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부동산 대책 해부]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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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0.29 부동산 대책의 주된 타깃은 강남과 다주택 소유자다. 강남 지역 부동산 소유자와 다주택 소유자에게 양도소득세 및 보유세를 많이 물려 집값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강남 집값이 내리지 않을 경우 2단계 대책을 내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값을 단기간에 급락시키는 대증(對症)적 처방보다 중장기적으로 하향 안정시키는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세금으로 겁을 줘 시장을 냉각시키는 단기 대책보다는 수요와 공급을 안정시키면서 교육 및 주거 환경 등 사회적 요인까지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적인 접근방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규모의 주택담보 대출이 뿌려져 있는 상황에서 집값 급락만 의도했다가 자칫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심각한 주름살을 드리울 것을 우려한다. 일본이 1980년대 말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뒤늦게 '금융'에 손을 댔다가 10년 불황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충고다.

10.29 부동산 대책은 중과세 대상인 '1가구 3주택'에 대한 개념이 분명치 않은 등 졸속 흔적이 역력하다. 투기 지역에 집을 갖고 있는 3주택자만 중과세 대상으로 할지, 전국에 3주택을 갖고 있으면 포함시킬지 논의가 분분한 실정이다.

따라서 2단계 대책에서는 이런 혼란의 여지를 없애면서 수요 분산과 강남에 대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본질적인 내용이 함께 포함돼야 한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강남 수요의 억제뿐 아니라 공급 확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K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일시적으로 강남 집값에 영향을 주겠지만 강남 대기 수요가 많은 한 단기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0.29 대책에도 강북 뉴타운과 수도권 신도시 개발 계획이 들어 있지만 정부 스스로 "강북 뉴타운이 강남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실정이다. 판교 신도시 역시 중소형 평형 위주의 주택 구성으로는 강남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임덕호 교수는 "고급 주택을 선호하는 강남 수요를 끌어들이려면 저밀도의 중대형 평형 위주로 개발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강남에 대한 잠재수요를 줄이기 위해 범정부적인 종합 교육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정경제부 등도 당초 10.29 대책에 교육 부문을 포함시킬 계획이었지만 교육부 등의 반발로 이 부분은 빠졌다.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교육부에서 연말까지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포함해 종합적인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정도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강남에 살지 않아도 자녀 교육걱정을 하지 않게 되면 저절로 강남 수요가 줄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종합 교육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관련 간접 투자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한은행 고준석 재테크 팀장은 "연간 10% 안팎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리츠 등 부동산 간접 투자상품을 활성화해 시중 부동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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