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휘감독 강화 행안부 장관...참사 후엔 소방만 찾았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난 안전 컨트롤타워인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이태원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장관은 8월 행안부 내 경찰국을 출범시키며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강화했으나 참사 보고 뒤 경찰 수뇌부를 찾지 않았다. 당일 행적도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이 장관, 대통령 지시 후 소방만 직접 연락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를 처음 보고받은 시점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20분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지 1시간 5분이 지난 시점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상황실로부터 보고받은 시점보다 19분이나 늦었다. 이 장관은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와 연락체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경찰 수뇌부와는 일절 연락하지 않았다. 그사이 경찰 내 보고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오후 11시36분 당시 이임재 용산서장의 보고로, 윤희근 경찰청장은 2시간 가까이 지난 이튿날 0시14분이 돼서야 경찰청 상황2 담당관의 전화로 각각 참사 발생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게 경찰의 공식 설명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장관-경찰 수뇌부 보고체계 '뚝' 

현재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경찰청과 재난상황 보고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사고 발생 3시간 45분 전인 6시34분 첫 112 구조신고를 시작으로 오후 10시11분까지 모두 11건의 관련 신고 전화가 잇따랐지만, 행안부에는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 이처럼 이 장관과 경찰 수뇌부 간 보고체계도 끊겨있었던 셈이다.

한편 윤 대통령이 사고 관련 첫  지시를 한 것은 11시21분이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지시 내용은 “행안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 부처 및 기관에서는 피해 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구급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재난 안전분야 책임자인 이 장관에게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지시를 내렸는지, 또 대통령 지시가 장관에게 제대로 전달됐고 장관은 정확히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등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재 이 장관의 보고부터 현장 도착 전까지 공개된 참사대응 역할은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과 전화상 관련 대책 논의(오후 11시31분) ▶재난안전비서관 사고현장 파악지시(오후 11시49분) 수준 정도다.

이밖에 서울 한복판에서 길 가던 시민 수백명이 위급한 상황임을 경찰, 행안부보다 먼저 파악한 국정상황실은 대통령보고 외 무엇을 했는지도 현재로썬 의문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묵념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뉴스1

이 장관, 참사현장 도착 전 뭘했나 

이 장관의 참사 당일 행적도 명확지 않다.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 이 전 용산서장과 달리 시간대별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0시45분 사고 현장에 나타났다. 재난안전비서관으로부터 참사상황을 보고받은 지 1시간 25분이 지나서다.

중대본은 6일 ‘이 장관 행적을 장소, 시간대별로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기자단 질의에 “당일 저녁을 집 앞에서 한 뒤 계속 자택에 머물러 있었다”고만 밝혔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이 장관 자택은 강남 압구정동이다. 일부 구간 정체에도 차로 2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