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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후 만취, 무단횡단하다 사망…법원 "중대과실 아냐, 순직"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뉴스1

회식 후 만취 상태에서 무단 횡단하다가 차에 치여 숨진 공무원에게 법원이 '순직' 판단을 내렸다. 회식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만취 상태가 돼 무단횡단의 책임을 묻기 어렵고, 차량도 제한속도 이상으로 달렸다는 이유에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순직유족급여 가결중과실 결정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6급 공무원으로 일하던 A씨는 2020년 6월 10일 부서 회식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집 근처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린 A씨는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차에 치여 사망했다.

A씨 유족은 같은 해 10월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인사혁신처신처는 A씨가 퇴근 중 사고를 당했다고 인정하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만취 상태라 해도 무단횡단한 것은 안전수칙을 현저히 위반한 것'이라며 A씨가 중대한 과실을 행했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중대한 과실로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은 보상금을 절반만 받는다.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는 "A씨가 중대한 과실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인사혁신처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대한 과실'을 '조금만 주의했다면 사고를 미리 인식해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 경우'로 봤다. A씨의 경우는 당시 직무 관련 회식으로 불가피하게 만취 상태가 됐고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으니, 그에게 중대한 과실 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사고 당시 차량이 제한속도보다 빠르게 주행한 점도 사건의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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