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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단일 대오에 균열?…빅스텝 놓고 이견 확인된 금통위 의사록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월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합의는 경기 침체를 감수한 긴축 속도전이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견뎌내겠다(Keep at it)”는 각오다. 다만 한국은행의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는 긴축 속도전에 대한 이견이 확인됐다. 한국 경제가 가파른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을지가 이견의 핵심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연합뉴스

1일 공개된 10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엔 한은의 복잡한 심경이 담겼다. 한은은 10월 12일 금통위 때 기준금리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연 3%로 올렸다. 다만 주상영·신성환 위원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빅스텝 인상이 다수가 된 건 5%대에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물가상승률과 강달러 발 원화가치 추락이다.

빅스텝 인상을 주장한 한 금통위원은 “물가상승 수준이 여전히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를 크게 상회하고 고물가의 확산과 지속성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외(한·미)금리 차 확대가 원화 약세 기대 쏠림과 자본유출 심화 등 외환부문 불안정뿐만 아니라 추가적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고물가에도 금통위의 속내가 복잡해진 건 중립금리 수준까지 치솟은 금리 때문이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냉각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동안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한은이 추정하는 중립금리 수준을 연 2.25~2.75%로 제시했다. 10월 금통위의 결정으로 한국 기준금리는 중립금리를 넘어섰다. 긴축 속도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경제가 급격한 긴축을 감내할 수 있을지 등을 놓고 견해가 갈렸다. 빅스텝 인상 의견을 낸 한 금통위원은 “성장세의 급격한 둔화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내수 부문이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비춰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손실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면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달랐다. 급격한 긴축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물가는 시차를 두고 내려가고 있는 반면, 경기 하락에 대한 위험(리스크)은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인 한국은 대외여건에 따라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을 수 있다.

베이비스텝 인상 주장을 한 금통위원은 “내년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도 그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이고, 반도체 업황 전망도 상당히 불투명하다”며 “과도한 금리 인상은 단기적으로 물가안정에 주는 효과가 제한적이면서, 중기적으로 대외 리스크 요인과 맞물려 성장 경로의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통위원 간 의견이 엇갈리며 오는 24일 열리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폭 예측은 난수표가 됐다. 다만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빅스텝 인상을 주장한 금통위원들도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을 제시했다.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는 중립금리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까지 인상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향후 인상 폭과 속도는 해외 주요국의 경기 및 금리 경로, 국내 성장과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과 금융시스템 전반의 감내력 등을 고려해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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