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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부터 크리스마스까지… 中 ‘이 도시’ 없으면 안 된다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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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을 확정한 15개 국가의 주장들의 모습. [사진 FIFA SNS]

월드컵 본선을 확정한 15개 국가의 주장들의 모습. [사진 FIFA SNS]

세계가 열광하는 축제, 월드컵이 오는 11월 20일 개막한다. 개최지는 중동-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카타르다. 참여국 선수들은 물론 팬, 기업들까지 월드컵을 주제로 저마다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가장 동분서주하는 곳을 꼽자면 아마 중국일 것이다. 물론 중국은 카타르 월드컵 출전국은 아니다. 이들이 분주한 이유는 따로 있다.

축구공부터 국대 유니폼, 국가별 국기, 트로피, 메달 각종 장식품 등 월드컵과 관련한 제품 70% 이상이 중국, 더 자세히는 저장성 이우(義烏)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올림픽 특수 통했다… 2년 치 매출 한 번에 달성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인민라디오방송(央廣網·CNR)에 따르면 월드컵을 앞두고 이우 국제무역도시 제3지구 공업지구를 중심으로 관련 상품의 대규모 생산이 이어지고 있다.

이우에서 스포츠용품 업체를 운영하는 우샤오밍(吳曉明)씨는 월드컵 굿즈 중에서도 주로 축구공을 취급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바이어에게 물품을 발송하느라 매우 바쁘다”며, “많을 때는 1년에 축구공 150만 개를 판매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3분기는 소상품 수출의 비수기이지만, 올해는 월드컵 관련 용품 수출로 인해 성수기가 됐다"며 “전년 동기 대비 주문량이 70%나 늘었다”고 전했다.

우샤오밍은 “월드컵 시즌이면 기본적으로 2년 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운영하는 공장에서는 24시간 3교대 근무로 하루 평균 3000개 물량의 축구공이 생산되고 있다.

이우시의 한 스포츠 용품 업체가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생산한 축구공. 해당 축구공은 카타르 월드컵 공식 허가를 받은 32개국의 국기가 인쇄된 기념 축구공이다. [사진 중국인민라디오방송(CNR·央廣網)]

이우시의 한 스포츠 용품 업체가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생산한 축구공. 해당 축구공은 카타르 월드컵 공식 허가를 받은 32개국의 국기가 인쇄된 기념 축구공이다. [사진 중국인민라디오방송(CNR·央廣網)]

이우스포츠용품협회는 카타르 월드컵 32강 깃발부터 호루라기, 축구공, 유니폼 등 월드컵 굿즈 시장의 70%를 ‘Made In Yiwu’가 차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문에서 생산, 배송까지 과정은 최소 50일이 소요된다. CNR 보도에 따르면 10월 중순 기준, 이우에서 생산된 관련 상품들의 수출 물량은 이미 100만 개 이상을 초과, 약 2000만 위안 상당의 이익을 거뒀다.

이우시에서 스포츠 의류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원충젠(溫從見) 사장. 그는 지난 4월부터 글로벌 무역상들로부터 잇달아 유니폼 주문을 받았다며, 그 주문량만 200만장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주문량이 크게 늘어나는 탓에 전 직원이 초과근무 중”이라면서 “계약 건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광둥, 광시 등 인근 공장과 협업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CNR 보도에 따르면 원 씨는 “지난 한해 180만 개의 유니폼을 주문 생산했는데, 올해 5~8월 사이에만 230만 건을 수출했다”며 “단 3개월 만에 지난해 물량을 크게 초과했다”고 덧붙였다.

원충젠(溫從見)의 회사는 올해 유니폼 오리지널을 시도하며 시장을 열었다.[사진 중국인민라디오방송(CNR·央廣網)]

원충젠(溫從見)의 회사는 올해 유니폼 오리지널을 시도하며 시장을 열었다.[사진 중국인민라디오방송(CNR·央廣網)]

한편 중국 대표 물류 기업 차이냐오(菜鳥)는 지난달 이우에 ‘월드컵 전용 노선’을 개통했다. 차이냐오에 따르면 이우에서 생산된 월드컵 굿즈들은 이 노선을 통해 중국 닝보(寧波) 항과 상하이 항에서 카타르 하마다 항까지 약 20~25일 만에 도착하게 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의 부부젤라부터 브라질 월드컵의 카시롤라, 러시아 월드컵 당시 팬들이 흔드는 응원 깃발까지…. ‘Made in Yiwu‘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월드컵이 끝이 아니다. 한 달여 남은 세계적 행사, 크리스마스 용품의 대부분도 이우에서 만들어진다.

