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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천하 열렸다, 삼성화재배 2전3기 끝에 생애 첫 우승

중앙일보

입력

신진서 9단이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8일 시상식 직후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어 보이는 신진서 9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신진서 9단이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8일 시상식 직후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어 보이는 신진서 9단.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신진서(22) 9단이 2022 삼성화배재에서 우승했다.
신진서 9단은 8일 온라인 대국으로 열린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2국에서 최정(26) 9단에게 184수 만에 백 불계승하고 결승 전적 2승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메이저 세계 대회 결승 사상 첫 남녀 성 대결은 남자 1위이자 세계 1위 신진서 9단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삼성화재배 우승으로 신진서 9단은 세계 바둑계에 신진서 시대를 열어젖혔다. 명실상부 당대 최강 기사이지만 삼성화재배와는 인연이 없던 신진서 9단이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준우승의 아픔을 딛고 생애 최초로 삼성화재배 우승컵마저 들어 올렸다. 국후 인터뷰에서 신진서 9단은 “세 번 연속 결승에 올랐는데, 또 준우승하면 삼성화재배와 더이상 인연이 없을 것 같아서 올해는 정말 우승이 간절했다”며 “앞으로도 모든 대회에서 최대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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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시상식 장면. 왼쪽부터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 준우승자 최정 9단, 우승자 신진서 9단, 삼성화재 황상민 상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시상식 장면. 왼쪽부터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 준우승자 최정 9단, 우승자 신진서 9단, 삼성화재 황상민 상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신진서 9단의 기록은 가히 압도적이다. 삼성화재배 우승으로 현재 운영 중인 메이저 세계 대회 5개 중 3개 대회(LG배, 춘란배)의 타이틀 보유자가 됐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응씨배도 진즉에 결승에 올랐으나, 코로나 사태로 중국 셰커 9단과의 결승전이 미뤄지고 있다. 몽백합배만 신진서 9단이 이번 대회 32강에서 물리친 중국의 미위팅 9단이 갖고 있다.

신진서 9단은 2020년 11월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중국 커제 9단에게 패한 뒤 지난 2년간 국제대회에서 외국 선수에게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의 미위팅 9단과 판팅위 9단을 잇달아 꺾어 국제대회 외국 선수 상대 연승 기록을 31연승으로 늘렸다. 통계 사이트 ‘고레이팅(Go Ratings)’에서도 신진서 9단은 2019년 1월부터 4년째 세계 1위를 질주 중이다.

국내 기록은 비교 대상이 없다. 2020년 1월부터 35개월째 국내 랭킹 1위를 독주 중인 신진서 9단은 승률·다승·상금 등 전 부문에서 국내 1위에 올라 있다. 2020년엔 연간 승률 88.37%를 기록하며 이창호 9단이 보유했던 최고 승률(88.24%, 1988년)을 넘어섰고, 지난 8월에는 GS칼텍스배 5연패를 달성해 국내 선수권전 최다 연패 기록도 갈아치웠다(이전 기록은 이창호 9단이 1996∼1999년 세웠던 천원전 4연패).

신진서 9단은 국내 기사 연간 최다 상금 경신도 눈앞에 뒀다. 삼성화재배 우승 상금 3억원을 합하면 신진서 9단의 올해 상금 총액은 13억9356만1319원이 된다. 2014년 이세돌 9단이 세운 역대 최고 기록(14억33만7670원)과 1677만6351원 차이로 좁혀지는데, 이후 예정된 중국 갑조리그에서 한 판만 이겨도 2000여만 원을 받아 이세돌 9단의 기록을 깰 수 있다. 이전에 국내 기사 중 연 수입 10억 원 이상을 기록한 기사는 모두 5명 있었다. 그 중에 신진서 9단이 2020년과 2021년 두 번 올라 있다.

2022 삼성화재배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최정 9단. 여자기사 최초로 세계 대회 결승에 오른 주인공이다. 8일 시상식 직후엔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22 삼성화재배에서 최고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최정 9단. 여자기사 최초로 세계 대회 결승에 오른 주인공이다. 8일 시상식 직후엔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결승에서 비록 한 번도 못 이기고 물러나긴 했지만, 최정 9단의 선전은 길이 남을 만하다. 여자기사 최초로 메이저 세계 대회 결승에 오른 최정 9단은 최강자 신진서 9단을 맞아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펼쳤다. 특히 8일 열린 결승 2국에선 백 대마를 맹렬히 공격해 신진서 9단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국후 인터뷰에서 최정 9단은 “세계 대회 결승에서 바둑을 두는 모습을 많이 상상했었는데 실제로 두게 돼 너무 기뻤다”며 “3국까지 못 가서 아쉽긴 하지만 정말 기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올해로 27회를 맞은 삼성화재배는 신진서 9단의 생애 첫 우승, 최정 9단의 여자기사 최초 결승 진출, 대회 최초 한국 선수 4강 독식 등 숱한 화제를 뿌리고 막을 내렸다. 신진서 9단의 우승으로 한국은 삼성화재배에서 모두 14회 우승컵을 가져가게 됐다.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은 11회, 일본은 2회 우승했다.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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