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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는 왜 ‘리틀 차이나’로 불리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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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는 계속된다…

시진핑의 대표적인 야심작, ‘일대일로(一帶一路)’.

하나의 띠(One belt)와 하나의 길(One road)로 구성된 이 프로젝트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해 무역·금융·문화 차원의 교류 확대화 일체화 추진을 목표로 한다.

2014년 11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제창 이후 약 8년이 지난 지금, 시진핑의 꿈은 어디까지 왔을까.

2017년 4월, 한 회의 참석자가 '시진핑과 일대일로', '일대일로 전략' 문구가 적힌 광고판을 보고 있다. [사진 AP 통신]

2017년 4월, 한 회의 참석자가 '시진핑과 일대일로', '일대일로 전략' 문구가 적힌 광고판을 보고 있다. [사진 AP 통신]

올해 4월까지 중국은 149개 나라, 32개 국제기구와 200여 개의 일대일로 협력 문서를 체결했다. 지난해까지 중국과 연계 국가의 연도별 무역액은 1조 4백만 달러에서 1조 8천억 달러 가까이 늘어나며 동기 대비 73% 성장했다.

무역 통로 건설도 추진 중이다.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유럽 23개 나라의 180여 개 도시에 연 5만 편 운행되고 있다. 일대일로를 커버하는 자유무역구 네트워크 건설과 관련해 이미 13개 나라와 7개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또 무역의 새로운 방식인 ‘실크로드 전자상거래’가 떠올랐으며, 해당 전자상거래 수출입이 고속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은 해외 국가에 연 1613억 달러를 직접 투자했으며 반대로 중국에 투자, 설립한 해외 기업은 3.2만 개로 실제 누적 투자가 712억 달러에 달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시진핑이 특히 공들인 대륙은 어딜까. 바로 아프리카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중국과 아프리카 간의 교역 규모는 전년 대비 35.3% 증가한 2천542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직접투자 규모는 560억 달러를 넘겼다.

특히 수만 명의 중국인이 눈독 들이는 곳은 ‘탄자니아’다.

탄자니아는 1964년 영국에서 독립한 탕가니카(Tanganyika)와 잔지바르(Zanzibar)가 연합하여 구성된 국가다. 중국은 탄자니아 수립 이후 탄자니아와 외교관계를 구축하고 탄자니아-잠비아 철도 건설을 돕게 된다. 탄자니아-잠비아 철도는 탄자니아 및 기타 국가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지역의 주요 경제 파이프라인이 되었으며, 해당 철도 건설은 개발 도상국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큰 명성을 얻는 기회를 마련했다.

사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에서 중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국가도 아니고, 중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국가도 아니다. 코로나 이후 탄자니아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약 6천 명. 코로나 창궐 이전엔 약 3~5만 명의 중국인이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향력은 점차 감소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중국의 탄자니아 투자는 확대되는 중이다. 국립 경기장부터 최대 규모의 항구, 동아프리카 최장 다리까지 중국이 다 만들고 있다. 중국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서 ‘리틀 차이나’라고 불릴 정도다.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 위치한 탄자니아 국립경기장,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고 건설한 '특별지원사업'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 위치한 탄자니아 국립경기장, 중국이 자금을 지원하고 건설한 '특별지원사업'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2022년 기준 탄자니아에는 약 700개의 중국 투자 기업이 등록되어 있으며 그중 국유 기업은 약 100여 곳이다. 주로 엔지니어링 계약, 투자 및 양자 원조 프로젝트에 종사하고 있다.

2020년 중국 기업은 탄자니아에서 56개의 신규 계약 프로젝트를 체결했다. 신규 계약 금액은 11억 6400만 달러, 완료 매출은 14억 5600만 달러에 달했다.

