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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되면 갈테니 닥치길" 가사대로…진부터 군대 가는 BT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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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영화 '헌트' VIP 시사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진. 뉴스1

지난 8월 영화 '헌트' VIP 시사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진. 뉴스1

방탄소년단(BTS)이 입대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17일 “진(김석진)은 이달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병무청의 입영 관련 절차를 따를 것”이라며 “다른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병역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030 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을 위한 부산 콘서트가 마무리된 지금이 이를 알려드리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1992년생으로 만 30세인 진은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으로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다. BTS는 2018년 화관문화훈장을 받아 대중문화예술분야 우수자 자격으로 연기가 가능했다. 현행 병역법은 대통령으로 정하는 예술ㆍ체육 분야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체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예술ㆍ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대중문화는 포함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BTS가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시작으로 2018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수상, 2020년 그래미 어워드 후보 지명 등 미국 3대 음악상을 휩쓸면서 이들의 병역 문제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됐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이들의 대체 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병역법 개정안은 국회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면서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부산 공연 끝난 지금 적기라고 판단” 

15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 사진 빅히트 뮤직

15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 사진 빅히트 뮤직

2013년 데뷔한 BTS는 지난 6월 발매한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를 끝으로 1막 활동을 마무리한 만큼 연말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입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진은 15일 부산에서 “현재까지 잡힌 공연은 이게 마지막”이라며 싱글 발표 계획을 깜짝 공개했다. 지난 7월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를 발표한 제이홉을 시작으로 개별 활동이 이어질 전망이다.

남은 멤버 슈가(민윤기ㆍ29), RM(김남준ㆍ28), 제이홉(정호석ㆍ28), 지민(박지민ㆍ27), 뷔(김태형ㆍ27), 정국(전정국ㆍ25) 등도 순차적으로 입대할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는 “당사와 멤버들은 대략 2025년에는 BTS 완전체 활동의 재개를 희망하고 있지만, 현시점에 정확한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각 멤버의 병역 계획에 맞춰 당분간 개별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멤버들의 입대가 늦어지면 완전체 활동이 늦어질 수도 있다. 병역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막내 정국은 2026년까지 입대를 미룰 수 있다. BTS 멤버들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15일 공연에서 “믿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엑소 등 같은 3세대 보이그룹이 순차적으로 군대에 가면서 일부 멤버로 팀 활동을 이어오기도 했지만, BTS는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7’(2020) 등 앨범명에 ‘7’이라는 숫자를 넣을 정도로 완전체에 의미를 부여해왔다. 멤버들 역시 최근 ‘7’ 타투를 새기는 등 변치 않은 우정을 자랑하고 있어 일부 멤버로 BTS 팀 활동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때 되면 갈테니까 닥쳐길” 노래도

이날 BTS 공연을 보기 위해 국내외서 10만명이 부산을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 빅히트 뮤직

이날 BTS 공연을 보기 위해 국내외서 10만명이 부산을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 빅히트 뮤직

팬덤 아미는 BTS의 이같은 결정을 반기는 모양새다. 2020년 2월 기자간담회에서 진이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예정”이라고 말하는 등 멤버들이 여러 차례 입대 의사를 밝힌 것과 무관하게 정치적 이슈에 얽히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이다. 슈가는 그해 5월 발표한 믹스테이프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에서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XX들 싸그리 다 닥치길”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미는 “K팝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온 BTS가 제대 후 활동하지 않을 것도 아닌데 평생 병역 문제를 꼬리표처럼 달고 가는 것보다 제대로 다녀오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예전부터 유엔 연설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파해왔는데 최근 들어 마치 병역을 빌미로 정치권 행사에 불려 다니는 것처럼 보여서 안타깝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이브 이진형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몇 년간 병역 제도가 변하고 있어 향후 활동 계획을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아티스트가 힘들어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가 4분의 1…BTS 리스크 극복할까

하이브가 소속사 발표에 앞서 투자 판단 관련 주요사항으로 공시한 것도 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BTS 입대 소식이 전해진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4% 떨어진 11만5000원을 기록했다. 병역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면서 지난해 11월 최고점(42만1599원) 대비 4분의 1토막 난 상황으로 추가 하락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BTS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멀티 레이블 체제로 전환하면서 리스크도 줄어들었다. 빅히트 뮤직 직속 후배인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도 지난 4월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월드투어에 나섰고, 민희진 대표가 이끄는 어도어뮤직 걸그룹 뉴진스는 7월 데뷔 앨범으로 음원 차트를 휩쓸며 올해 가장 주목받는 신인 그룹이 됐다. 플레디스의 세븐틴도 BTS를 잇는 음반 파워를 자랑하는 간판 스타다. CJ ENM과 합작한 빌리프랩에서 데뷔한 엔하이픈, 걸그룹 명가 쏘스뮤직에서 데뷔한 르세라핌 등 라인업도 탄탄하다. 지코가 설립한 KOZ엔터테인먼트도 하이브 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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