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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복' 160여명 승리했지만…트럼프 웃지 못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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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압승을 발판 삼아 2024 대선의 승기를 잡으려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획이 복잡해졌다. 공화당의 '4년만의 하원 탈환'은 유력하지만 의석 수를 크게 늘리지 못하는 등 '레드 웨이브'가 사실상 일지 않아서다. 트럼프 측은 자신들이 지지한 '트럼프 키즈'의 입성을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며 재출마 바람 몰이에 나설 전망이다.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마러라고 팜 비치에서 기자들과 만나기 전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마러라고 팜 비치에서 기자들과 만나기 전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중간선거에 연방 상·하원 및 각 주(州)의 주요 공직에 출마한 공화당원 중 약 300명이 지난 대선 때 트럼프와 함께 선거 결과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선거 부정론자'라고 전했다. 일명 '트럼프 키즈'로 불리는 이들 가운데 160여 명이 당선을 확정짓거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미 동부시간 9일 오전 3시 기준).

대표적인 '트럼프 키즈'인 J.D 밴스(38)는 이날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10선 하원의원 출신인 팀 라이언 민주당 후보를 득표율 53.5 대 46.5로 꺾고 승리했다(개표 95%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하루 전 마지막 지원 유세를 오하이오주에서 펼치며 밴스 당선인에 힘을 실어줬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라고 비판했던 밴스는 정계 입문 이후 트럼프를 "내 생애 최고의 대통령"으로 치켜세웠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2020 대선 음모론'에 대해서도 "선거가 도둑맞았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 초반 백악관 홍보비서겸 소통 수석을 맡아 '트럼프의 입'으로 불렸던 새라 허커비 샌더스 공화당 후보는 아칸소주에서 주지사로 당선됐다. 마조리 테일러 조지아 하원의원, 케이티 브릿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역시 대표적인 '트럼프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의 지지를 등에 업은 J.D 밴스가 8일 오하이오주 공화당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사진은 7일 마지막 유세에 나선 밴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의 지지를 등에 업은 J.D 밴스가 8일 오하이오주 공화당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사진은 7일 마지막 유세에 나선 밴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0년 대선 불복'에 동의한 공화당원들이 대거 정치권에 입성한 것에 대해, 공화당 내부에선 선거 운동 과정에서 트럼프가 강조한 '바이든 정부 경제 심판론'이 유권자에 먹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내내 "바이든과 민주당이 5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냈다"면서 날을 세웠다.

실제로 에디슨리서치 출구 조사 결과,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32%)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가난하다'(39%), '좋지 않다'(36%)고 암울한 평가를 내렸다.

트럼프는 이같은 선거 결과를 자신의 공적으로 포장하며,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당선인들은 상·하원과 각 주 정부·의회에서 활약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준비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특히 주 선출직의 경우 이해관계에 맞춰 선거제도를 바꿀 수도 있다.

트럼프는 벌써 당내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견제하고 나섰다. 지난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디샌티스를 겨냥해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아주 심하게 다칠 수 있다"며 경고했다. 트럼프는 최근 차기 공화당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자신은 71%, 디샌티스는 10%라고 주장했다.

11월 8일 플로리다주 주지사로 재선이 확정된 론 디샌티스가 딸과 함께 플로리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1월 8일 플로리다주 주지사로 재선이 확정된 론 디샌티스가 딸과 함께 플로리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초접전지로 강조됐던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친 트럼프' 인사인 메메트 오즈 공화당 후보가 존 페터만 민주당 당선인에게 밀려 낙선하는 등 트럼프의 치적 내세우기가 타당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개입이 없었다면 공화당이 오히려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았을 수도 있다면서 이번 중간선거로 그의 당내 입지가 훨씬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뽑혀도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백악관 기밀 자료를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는 그를 기소할지 검토 중이고, 뉴욕 검찰 역시 트럼프 일가의 탈세·사기 의혹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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