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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우에게 낭만·순수함 되찾아 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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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해초 히말라야 등정 당시 크레바스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해 화제가 됐던 산악인 최강식(26.경상대 체육학과 4년.사진)씨가 16일 경상대(경남 진주시)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최씨는 지난해 1월17일 경남산악연맹소속으로 선배 산악인 박정헌(35)씨와 함께 히말라야 촐라체봉 (해발 6440m)정상에 올랐다가 서로 로프로 연결한 채 하산 하던 중 깊이 25m의 거대한 크레바스에 빠졌다. 순간 박씨는 피켈을 얼음에 박으며 제동을 걸었으나 피켈은 날아가고 갈비뼈 마저 부러졌다. 자일을 끊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선배 박씨는 끈을 놓지 않았고, 최씨는 크레바스를 빠져 나오려는 사투를 벌였다. 최씨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18m까지 올라갔지만 입구를 막은 오버행(암벽 일부가 처마처럼 돌출된 부분)을 넘어 설 수 없었다.

최씨는 마지막 힘을 다해 3시간의 사투 끝에 크레바스를 빠져나왔지만 이는 기나긴 고난의 서막일뿐이었다. 두사람은 살인적 강추위속에서 5일 간 비박(텐트 없이 자는 비상노숙)을 하며 버틴 끝에 야크몰이꾼에게 발견돼 구조됐다. 하지만 그 때 걸린 동상으로 최씨는 10개의 발가락과 9개의 손가락을 잘라냈고 박씨는 10개의 발가락과 8개의 손가락을 잘라내야 했다. 목숨을 걸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두사람의 사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줬었다.

최씨의 학생회장 출마도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히말라야 원정이 계기가 됐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뒤 의미있는 대학생활을 보내자고 생각했죠. 때묻지 않은 신입생들에게 국가보안법 철폐.미군철수 등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운동권 학생회를 밀어내고 학우들에게 낭만과 순수함을 되찾아 주고 싶었어요."

선거운동도 재미있게 진행했다. 개그와 마술을 보여주는 '축제같은 선거'를 이끌어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 학생회도 취업과 복지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이끌 계획이라고 한다.

진주=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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