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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할아버지를 잡아라' 중국 숏폼은 지금 실버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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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틱톡 할아버지' 인기

[사진 틱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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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할아버지가 에그타르트를 들고 있다. 57초가량의 영상에서 할아버지는 능숙하게 필링을 만들고 타르트를 구워낸다. 이 할아버지의 닉네임은 ‘산시 라오치아오(陜西老喬)’, 무려 1342만 6000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커다.

‘산시 라오치아오’는 은퇴 후 음식점을 창업할 정도로 요리를 사랑했다. 그는 자신의 요리로 숏폼 동영상 플랫폼에서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할 계획이었으나 친구들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하는 바람에 아들과 함께 시작하게 됐다.

[사진 틱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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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들은 촬영을 담당하고, 아버지는 요리를 하면서 다양한 숏폼 요리 영상을 올렸다. 그중 산시 대표 음식인 ‘량피(凉皮,중국식 비빔냉면)’를 만드는 영상이 틱톡에서 352만 뷰를 기록했고, 그는 단숨에 인기 인플루언서로 떠올랐다. ‘산시 라오치아오’는 기존의 요리 인플루언서들처럼 화려한 요리 실력을 자랑하거나 최신 요리기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소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주방은 젊은 세대에게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인기는 ‘산시 라오치아오’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 ‘실버세대’ 숏폼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나고 있다. 숏폼 동영상 플랫폼 ‘콰이서우(快手)’에서 노래하는 농부로 큰 인기를 얻은 ‘번량 아저씨(本亮大叔)’, 멋지게 늙는 법을 알려주는 할머니 그룹 ‘글램마 베이징(時尙奶奶)’, 65세 목공장인 ‘아무 할아버지(阿木爺爺)’까지, 모두 적게는 10만 팔로워부터 많게는 100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단일 영상이 1000만 뷰를 기록하는 등 SNS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한다.

글래마 베이징 [사진 바이두]

글래마 베이징 [사진 바이두]

실버세대 노리는 中 숏폼 플랫폼

중국에서 중 노년층 인플루언서의 인기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최근 중국의 숏폼 동영상 플랫폼들은 대대적으로 중 노년층 유저의 유입과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젊은 층 유저를 넘어 중 노년층 유저까지의 시장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콰이서우는 건강, 광장 댄스, 서예, 민속 악기 등 실버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작년 9월에는 중 노년층 유저들이 더욱 편리하게 숏폼 영상을 제작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큰 글씨 버전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사진 틱톡]

[사진 틱톡]

올해 3월 29일, 틱톡은 중 노년층의 안전하고 즐거운 디지털 생활을 위한 ‘노우계획(老友計劃)’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중 노년층 전용 고객센터를 추가로 설립하고, 플랫폼에서 스마트폰 사용법, 인터넷 사기 피해 예방법 등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실버세대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실버경제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國家衛生健康委員會)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021년 2억 6700만 명에 달했으며 2025년까지 3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정년퇴직 러시’를 겪고 있다. 2021년 중국 국민의 평균 예상수명이 78.2세까지 늘어났고, 중국 현행법상 정년퇴직 연령이 만 60세인 것을 고려했을 때, 중국인들은 약 18년의 노후생활을 보내게 된다.

최근 중국에서 노년층은 ‘뉴 실버세대’라고 불린다. 이들은 과거의 노년층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기 계발을 하고 취미를 즐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은퇴 후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2016-2021년 중국 실버경제 산업 규모 및 예측 [사진 아이미디어 리서치]

2016-2021년 중국 실버경제 산업 규모 및 예측 [사진 아이미디어 리서치]

다양한 업계에서 '뉴 실버세대'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사실상 중국에서 자산 보유량이 가장 많으며 소비 잠재력이 제일 큰 집단이기 때문이다. 중국 실버경제의 규모는 앞선 2020년 5억 4000만 위안을 돌파한 바 있으며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올해 3월 중국노령과학연구센터(中國老齡科學硏究中心)는 중국 중 노년 세대의 소비가 2030년에는 중국 전체 GDP의 약 10%를 차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의 '뉴 실버세대'는 소비 잠재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이런 그들을 대표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이다. 중국 인터넷 정보센터(CNNIC)가 발표한 제49차 '중국 인터넷 발전 상황 통계 보고’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노년층 인터넷 사용자는 1억 1900만 명이며 인터넷 보급률은 43.2%에 달한다. 특히 이들이 숏폼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틱톡, 콰이서우 등 숏폼 동영상 플랫폼이 ‘실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인 인구를 위한 문화 콘텐츠 자체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숏폼 플랫폼뿐만 아니라 콘텐츠 업계 전체가 ‘실버세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 실버세대’의 특징과 소비 방식을 파악해 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국 콘텐츠 업계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대륙을 접수한 K-실버 콘텐츠

중국의 실버세대는 TV 시장에서도 규모가 크고 기반이 탄탄한 시청 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시청률 조사 기관 CSM의 2021년 기초 연구 보고에 따르면, 50세 이상 실버세대의 총인구수는 3억 5800만 명으로 중국 전체 TV 시청자 중 28%를 차지했다. 중국은 앞선 2014년에 35세 이상 시청자 비율이 54.1%에 달할 정도로 TV 주 시청 층이 중 노년층으로 옮겨간 상황이다. 이에 중국 방송국 역시 웰메이드 실버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방송계에서 우리나라 실버 콘텐츠가 활약하고 있다. 2016년에 방영한 tvN의 실버 소재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중국 최대 리뷰 전문 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 평점 9.5점을 받으며 중국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2017년에는 한한령 기간임에도 리메이크 판권이 판매되어 중국 후난위성TV에서 '친애적타문(親愛的他們)'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방영되었다.

'주문을 잊은 음식점' [사진 KBS]

'주문을 잊은 음식점' [사진 KBS]

'주문을 잊은 음식점'을 정식으로 리메이크한 '망부료찬청(忘不了餐廳)' [사진 텐센트 비디오]

'주문을 잊은 음식점'을 정식으로 리메이크한 '망부료찬청(忘不了餐廳)' [사진 텐센트 비디오]

텐센트 비디오의 '망부료찬청(忘不了餐廳)'은 2018년 KBS1에서 방영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 '주문을 잊은 음식점'의 리메이크작이다. 중국 배우 황보(黃渤), 쑹주얼(宋祖兒) 등이 경증 치매 증상을 가진 노년층 출연자 5명과 함께 음식점을 운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선한 영향력을 갖춘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으며 ‘2019년도 중국 웹 콘텐츠 대회’에서 우수 웹 예능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시즌2를 선보이기도 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와 '주문을 잊은 음식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익성이다. 두 콘텐츠 모두 실버세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하여 시청자들이 노년층에 관한 사회적 문제를 들여다보게 한다.

이는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방송 영상 콘텐츠의 긍정적 영향력인 ‘정능량(正能量)’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에서 방송 영역은 유독 정부의 검열과 규제가 엄격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실버 콘텐츠 IP는 공익성과 선한 영향력을 무기로 중국에서의 제작과 방영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실버 콘텐츠가 앞으로 한중 양국 간 콘텐츠 제휴 성사를 더욱 활발하게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박고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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