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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투자 혹한기에 필요한 건 맷집, 초심, 그리고 이것”

중앙일보

입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아홉 번째)이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2022’ 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중기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아홉 번째)이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2022’ 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중기부]

투자 혹한기

스타트업엔 악몽같은 이 단어가 9일 개막한 ‘컴업(ComeUp) 2022’에 등장했다. 컴업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과 중소벤처기업부가 2019년부터 매년 100여곳의 국내 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엑셀러레이터(AC)등 투자자를 한자리에 모으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교류 행사. 이날부터 사흘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컴업에선 스타트업 70곳이 기업 부스를 운영하며, 투자 유치에 나선다.

왜 중요해

컴업은 스타트업과 투자업계 주요 인사가 모이는 행사인만큼 그해 키워드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 올해는 중기부의 역점 사업인 스타트업 해외 진출 관련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컴업의 또 다른 화두는 ‘투자 혹한기’다. ‘CVC는 이 겨울, 어떤 투자 전략을 갖고 있을까’ ‘긴 겨울의 끝은 어디인가’ 등 투자 절벽에 관한 좌담회와 발표 주제가 여럿 등장했다. 전 세계 돈줄이 마르고 있는 현재 스타트업들의 당면 과제는 ‘생존’이기 때문.

개막일 첫 좌담회 무대에 오른 이영 중기부 장관과 박재욱 코스포 의장(쏘카 대표)도 이를 언급했다. “2022년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말해달라”는 요청에 박 의장은 “투자 혹한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을 하는 자금회수 시장도 얼어붙을 것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오는 시기에 스타트업이 일단 생존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혹한기 생존전략?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2022’ ‘파이어사이드챗(담화)’시간에 박재욱 (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쏘카 대표)과 스타트업이 느끼는 최근 투자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중기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2022’ ‘파이어사이드챗(담화)’시간에 박재욱 (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쏘카 대표)과 스타트업이 느끼는 최근 투자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중기부]

생존을 위한,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데 필요한 조언들도 등장했다. 이날 컴업 프로그램에서 나온 핵심 키워드를 꼽아보니.

◦ 맷집 : ‘스타트업 최우선 경영 원칙은 생존.’ 박재욱 코스포 의장의 조언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향후 스타트업 운영의 관건은 봄이 올 때까지 겨울을 견딜 수 있는 ‘맷집’이 있느냐는 것. 그 맷집은 투자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수익 모델이다. 박 의장은 “실제 동작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지가 (투자 혹한기) 이후를 준비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오랫동안 수익을 내면서 가는 회사만이 M&A(인수합병)나 IPO(기업공개)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초심 : 국내 1세대 AC인 퓨처플레이 창업자 류중희 대표는 유동성 위기를 맞이한 스타트업에 “태초로 돌아가라”고 조언했다. 현금흐름이 안 좋아질수록 사업을 시작했던 본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과거 대형 투자가 쏟아지던 시기를 “기업이 어떤 부가가치를 만들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고, 우리 회사의 기업가치에만 집중했던 시기”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더 효율적이면서 개인의 행복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앞으로 10년간 스타트업이 해야 할 일”이라며 “사람들에게 ‘다르게 살게 만들어 주려고 (창업했다고)’ 얘기하는 이들만 앞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2022’에서 이성화 GS리테일 상무와 이종훈 엑스플로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CVC는 이 겨울, 어떤 투자 전략을 갖고 있을까'를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윤상언 기자]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2022’에서 이성화 GS리테일 상무와 이종훈 엑스플로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CVC는 이 겨울, 어떤 투자 전략을 갖고 있을까'를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윤상언 기자]

◦ 백 투 베이직 : “기본으로 돌아갈 시기(It’s time to go back to the basics)”.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7년 동안 스타트업에 투자한 잔뼈 굵은 투자자인 이호찬 ACVC파트너스 대표의 조언이다. 핵심 자산을 지키고, 현금자산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등 기업의 기초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 또 다른 실리콘밸리 VC인 음재훈 GFT벤처스 대표는 “해외 진출 등 사업 확장에 알맞은 시기는 아니다”라며 “사업 비용이 증가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핵심 비즈니스가 안전한지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기=기회 : GS건설이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의 이종훈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보라”고 했다. 좋은 본보기로 언급한 것은 넷플릭스. 2001년 ‘닷컴 버블’로 전체 직원 120명 중 3분의 1 이상을 해고하며 조직을 재정비했다. 위기의 순간에 조직을 효율화하고 사업 모델을 재정비한 덕에 글로벌 대형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단 얘기다. 이 대표는 향후 엑스플로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전략을 묻는 질문에 “기본 자산을 보유한 CVC로서 내부의 리소스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기업(GS건설)의 핵심 사업과 연관된 스타트업에 우선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더 알면 좋은 것

행사를 주최한 중기부도 얼어붙는 벤처투자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난 4일 중기부는 벤처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놨다. 이영 장관은 이날 “벤처투자 활성화는 더는 열심히 하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 엄청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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