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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비 310조원, 세상에 없던 월드컵 막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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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공연이 성대하게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공연이 성대하게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이 21일 새벽(한국시간)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조별리그 A조 첫 경기)으로 대장정에 돌입했다. 개막전이 열린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스타디움은 ‘사막 한가운데서 성대한 월드컵을 치른다’는 개최국 카타르의 야망이 실현된 장소다. 수도 도하에서 자동차로 40분가량 북쪽으로 가면 위성도시 알코르가 나오고, 황량한 벌판 끝자락에 신기루처럼 스타디움이 등장한다.

6만 명 수용의 경기장 외관은 영화에서 봤던 아랍 유목민의 텐트를 연상시켰다. 건설 비용 4조원. 2002 한·일월드컵 개막전이 열린 서울 월드컵경기장 건설비(2060억원)의 20배에 달한다.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한 경기장답게 날씨 등 환경 변화에 상관없이 내부 온도를 섭씨 22도로 유지한다. 사막의 태양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로 차갑게 식힌 물을 경기장 전체에 순환시켜 찬바람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카타르월드컵은 세상에 없던 월드컵, 이전 모든 대회를 능가하는 월드컵을 지향한다. 카타르는 이를 위해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어 초유의 머니 페스티벌을 꾸몄다. 대회를 치를 8개 경기장 건설 및 관련 인프라 구축에 들어간 돈이 무려 310조원이다. 고속도로와 공항·항만을 정비하고, 3개 노선의 지하철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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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도하 인근 루사일은 백화점, 쇼핑몰, 골프장 등을 갖춘 유흥도시로 바꿔 놓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한여름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웃도는 열사의 땅에서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개막 시점을 6월에서 11월로 옮기는 등 힘을 실었다.

카타르 월드컵 개최 비용은 4년 전 러시아월드컵(15조원)의 20배가 넘는다. 앞서 치른 일곱 차례 월드컵 개최 비용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5배 넘게 많다. 총액 6300억원인 상금도 역대 최대 규모다.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는 국가는 602억원을 상금으로 받는다. 4년 전 러시아월드컵(509억원)보다 100억원가량 올랐다. 준우승팀도 430억원을 받는다.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한 국가도 참가 수당만 129억원이다.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공연에서 BTS멤버 정국이 대회 OST인 '드리머스'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공연에서 BTS멤버 정국이 대회 OST인 '드리머스'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카타르월드컵의 또 다른 특징은 ‘콤팩트 월드컵’이다. 카타르는 국토 면적이 1만1600㎢로 경기도와 엇비슷하다. 월드컵경기장 8곳이 수도 도하에서 반경 50㎞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현장에서 이동해 보니 한국 팀의 경기 장소인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과 가장 가까운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은 지하철로 한 정거장(이동시간 7분) 거리다. 예컨대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기준으로 합정역 즈음에 경기장이 또 하나 있는 셈이다.

카타르 인구가 280만 명인데, 그 절반 가까운 120만 명 넘는 손님이 월드컵 기간에 한꺼번에 방문하다 보니 숙박비가 치솟은 것은 예상됐던 결과다. 카타르 당국은 3만 개가 넘는 객실을 새로 짓는 등 확보했지만 역부족이다. 잉글랜드가 대표선수단 가족과 여자친구(WAGs) 등에게 숙소로 제공한 크루즈의 경우 1박 요금이 957만원이다. 카타르 당국이 도하 시내 곳곳에 마련한 컨테이너형 숙소는 ‘난민촌 같다’는 느낌인데도 1박에 28만원이다.

심지어 카타르에서는 경기만 보고 숙박은 주변국에서 해결하는 방법까지 등장했다. 하루 168편의 셔틀 항공기가 아랍에미리트(UAE·60편), 오만(48편), 사우디아라비아(40편) 등을 부지런히 오간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계산한 미국인 2명이 9박10일 일정으로 월드컵 조별리그를 관람하는 데 필요한 최소 경비가 830만원이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보다 3배 정도 많은 액수다.

세상에 없던 월드컵, 이전 모든 대회를 능가하는 월드컵을 열기 위한 준비과정에는 이주 노동자의 피·땀·눈물이 녹아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월드컵경기장과 각종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6500명에 이르는 이주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월드컵 기간, 경기장 안팎에서는 맥주를 마실 수 없다. 당초 유연한 입장을 보였던 카타르 당국이 개막 이틀 전 경기장 주변 맥주 판매 구역을 폐쇄했다. 음주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 때문인데,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19일 월드컵 개막 공식 기자회견에서 “(경기 전후) 세 시간 정도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며 카타르 결정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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