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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보고 받았다" 셀프 수사 논란된 윤희근도…특수본 압수수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8일 오전 10시부터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집무실 등 5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지방자치단체·소방당국의 지휘·보고 라인과 경찰 지휘부의 과실 여부 규명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찰청 특수수사본부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용산구 용산구청장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경찰청 특수수사본부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용산구 용산구청장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압수수색 대상은 경찰과 용산구청, 소방과 서울교통공사 4개 기관으로 분류된다. 용산구청은 재난안전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이며 소방은 긴급구조기관, 경찰은 긴급구조지원기관에 해당한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참사 당일 이태원역 무정차 요청 여부를 두고 경찰과 진실공방 양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경찰의 경우 총 26곳이 압수수색 장소가 됐으며 경찰청장실 등 3곳(경찰청), 서울경찰청장 및 112상황실장실 등 16곳(서울경찰청), 용산서장 및 용산서 정보·경비과장실 등 7곳(용산서)이다. ▶용산구청은 구청장·부구청장실 및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 등 19곳 ▶소방은 참사 당일 인명피해 최초 신고(오후 10시 15분)가 접수된 서울종합방재센터 및 관할 용산서방서 등 7곳 ▶서울교통공사는 본부와 이태원역 등 3곳이 압수수색 대상이다.

 특수본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참사 당일 각 기관의 대응 상황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특수본의 한 관계자는 “사고 관련 경찰이나 용산구청이나 소방 등 모든 기관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경찰의 경우 이태원 인파 운집 관련 안전 대책을 사전에 소홀히 했는지 여부와 사고 전후 대응 및 보고 과정이 조사의 초점이다. 용산구청에 대해선 재난안전법상 주무 지방자치단체로서 안전 대책 수립 및 상황 대응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소방에 대해선 ‘구급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을 사실상 묵살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8일 오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중구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의 모습. 뉴스1

8일 오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중구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의 모습. 뉴스1

 특수본은 수사관 84명을 투입해 주요 피의자 및 참고인의 휴대전화, 핼러윈 데이 관련 보관 문서, PC 전자정보 및 폐쇄회로(CC)TV 영상파일 등을 압수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지난 2일 첫 압수수색 당시 제외했던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집무실도 포함됐다. 전날(7일) 특수본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류미진 총경,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6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윤 청장과 김 청장은 아직 참고인 신분”이라며 “압수수색은 이 전 서장과 류 총경 등의 혐의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윤 청장 등의 휴대전화도 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사 다음날인 30일 오전 0시14분 경찰청 상황담당관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이후 대통령실 파견 경찰관(행정관)과의 몇 시에 연락했는지를 묻자 윤 청장은 “지금 핸드폰이 압수 당한 상태로, (통화내역을) 지금 갖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수뇌부 입건 및 압수수색은 경찰의 과실을 경찰이 수사한다는 ‘셀프 수사’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윤 청장 집무실의 경우 이날 오전 예결위 참석 일정을 고려해 오전 9시쯤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됐다.

 전날 윤 청장은 예결위에 출석해 이임재 전 용산서장 집무실과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여부를 두고 “현재까진 하지 않았고, 추가적으로 할 수 있단 보고를 받았다”고 발언해 셀프 수사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특수본은 윤 청장의 지시로 지휘부 보고·감독을 받지 않는 독립적 특별기구로 지난 1일 설치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후 윤 청장은 “보고를 받지 않지만, (특수본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며 말을 주워담았다.

 다만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사고 현장 인근 해밀턴호텔은 포함되지 않았다. 해밀턴호텔은 불법 건축물을 설치해 사고가 일어난 골목의 한 구간을 3.2m까지 좁히게 해 병목 현상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본지 보도로 알려진 곳이다. 경찰은 건축법 저촉 여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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