조별리그 일정을 모두 마쳤다. 대륙별 예선을 통과한 32개국이 조를 나눠 경쟁하는 과정에서 매 경기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삼바군단’ 브라질과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 ‘축구 종가’ 잉글랜드 등은 우승후보다운 경기력으로 일찌감치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사무라이 블루’ 일본, ‘아프리카 복병’ 모로코 등 다크호스의 도전도 만만찮다. 반면 ‘전차군단’ 독일, FIFA랭킹 2위 벨기에 등은 급변하는 세계 축구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채 비틀대다 조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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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브라질 우승확률 25%로 1위 예상

FIFA 월드컵 트로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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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영국의 앨런 튜링 연구소는 지난달 22일 축구 관련 각종 데이터를 활용한 10만 번의 A매치 시뮬레이션을 거쳐 “25%의 확률로 카타르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뒤이어 벨기에·아르헨티나·프랑스·잉글랜드를 2~5위에 올려놓았다. 주요 베팅업체가 내놓은 배당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브라질은 조별리그(G조)에서도 우승후보다웠다. 초반 2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었다. 간판 공격수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가 세르비아와의 첫 경기(2-0승)에 발목을 다쳐 빠졌는데도 전력의 누수가 느껴지지 않았다. 스페인·포르투갈 등 또 다른 우승후보들이 16강 또는 8강에서 브라질을 피하기 위해 보이지 않게 노력한 것과 달리 ‘마이 웨이’를 외치며 강자의 여유를 보여줬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각각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와 해리 케인(토트넘)이라는 월드클래스 해결사를 보유한 프랑스와 잉글랜드 분위기도 비슷하다. 프랑스는 호주(4-1 승)와 덴마크(2-1 승)를 누른 뒤 힘을 빼고 나선 3차전에서 튀니지에 일격(0-1 패)을 당했다. 그래도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은 상태라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조별리그를 2승1무 9득점 2실점으로 통과한 잉글랜드도 여유롭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잉글랜드 축구팬들은 세네갈과 맞붙을 16강전의 긴장감 대신 ‘맥주 없는 월드컵’에 대한 분노를 더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가나의 모하메드 쿠두스. [AP=연합뉴스]

가나의 모하메드 쿠두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는 갈수록 상승세다.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덜미를 잡히며(1-2 패) 자존심을 구겼지만, 강호 멕시코와 폴란드를 잇달아 잡고 한숨 돌렸다. 아르헨티나는 카타르 현지 팬들이 가장 뜨거운 응원을 보내는 나라다.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의 마지막 월드컵 우승 도전이라는 스토리 덕분이다. 같은 이유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무적)가 포함된 포르투갈도 주목 받고 있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한국에 0-2로 져 조기 탈락했던 독일은 4년 만에 또 한 번 망신을 당했다. 1차전 일본에 1-2로 패한 뒤 스페인전(1-1 무), 코스타리카전(4-2 승)에서 승점 4점을 추가하고도 골득실차로 일본과 스페인에 밀렸다. ‘전술의 대가’라 불리는 한지 플릭 감독도 고개 숙인 전차군단을 토너먼트로 이끌지 못했다. 독일이 2회 연속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주저앉은 건 사상 처음이다.

네덜란드의 코디 학포. [신화=연합뉴스]

네덜란드의 코디 학포. [신화=연합뉴스]

벨기에도 큰 실망을 안겼다. 당초 케빈 더브라위너(31·맨체스터시티), 에덴 아자르(31·레알 마드리드), 티보 쿠르투아(30·레알 마드리드) 등 ‘황금 세대’ 멤버들이 건재해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팀이다. 앞선 두 번의 월드컵(2014·18)에서 각각 4위와 3위에  오른 경험과 자신감도 남달랐다. 하지만 한 수 아래로 여긴 모로코와 크로아티아에 16강 티켓을 넘겨주며 조기 귀국했다. 모로코와의 첫 경기에서 0-2로 패한 이후 주축 선수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등 팀워크가 무너진 게 결정적이었다.

일본과 모로코는 ‘자이언트 킬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초 조별리그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나란히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독일·프랑스 구단 등 조규성에 관심

아르헨티나의 엔소 페르난데스.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엔소 페르난데스. [AFP=연합뉴스]

일본은 죽음의 조로 불린 E조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잇달아 2-1로 무너뜨렸다.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기던 점유율 축구를 포기하고 전반에 잔뜩 웅크리며 버틴 뒤 후반 들어 과감한 역습으로 득점을 노리는 변칙 전략이 통했다. 2-1로 승리한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17.7%에 불과했다.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본선에서 승리한 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모로코 또한 강한 압박과 신속하고 조직적인 역습으로 대어 벨기에를 낚았다.

조별리그를 통해 ‘차세대 스타’ 타이틀을 예약한 샛별들이 있다. 카타르 월드컵 신데렐라 스토리의 대표적 주인공은 한국의 스트라이커 조규성(24·전북)이다. 개막 직전까지도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의 백업 정도로 평가 받았지만, 지난달 24일 우루과이전 후반에 교체 출장한 뒤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이돌 가수를 연상시키는 얼굴에 조각 같은 근육질 몸매를 겸비해 여성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한국 경기 관련 SNS에는 “잘생긴 한국의 9번 선수 누구냐”는 해외 팬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잉글랜드의 필 포든도 특급 샛별로 주목 받는다. [로이터=연합뉴스]

잉글랜드의 필 포든도 특급 샛별로 주목 받는다. [로이터=연합뉴스]

외모로 먼저 이름을 알린 조규성은 나흘 뒤 가나전(2-3패)에서 킬러 본능을 뽐내며 2골을 터뜨렸다. 2만 명 수준이던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는 2일 기준 160만 명까지 폭증했다. 벌써부터 대표팀 동료 김민재(26·나폴리)의 전 소속팀 페네르바체(튀르키예)와 스타드 렌(프랑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몇몇 구단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주포로 자리매김한 코디 학포(23·에인트호번)의 주가 또한 치솟고 있다. 네덜란드 국적의 에릭 텐하흐(52)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아스널·리버풀·첼시 등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거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초 5000만 유로(684억원) 수준이던 시장가치가 9000만 유로(1232억원)까지 폭등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그밖에도 한국전 2골을 터뜨린 가나의 모하메드 쿠두스(22·아약스)를 비롯해 잉글랜드의 필 포든(22·맨체스터시티), 아르헨티나의 엔소 페르난데스(21·벤피카), 일본의 도안 리쓰(24·프라이부르크) 등 20대 초중반의 젊은 기대주들이 주인공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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