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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따로 물가지수 실제 따로|정부발표 현실반영 제대로 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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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비자물가지수는 과연 우리의 물가와 소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발표 지수물가와 장바구니 물가와의 커다란 괴리감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들은 올 들어 크게 오른 집 값·전세 값·식료품값 때문에 장바구니 물가가 수십% 오른 것으로 느낀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는 10월말 현재 지난해 말에 비해 9.2%상승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정부가 현재 90년 도를 기준으로 소비자물가 재편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과연 이번에는 감각물가와의 차이를 어느 정도나 줄여「생활 속의 통계」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자못 주목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경제기획원 조사통계 국이 매달 전국 11개 주요도시의 42개 시장에 있는 3천여 개의 소매점포에서 4백11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 지수화해 발표하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5년마다 기준연도가 바뀌며 현재의 지수체계는 85년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당시 도시가계 조사결과(가구당 월 평균 지출규모 33만1천6백83원)를 토대로 소비지출액비중이 가구 당 평균지출액의 1만 분의1을 넘고 금액으로 33원 이상 되는 품목 중에서 가격변동폭이 큰 4백11개 품목이 조사대상품목으로 선정됐다.

<85년 기준으로 산출>
이들 품목에는 지출규모에 따라 가중치가 붙는다. 1천을 기준으로 해서 일반미는 79.1, 배추는 8.7, 전세 값은 82.8 등의 가중치를 둔다.
그러나 급속한 기술개발로 새롭고 질 좋은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데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소비패턴도 달라지기 때문에 몇 년 전의 기준에 따라 작성되는 물가지수는 기준연도에서 멀어질수록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게 마련이다. 특히 매년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엔 더욱 그렇다.
예를 들면 현재 소비자물가는 85년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최근 2∼3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난 승용차 값·휘발유 가격 등은 아예 조사대상 품목에도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승용차나 휘발유 값이 껑충 뛰어도 소비자 물가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수입쇠고기도 지난 9월부터 비로소 쇠고기 자체의 가중치를 한우와 수입쇠고기로 나 둬 끼워 넣었다.
내년에 90년 도를 기준으로 조사품목을 조정할 때 좁쌀·수수·숯·기와·곤로 등은 그 대표성과 중요성이 떨어져 품목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새로 추가될 품목으로는 승용차·휘발유·주차요금·바나나·햄버거·아파트관리비·기성복코트·VTR·전자레인지·진공청소기 등 이 꼽히고 있다.
가중치도 크게 바뀐다. 60년대만 해도 전체 가계지출의 4분의1을 차지하던 쌀은 85년 물가지수 개편 때는 가중치가 10분의 1아래로 떨어졌다. 90년 도를 기준으로 한 개편에서는 채소 등 다른 식료품과 함께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집세·서비스·문화·공산품 등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집 값·땅 값이 크게 치솟았지만 부동산값은 지수에 반영되지 않아 지수물가와 감각물가와의 괴리를 느끼게 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기획원에선 소비자물가 지수는 소비생활에 쓰이는 물품의 가격변동을 반영하는 것인데 토지나 주택구입 비는 주식매입·저축과 같이 재산증식에 해당되는 지출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토지·주택가격상승은 소비자물가 지수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다만 전·월세 등 집세는 소비지출로 여겨 반영시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소비자물가지수를 공식적으로 작성·발표하고 있는 1백46개국 중 미국·일본·독일·영국 등 38개국에서는 자가주택이라 하더라도 이를 임대주택에서 사는 것으로 가정, 임대료·주택구입 비 대출이자·보험료 등의 주택관련비용을 지수산정에 포함시키고 있다.

<정부도 난센스 인정>
기획원도 부동산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는 우리실정에 이를 물가조사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난센스라는 지적에 따라 내년도 조정 때 주택구입 비 자체는 아니지만 외국과 같이 자기소유 주택을 임대기준으로 평가(귀속 가임)해 포함시킨「주택소유비용 반영지수」를 일반소비자물가지수와 별도로 매달 작성해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획원은 또 지수물가와 피부물가의 괴리를 줄이는데는 국민 각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물가통계를 제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아래 소득계층별·가구주직업별·주택소유별 등으로 물가지수를 새로 만들어 발표할 방침이다.

<신뢰 높일 방안 도입>
이와 함께 90년 기준 물가지수개편 때는 조사대상품목과 조사대상지역도 늘려 물가통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통계가 물론 현실과 완전 일치하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통계도 결국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정확성이 생명이며 경제정책도 올바른 통계를 토대로 해서만이 제대로 세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물가지수 개편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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