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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라는 사나운 팔자”와의 동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6호 21면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김상미 지음
문학동네

팔자타령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인생의 비관론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신세 한탄의 힘으로 스트레스를 방출한 다음 힘겨운 인생길 또 한고비를 넘으려는 사람 아닐까. 다섯 번째 시집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를 낸 시인 김상미는 “문학이라는 그 사나운 팔자”와 어떻게든 사이 좋게 동거해보려는 사람이다.

시집에 따르면 김상미씨는 “더럽게 춥고, 어둡고, 외롭고, 고달파도”(‘문학이라는 팔자’) “설사 시가 아니라 해도/ 삐뚤삐뚤, 비틀비틀, 넘어지고, 엎어지면서도” (‘시인의 말’) 계속해서 시를 써왔다. 마치 그것만이 문학 하는 팔자, 그 지독한 불운과 화해하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랭보·윤동주 같은 시인들의 문학이 결국 죽음까지 뛰어넘어 지금까지 반짝반짝 빛나지 않느냐는 것이다.

오늘의 김상미 시편이 훗날 문학사에 살아남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다만 “신(神)이 아픈 날 태어”나 어딘가 이상 감각을 타고난(혹은 체득한) 시인의 눈에 비친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병든 시인, 병든 신 이상으로 병들어 있는 듯하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나라’ 같은 시는 세태 비판시다. ‘제발 잡히지만 말고’ 같은 작품은 속도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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