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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도 구속 각 나오자 런…'2번째 도주' 김봉현 달라진 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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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행적을 감춘 지 24일로 14일째, 2주일이 됐다. 그는 지난해 7월 20일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풀려난 지 480일 만인 지난 11일 오후 1시 30분쯤 경기 하남 팔당대교 인근에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를 끊고 잠적 중이다. 라임자산운용(라임) 관련 사건 재판의 마지막 심리가 진행되기 1시간 30분 앞둔 시점이었다.

검찰 안팎에선 김 전 회장이 일신상에 결정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일 때마다 ‘도주’라는 최악의 선택지를 택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의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구속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이자 도주했듯이 이번에도 실형 선고가 충분히 예상되면서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김 전 회장의 사정을 잘 알았었다는 그의 지인은 “이러나저러나 수감될 것 같으니 (김 전 회장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주 당일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검찰이 지난 22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집을 나서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모습. 서울남부지검 제공.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주 당일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검찰이 지난 22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집을 나서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모습. 서울남부지검 제공. 연합뉴스

앞서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라임)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도주한 전력이 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2월 26일과 같은 달 30일, 2020년 1월 7일 예정됐던 영장실질심사에 세 차례 나오지 않았었고, 수원여객 자금 241억여원 등 거액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도 받고 있어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영장심사에 불출석한 뒤 수사기관을 피해 도주한 김 전 회장의 행적은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닌, 서울 등 도심권에 집중됐다. 그의 도피 과정에 도움을 준 혐의(범인도피)로 기소된 장모씨의 판결문을 보면 김 전 회장은 2020년 2월~3월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치과에서 지인인 연예기획사 관계자 A씨의 이름으로 예약해 3차례 치료를 받았다. 또 같은 해 1월~4월에는 서울 종로구·강남구 소재 한 호텔에 묵기도 했다. 인천·경남·부산 소재 숙박시설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주로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서 은밀히 몸을 숨겼다.

이를 위해 김 전 회장은 도주 과정에서 대포폰 수십개를 사용하고, 휴대전화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을 수차례 바꾸거나 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타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망을 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인과 불가피하게 연락을 나눠야 하면 보안성이 높은 특징을 가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 등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도주 5개월 만인 지난 2020년 4월 23일 잠복 중이던 경찰에 의해 서울 성북구 소재 한 빌라 인근 길거리에서 붙잡혔고,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회장의 이번 잠적 상황도 앞선 도주 과정과 유사하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20일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나자 앞서 치과 치료 예약에 도움을 줬던 A씨로부터 대포폰을 받아 사용했다. 또한 도주 사실이 적발된 지난 11일 오후 1시 30분 이후에도 지인들과 텔레그램을 사용해 연락을 나눈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이 때문에 검찰은 지난 17일 A씨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그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20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2020년 4월 24일 5개월 간의 도피 행각 끝에 붙잡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20년 4월 24일 5개월 간의 도피 행각 끝에 붙잡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년 전과 차이점은 밀항 가능성·친족 동원

앞선 도주 과정과 이번의 차이점은 중국 밀항 가능성이다. 김 전 회장이 오래전부터 중국 밀항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내부자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의 협조를 받아 선박 검문 및 항구·포구 조사, 첩보를 수집하고 있는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김 전 회장의 밀항 흔적이 포착되진 않았다. “여러 정황에 비춰봤을 때 지난번처럼 국내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남부지검 관계자)”는 게 검찰 판단이다.

또 김 전 회장은 이번 도주 과정에서 친족을 직접 동원했다. 11일 당일 조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여의도 한 교회에 갔다가 팔당대교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친족 또는 동거가족이 범인을 은닉·도피하게 한 죄를 범할 땐 처벌하지 않는다(형법 151조 2항)’는 규정을 언급하며 “법 전문가의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짚었다.

김 전 회장의 뒤를 쫓고 있는 서울남부지검은 A씨 등 구속 피의자뿐만 아니라 지인 등 김 전 회장 검거를 위한 전방위 압박의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김 전 회장 도피 조력자에 대해 예외 없이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1시30분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한 직후 지명수배된 상태다. 심석용 기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11일 오후 1시30분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한 직후 지명수배된 상태다. 심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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