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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한 중기부…‘벤처투자 혹한기’ 대응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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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이 4일 서울 강남 팁스타운에서 열린 최근 투자동향과 민간 모펀드 조성 라운드 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중기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이 4일 서울 강남 팁스타운에서 열린 최근 투자동향과 민간 모펀드 조성 라운드 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중기부]

무슨 일이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벤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민간 벤처모(母)펀드’를 조성한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 유동성이 마르며 국내 벤처투자가 얼어붙자, 정부가 직접 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것. 현재 평균 6조원(2017~2021년) 규모인 벤처펀드를 2026년까지 8조 원대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이 뭐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① 벤처투자 인센티브 강화
◦ 운용사에 당근을: 정부의 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펀드를 결성한 운용사가 투자목표비율보다 더 많이 투자하면 관리보수를 추가 지급하고 성과보수도 더 많이 주기로 했다. 모태펀드의 출자사업 선정 시 가점도 부여할 예정. 또한 운용사가 펀드 결성 초기부터 돈을 많이 투자하면 관리보수를 많이 받도록 지급구조도 개선한다. 투자목표비율은 펀드 결성일로부터 40%(만 1년)→70%(만 2년)→90%(만 3년)로 매년 높아진다.

② 정부·민간 ‘투 트랙’
◦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 그동안 모태펀드는 정부가 설립한 한국벤처투자가 정부 자금으로 모펀드를 조성해 벤처펀드에 출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부 자금 없이도 민간이 모펀드를 마련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 민간 자금을 모집해 벤처기업 투자 펀드에 출자하는 민간 벤처모펀드를 만들기 위해서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자금의 60% 이상을 벤처투자에 사용해야 한다. 대신 기획재정부와 협력해 세금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 정부는 지원·민간은 수익: 민간 벤처모펀드가 결성되면 정부 모태펀드와 ‘역할 분담’을 한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민간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수익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기존 정부 모태펀드는 청년·여성창업, 창업 초기 기업 등 투자 유치가 힘들거나 정책적 도움이 필요한 분야를 위주로 지원한다.

③ 글로벌 투자유치 활성화
◦ 해외 VC 누적투자 확대: 정부의 모태펀드가 해외의 VC와 함께 조성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의 규모를 확대한다. 이는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 벤처 스타트업에 투자하도록 한 펀드. 내년 말까지 누적 8조원(21년 말 기준 누적 4조9000억원)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프랑스, 핀란드,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국한했던 공동출자 VC의 국적도 영국, 독일, 중동 등으로 다변화하겠다는 목표다.

④ 신규 벤처금융기법
◦ 조건부 지분전환계약: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기업이나 투자를 받기 어려워 자금난을 겪는 스타트업에게 현금을 지원해줄 수 있는 각종 제도를 도입한다. ‘조건부 지분전환계약’ 등의 제도가 대표적이다.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기업에 대출을 먼저 해주고, 후속 투자를 받으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왜 중요해

중기부가 각종 벤처투자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투자 혹한기’에 부딪힌 스타트업 투자 상황이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 최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시장에 자금이 마르면서 VC의 투자와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 등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

이날 대책 중 중기부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정책은 민간 벤처모펀드 조성. 민간 자금이 벤처투자로 흘러들게 되면 얼어붙은 벤처투자가 급격히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내년에 배정된 중기부의 모태펀드 예산(3135억원)이 올해(5200억원)보다 무려 40%가 삭감되며 벤처 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이를 달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업계 반응은

벤처투자업계는 이날 중기부가 내놓은 대책에 “시의적절하다”는 반응. 이날 이영 장관과 벤처투자업계의 좌담회에는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를 비롯해 지성배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나종윤 타임웍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참석했다.

김종필 대표는 “현재 엑싯(exit, 투자금 회수) 시장이 굉장히 안 좋고, 시장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 부문에서도 수세적인 상황”이라며 “중기부가 현실적인 부분을 잘 짚어줘서 시의적절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성배 회장은 “중기부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물꼬를 텄다는 부분에 감사한다”며 “세제 혜택을 기반으로 좀 더 발전된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어서 민간 모펀드를 활성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 시행 시기는 내년 말?: 중기부가 내놓은 대책을 언제부터 시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민간 모펀드 제도화(벤처투자법)와 벤처투자 활성화에 따른 세금혜택(조세특례제한법)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의 기대만큼 빠른 시기에 대책이 시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 실제로 중기부 내부에선 내년 하반기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단기적인 처방법이 아닌 중장기적 벤처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 모태펀드 예산안 삭감: 민간 모펀드 결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정부가 모태펀드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는 여전히 존재한다. 최성진 대표는 “워낙 투자가 위축된 상황”이라며 “새롭게 투자 시장에 들어오는 이들은 예산안이 삭감되면 이를 부정적인 시그널(신호)로 인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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