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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네가 먼저” “사랑해” 유족·친구들 눈물의 배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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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참사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메시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참사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메시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착한 앤데, 같이 갔던 친구를 구하려다 그만….”

한국·오스트리아 이중국적인 김모(24)씨의 입관식이 시작되자, 굳게 닫힌 지하 1층 장례식장 입관실 문틈으로 통곡이 새어 나왔다. 입관실 밖 김씨 지인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서로 어깨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영정 사진의 김씨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발인은 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김씨 가족은 운구차에 실린 관을 쓰다듬으며 흐느꼈고, 어머니는 관에 머리를 대고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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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조문객은 “(김씨가) 친구 여럿과 이태원에 같이 갔는데, 친구들이 위험해지자 구해주려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며 “다친 친구도 있지만, 같이 간 친구들은 모두 살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문객은 “착하고 귀한 아들이었다. 외국인 친구가 빈소에 와서 ‘자기 때문이라고’ ‘죄송하다’며 울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가족 이민으로 오스트리아 국적을 얻은 김씨는 “부모님과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싶다”며 지난 9월부터 한 대학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오는 7일 오스트리아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사흘째인 이날, 빈소가 일찍 차려졌던 서울의 몇몇 장례식장에선 희생자 발인이 진행됐다. 유족과 지인은 통곡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희생자 빈소가 마련된 일부 장례식장에는 분향소가 차려지면서 의료진과 시민이 찾아 헌화와 묵념을 했다.

이날 오전 한림대 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희생자 김모(27)씨 발인식이 열렸다. 친구들이 운구를 위해 장갑을 끼는 사이, 아버지는 영정 사진을 바라봤고, 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장례지도사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아버지는 “아들, 사랑하는 거 알지? 너무 빨리 갔다. 훨훨 잘 날아가. 다음에 보자”며 울먹였다. 어머니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오열하다 부축을 받아 겨우 이동했다.

또 다른 희생자 이모(24)씨 유족은 이날 빈소에 모여 기도하고 찬송가를 불렀다. 아버지는 기도문을 읽다가 “저를 데려가지 그러셨습니까” “어린아이들 보내는 거 말도 안 됩니다”라고 울부짖었다. 이번 참사 희생자 중에는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다. 희생자 영정 앞에는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이 놓였다. 이날 오전 서울삼육병원의 이모(26)씨 영정 앞에는 과자 3봉지가 열린 채 놓여 있었다. 같은 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의 전직 치어리더 김모(25·여)씨 영정 앞에도 과자와 음료수가 놓였다. 김씨 발인은 가족과 친구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친구 4명이 한꺼번에 참변을 당한 일본어 강사 박모(29·여)씨 발인도 이날 오전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박씨 등 친구 5명이 이태원에 같이 갔다가 먼저 귀가한 1명을 뺀 4명이 숨졌다. 앞서 이날 오전 일찍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최모(24)씨 발인이 엄수됐다. 최씨 큰어머니는 “공부를 잘해 강릉에서 서울로 대학을 갔다”며 비통해했다. 취업 2개월 차였던 최씨는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일 오후 6시 기준 156명(남성 55명, 여성 101명)으로 전날보다 2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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