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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아닌 산계곡서 '김' 자란다?…소한계곡 '민물김' 먹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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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 근덕면 하맹방3리 소한계곡에서 자생하는 민물김. 바위에 녹색빛으로 덕지덕지 붙은 것이 민물김이다. 국내 유일 소한계곡에서만 자란다. 사진 민물김연구센터

강원도 삼척 근덕면 하맹방3리 소한계곡에서 자생하는 민물김. 바위에 녹색빛으로 덕지덕지 붙은 것이 민물김이다. 국내 유일 소한계곡에서만 자란다. 사진 민물김연구센터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하맹방리 964번지 ‘소한계곡’. 해발 400m 남짓한 고암산과 갑봉산 사이에 자리한 후미진 골짜기다. 걸출한 풍경도 이름난 폭포도 없지만 이 계곡에는 전국 유일의 보물이 숨어 있다. 바로 ‘민물김’이다.

계곡물에서도 김이 자란다. 물론 희귀한 일이다. 과거 함경도와 강원도의 몇몇 계곡에서 자랐다고 알려졌지만, 모두 종적을 감춘 상태. 현재 소한계곡에서만 일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얼핏 이끼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잎이 형태를 확연히 볼 수 있다. 사진 민물김연구센터

얼핏 이끼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잎이 형태를 확연히 볼 수 있다. 사진 민물김연구센터

소한계곡에서 민물김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기가 이맘때 늦가을이다. 민물김은 4월부터 10월까지 성장한다. 다 자라면 한 잎사귀의 최대 길이가 10㎝에 이른다. 계곡 초입의 민물김연구센터에서 김의 생장 환경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태 전 소한계곡에 생태탐방로가 조성되면서 일반인도 민물김 관측이 수월해졌다.

민물김연구센터에서 데크 길을 따라 대략 300~400m가량 거슬러 올라가면, 계곡물이 세차게 휘몰아치는 급류 구간에 닿는데, 이곳이 바로 민물김 서식지다. 바위 위에 녹색 빛으로 덕지덕지 붙은 것이 얼핏 이끼 같지만, 물살에 따라 이파리를 너풀너풀 휘날리고 있는 민물김이다.

2년 전 소한계곡에 조성된 민물김 생태탐방로. 지난여름 촬영한 사진이다. 백종현 기자

2년 전 소한계곡에 조성된 민물김 생태탐방로. 지난여름 촬영한 사진이다. 백종현 기자

민물김연구센터 김동삼 박사는 “민물김처럼 서식 환경이 까다로운 생물도 흔치 않다”며 “석회 성분이 풍부하면서, 사계절 13도 이하의 수온을 유지하고, 초당 1m 이상으로 세차게 흐르는 물에서만 겨우 자란다”고 말했다. 그 천혜의 환경이 바로 소한계곡이다.

계곡물 바로 위에 설치된 출렁다리가 민물김 관측을 위한 명당. 단, 계곡 아래로 내려가거나 민물김을 채취하는 행동은 엄격히 금지한다.

소한계곡 초입의 민물김연구센터에서 민물김 양식이 진행되고 있다. 양식 과정에도 소한계곡의 물이 사용된다. 백종현 기자

소한계곡 초입의 민물김연구센터에서 민물김 양식이 진행되고 있다. 양식 과정에도 소한계곡의 물이 사용된다. 백종현 기자

계곡물 먹고 자란 민물김은 어떤 맛일까. 삼척 초당마을 박달자(73) 어르신은 “바다에서 나는 김보다 덜 짭짤하지만, 감칠맛은 더 강하다”고 말한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도 하맹방3리 초당마을 주민 일부가 민물김을 채취해 식재료로 쓰고, 장터에도 내다 팔았단다. “스무살에 이 마을에 시집와 아이를 낳았는데 그때 시어머니가 계곡에서 김을 뜯어다 김국을 끓여주셨다”고 박 어르신은 회상했다.

2012년 소한계곡이 자연생태 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민물김 채취는 법적으로 금지됐다. 현재는 민물김 연구센터에서 연구 목적으로만 채취하고 있다. 한 해 채취량은 대략 20㎏. 올해는 소한계곡에서 7㎏, 연구센터에서 양식으로 10㎏으로 수확했단다. 현재 비누를 비롯해 민물김을 활용한 다양한 화장품과 식품을 개발 중이다. 계곡물이 마르는 겨울이 오면 민물김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대개 12월 초·중순까지 소한계곡에서 두눈으로 김을 관찰할 수 있다. 계곡 초입 안내 센터에서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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