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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주드" 잉글랜드 6골, 그 중심엔 2000년대생 듀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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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대표팀의 부카요 사카(오른쪽)가 21일 이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두 번째 골을 터트린 뒤 주드 벨링엄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00년대 생인 둘은 이 경기에서 3골을 합작했다. AP=연합뉴스

잉글랜드 대표팀의 부카요 사카(오른쪽)가 21일 이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두 번째 골을 터트린 뒤 주드 벨링엄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00년대 생인 둘은 이 경기에서 3골을 합작했다. AP=연합뉴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2000년대생 듀오’가 ‘늪 축구’ 이란을 절망에 빠뜨렸다.

잉글랜드는 2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이란을 6-2로 대파했다. 1956년 이후 56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아시아에서 이란을 상대하는 팀은 늪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지는 경우가 잦았다. 이란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3경기에서도 단 2골만 내줬다. 그러나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잉글랜드 2003년생 주드 벨링엄(19·도르트문트)과 2001년생 부카요 사카(21·아스널)가 이란의 ‘늪 축구'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둘이 3골을 합작했다.

 전반 35분 미드필더 벨링엄은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로 방향만 바꿔 놓아 선제골을 뽑아냈다. 벨링엄(19세145일)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18세190일에 골을 터뜨린 마이클 오언에 이어 잉글랜드 월드컵 역사상 둘째로 어린 나이에 득점하는 기록을 세웠다.

 더불어 2000년대 생으로는 최초로 월드컵에서 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월드컵 통산 10번째로 어린 나이의 득점 기록이다. 역대 최연소 득점 선수는 1958년 17세7개월에 골을 터뜨린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다.

 영국 BBC는 잉글랜드의 1차전 승리 소식을 전하며 벨링엄의 이름을 따 “헤이 주드”라 전했다. 이름 주드(Jude)와 비틀즈의 노래 ‘Hey Jude’를 합한 표현이다. 잉글랜드 대표 출신 저메인 제나스는 “벨링엄은 (잉글랜드 전설적인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와 프랭크 램파드를 합친 것 같다”고 했다.

 벨링엄은 잉글랜드 대표팀 중 유일하게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다. 예상 몸값이 1억 파운드(1600억 원)나 되는 데도 맨유, 맨시티, 첼시 등 빅클럽들이 영입을 위해 줄을 선 이유를 몸소 증명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부카요 사카와 주드 벨링엄 등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잉글랜드 대표팀의 부카요 사카와 주드 벨링엄 등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른쪽 공격수 사카는 전반 43분 논스톱 왼발 슛으로 이란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3-0으로 앞선 후반 17분 상대 선수 3명을 앞에 두고 드리블을 치고 들어가 두번째 골을 뽑아냈다. 21세 77일의 사카는 잉글랜드 월드컵 최연소 멀티골을 기록했다. 잉글랜드 역사상 21세 이하 선수 2명이 한 경기에서 동시에 득점을 터뜨린 것도 처음이다. 유로2020 결승전 이탈리아전에서 승부차기를 실축해 인종차별 조롱에 시달렸던 사카는 이날 활약으로 그 아픔을 씻어냈다.

 양 팀은 이날 축구장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애썼다. 잉글랜드 주장 해리 케인(30·토트넘)은 성 소수자와 연대하는 취지로 ‘무지개색 원러브 완장’을 찰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치·종교적 이미지를 금지하는 FIFA가 옐로카드를 주겠다고 경고하자 케인은 FIFA가 권장한 차별 반대 완장을 착용하고 나왔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또 카타르 이주 노동자와 성 소수자 인권 탄압 논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킥오프 전에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강행했다.

이란 선수들은 킥오프 전 국가 연주 때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고 함께 침묵했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표팀도 연대를 표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AFP=연합뉴스

이란 선수들은 킥오프 전 국가 연주 때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고 함께 침묵했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표팀도 연대를 표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AFP=연합뉴스

 이란 선수들은 킥오프 전 국가 연주 때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고 함께 침묵했다. 지난 9월 이란 여대생 아미니가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구금됐다가 사망한 뒤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표팀도 연대를 표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란 국영TV는 선수들의 얼굴 대신 경기장 전경을 화면에 잡았다.

 전광판에는 관중석에서 이란 국적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스카프를 쓰고 울먹이는 모습이 잡혔다. 이란 응원석에는 ‘Women Life Freedom(여성, 삶, 자유)’란 문구가 새겨진 플래카드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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