2022년 3월, 중국 국영 대형차 제조업체인 시노트럭(Sinotruck)은 2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탄자니아에 트럭 조립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생산 방식은 CKD(Complete Knock Down, 현지 조립형 반제품) 방식으로, 이를 통해 탄자니아 내 최소 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탄자니아 물류 및 운송 산업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펼치는 동시에 양국 간의 광범위한 경제 무역 협력, 부동산 개발 등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기준 양국의 교역량은 67억 4천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47.1% 증가했다. 그중 탄자니아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3% 증가한 6억 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성장률은 아프리카의 평균 수준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완공 예정인 동아프리카 최장 다리인 키공고-부시시 다리 역시 중국 기업이 건설했다. [사진 TanzaniaUpdates]

2024년 완공 예정인 동아프리카 최장 다리인 키공고-부시시 다리 역시 중국 기업이 건설했다. [사진 TanzaniaUpdates]

지난 6일 중국은 최근 탄자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계속해서 더 많은 탄자니아 제품을 수입하고, 중국 기업이 탄자니아에 투자하고 사업하는 것을 지원함으로써, 탄자니아의 경제 및 사회 발전을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시 주석은 중국은 항상 전략적 관점에서 탄자니아와의 관계를 바라보고 있으며, 탄자니아는 항상 신뢰할 수 있는 우호 국가였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부채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당시 신경제 및 기술 협력의 목적으로 탄자니아에 약 137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해당 보조금이 중국에 대한 탄자니아의 부채를 탕감해 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탄자니아는 팬데믹 기간 동안 현금 유동성 및 생산성 측면에서 큰 적자를 본 나라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당 부채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가 주효했다는 시선이다.

2020년 5월 탄자니아는 중국 정부가 건설 중인 항구의 운영권을 가져가겠다고 하자, 아예 중국에서 빌린 100억 달러(12조 원 정도)를 갚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한두 국가가 아니다. 서방에선 중국이 일대일로를 명분으로 큰돈을 빌려준 뒤 중국 의존도를 높이며 개발도상국들을 ‘부채 함정’에 빠뜨렸다고 비판해 왔다.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일부인 중국-라오스 철도 구간인 루앙프라방 철도 다리 근처에서 노동자들이 건설 자재를 나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일부인 중국-라오스 철도 구간인 루앙프라방 철도 다리 근처에서 노동자들이 건설 자재를 나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 7일 중국이 나이지리아에 투자해 만든 ‘레키 심해 항구’가 완공됐다. 약 15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이 항구는 연간 20피트 컨테이너 120만 개가 처리 가능한 서아프리카 최대 심해 항구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내부에서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채무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레키 심해 항구는 중국이 2015년 민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민관협력사업(PPP)모델을 적용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이 부채 문제에 시달리면서 PPP 모델을 활용한 중국의 인프라 건설 사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프로젝트를 운영하거나 도로 통행료 같은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2022년 10월 31일.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있는 레키 심해 항구의 모습. [사진 신화통신]

2022년 10월 31일.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있는 레키 심해 항구의 모습. [사진 신화통신]

내전이 종식된 직후 스리랑카는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로 항만·공항·고속도로 등을 건설했다. 자금의 일부는 국채로 발행했지만, 대부분은 일대일로를 앞세운 중국에서 빌렸다.

그러나 건설만 무리하게 진행했을 뿐 수요는 고려하지 않았다. 경제성이 없어 수익을 내지 못했고 빚만 늘어났다. 2010년 217억 달러였던 외채는 2021년 510억 달러로 불어났다. 보유 외환은 지난 3월 19억 달러까지 감소했다. 이 와중에 중국은 최대 채권국이 되어 스리랑카 외채에서 최대 26%를 차지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으로 국가부도 상태에 빠진 스리랑카와 잠비아에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지난달 아프리카 17개국의 일부 부채를 탕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과의 불투명한 거래 탓에 국가의 부도 위기 정도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경제 위기에 처한 개도국 부채 조정에 불확실한 자세를 보인다”면서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 자체가 (개도국의)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의 꿈은 정말 탄탄대로를 걷고 있을까.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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