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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PICK] 우루과이의 핵 누녜스…‘그물 수비’로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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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우루과이의 다르윈 누녜스가 지난 3월 24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의 센테나리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카타르 월드컵 남미 예선 페루와의 경기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루과이의 다르윈 누녜스가 지난 3월 24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의 센테나리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카타르 월드컵 남미 예선 페루와의 경기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AFP=연합뉴스]

드디어 오늘밤이다. 한국과 카타르월드컵 본선 1차전을 치를 우루과이 대표팀을 직접 보고 싶어 지난 20일 카타르 도하의 알에르살 트레이닝센터를 찾았다. 예상과 달리(?) 나를 알아본 우루과이 기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인터뷰만 실컷 해주고 왔다.

우루과이의 심장 다르윈 누녜스

출생 : 1999년 6월24일(23세)
체격 : 1m87㎝·81㎏
포지션 : 윙 포워드, 스트라이커
소속팀 : 리버풀(잉글랜드)
전소속팀 : 페냐롤(우루과이)-알메리아(스페인)-벤피카(포르투갈)
올 시즌 성적 : 18경기 9골2도움(월드컵 출전 직전 7경기 5골1도움)
A매치 기록 : 13경기 3골
강점 : 최고 시속 36.5㎞의 빠른 발, 점프력, 공간 침투
약점 : 발목 부상 우려, 고질적인 무릎 통증

한국 취재진에게 물어보니 월드컵 같은 국제 대회에선 상대국 미디어 관계자들이 의사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루과이 기자들은 우리 대표팀 정보를 하나라도 더 알아내기 위해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예상대로 손흥민 형의 상태와 출전 여부가 제일 큰 관심사였다. 알릴 것은 알리고 감출 것은 감추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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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발베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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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관계자들을 만나보니 이들이 가장 신뢰하는 선수는 2선 공격수 다르윈 누녜스(23·리버풀)라는 느낌을 받았다. 루이스 수아레스(35·나시오날), 에딘손 카바니(35·발렌시아), 디에고 고딘(36·벨레스 사르스필드) 등 베테랑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팀 전술을 풀어가는 건 누녜스와 페데리코 발베르데(24·레알 마드리드), 로드리고 벤탕쿠르(25·토트넘) 같은 젊은 선수들이다.

누녜스의 인생은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파란만장하다.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을 견디며 축구를 했다.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굶으면서 운동한 날이 많았다고 한다.

로드리고 벤탕쿠르

로드리고 벤탕쿠르

심각한 부상도 이겨냈다. 우루과이 명문 클럽 페냐롤에서 유망주로 인정받으며 1군 데뷔를 준비 중이던 17세 때, 축구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두 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1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끝에 가까스로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분명 위기의 순간인데 누녜스는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다. 무릎 수술 이후 힘든 재활 훈련에 매달리던 시절, ‘무릎을 다시 다치지 않으려면 주변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 부상을 계기로 누녜스는 다시 태어났다. 당당한 체격(1m87㎝·81㎏)을 바탕으로 점프력·스피드까지 겸비한 측면 공격수가 됐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누녜스는 이강인(21·마요르카)이 대회 MVP로 뽑혔던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루과이를 3위로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알메리아(스페인)를 거쳐 벤피카(포르투갈)와 리버풀(잉글랜드)로 이적할 때마다 몸값이 쑥쑥 뛰었다. 2020년 9월 벤피카로 이적할 때 2400만 유로(335억 원)였던 이적료가 올여름 리버풀에 입단할 때는 옵션 포함 1억 유로(1395억 원)까지 올랐다. 둘 다 해당 팀 역대 최고액 신기록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우리 수비수들이 신경 써야 할 누녜스의 특징은 최고 시속 36.5㎞에 이르는 빠른 발과 슈팅 지향적인 움직임이다. 순간적인 침투로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을 가볍게 무너뜨리는 스타일이다. 정확한 패스보다는 슈팅할 기회를 먼저 찾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찬스가 오면 직접 해결하려는 열망이 큰 선수다. 측면에서 질주하다 갑자기 방향을 바꿔 골대 방면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좋다. 한국 입장에선 협력 수비가 필요하다.

오늘의 월드컵

오늘의 월드컵

지난 22일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C조 1차전에서 처음으로 카타르월드컵 TV해설을 해봤다. 후반 들어 사우디가 승부를 뒤집는 모습을 지켜보며 해설자로서뿐만 아니라 선수로서 심장이 뜨겁게 뛰는 걸 느꼈다. 카타르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앞둔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심정도 그럴 것 같다. 흥분과 기대, 우려와 두려움이 섞인 묘한 감정이다. 우리 선수들 모두가 후회 없이, 이제껏 준비한 것을 모두 그라운드에 쏟아붓고 돌아오길 기대한다.

이승우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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