세계를 보는 창, ‘이우 지수’

[사진 스줴중궈(視覺中國)]

[사진 스줴중궈(視覺中國)]

전 세계 크리스마스 제품의 80%가 중국산이고, 그 중국산의 80% 이상이 이우산(産)이다. 크리스마스트리부터 산타 인형, 장신구, 기념 카드까지 모두 이우에서 쏟아져 나온다.

코로나 19로 인해 잠시 멈췄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돌아오면서 이우 크리스마스 사업은 다시금 호황을 맞았다. 중국 제멘신문(界面新聞)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큰 타격을 받았던 이우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올해 들어 2019년 수준의 70% 가까이 회복됐다.

이우의 크리스마스 제품을 구매하는 해외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매년 3월에서 6월에 주문하고 7월에서 9월에 배송받는다. 제멘신문에 따르면 배송이 모두 완료됐을 10월에도 올해 주문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우시 한 매장에 전시된 다양한 크리스마스트리. [사진 중신왕]

이우시 한 매장에 전시된 다양한 크리스마스트리. [사진 중신왕]

화징시장(華經市場)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8월까지 중국의 크리스마스용품 수출액은 574억 35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70% 증가했다.

이우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이우 크리스마스용품 수출액은 17.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5% 증가했으며, 이 중 7월 수출액은 8.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5.6%, 전월 대비 75.8% 증가했다.

뿐만 아니다. 이우에선 미국 대통령 대선 향방도 예측할 수 있다.

중국 이우의 한 깃발 업자가 트럼프 측 선거용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글로벌타임스]

중국 이우의 한 깃발 업자가 트럼프 측 선거용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글로벌타임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으로 대세가 기울었지만, 이우에선 트럼프의 승리를 점쳤다고 한다. 경선 물품 주문 수량을 바탕으로 판세를 가늠했기 때문이다. 우연일지라도, 의도치 않게 이우에선 당선 결과를 예견한 셈이 됐다.

이처럼 이우는 세계의 경제·사회 상황을 반영하는 곳으로 주목받으며 '이우 지수'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세계의 슈퍼마켓’은 어떻게 탄생했나

이우 시장의 첫 탄생은 1970년 후반, 개혁개방의 바람을 타고 찾아왔다. 그전에는 상인들이 모여 작게 물건을 파는 게 전부였다.

1982년, 이우시는 본격적으로 ‘경제를 중심으로 한 도시 건설’ 전략을 모색해냈다. 이후 중국 최초로 이우에 소상품 시장을 개설했다. 약 40년간 이우 시장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장소를 이전하고 열 번에 걸쳐 시장을 확장했다.

거래 방식은 전통적인 현금, 현화, 현장 거래에서 주문 상담, 전자상거래, 물류 배송 등 현대화된 거래 방식으로 바뀌었다. 또 무역과 공업을 함께 발전시켜 “소상품이라면 무조건 이우 제조”라는 명성을 날렸다.

중국 이우시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매 시장. [사진 바이두]

중국 이우시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매 시장. [사진 바이두]

이우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매시장으로 거듭나며 국제 소상품 유통 중심의 지위를 확실히 하고 있다.

현재 시장은 640만 평에 이르며 약 7만 5천 개 이상의 점포가 자리 잡고 있다. 크리스마스, 월드컵, 대선 용품 외에도 이우에 있는 상점들에서는 210만 종 이상의 상품이 취급된다. 세계 200개국에 이우의 물건들이 팔려나간다. 이우가 ‘세계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번 월드컵 우승국을 두고 이우는 어떤 예측을 하고 있을까. 이우의 한 상인은 “현재 판매 추이로 보면 영국,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올해 가장 큰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말한다. 과연 ‘이우지수’는 올해도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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