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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살았다 아이가"…BTS, 최신곡 빼고 "마 시티" 부른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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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옛 투 컴 인 부산' 콘서트. 사진 빅히트 뮤직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옛 투 컴 인 부산' 콘서트. 사진 빅히트 뮤직

“부산 콘서트 준비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죠. 그런데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 않냐. 오늘 이렇게 즐거운 기억을 다 같이 만들었다는 게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방탄소년단(BTS) 나이 들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저희가 첫 대상 받고 6년 정도 흘렀죠. 앞으로 10년이 뭐예요. 20년, 30년 더 이 자리에 있을 것 같아요. 우리 한번 같이 늙어봅시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공연 #국내외서 10만명 이상 찾아 부산 즐겨

15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을 마무리하며 슈가가 밝힌 소감이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홍보대사로 나서 대규모 무료 공연을 준비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번 공연은 당초 기장군 일광 특설무대에서 10만명 규모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장소를 변경하면서 절반 규모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BTS는 140여분간 19곡을 부르며 글로벌 팝스타로서 흠잡을 데 없는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3월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PERMISSION TO DANCE ON STAGE)’ 3회 공연을 선보인 지 7개월 만에 열린 공연이지만 완전히 달라진 세트리스트를 선보였다.

“부산 살았다 아이가…웰컴 투 마 시티”

6월 발매된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에 수록된 신곡 3곡을 콘서트에서 처음 선보였다. 사진 빅히트 뮤직

6월 발매된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에 수록된 신곡 3곡을 콘서트에서 처음 선보였다. 사진 빅히트 뮤직

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방탄소년단 로고를 따서 만든 무대. 사진 빅히트 뮤직

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방탄소년단 로고를 따서 만든 무대. 사진 빅히트 뮤직

6월 발표한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Proof)’에 수록된 신곡 ‘옛 투 컴’ ‘달려라 방탄’ ‘포 유스(For Youth)’ 등을 추가하고 ‘퍼미션 투 댄스’ 등 최신 히트곡도 과감히 빼버렸다. 공연을 시작하며 “페스티벌처럼 함께 뛰고 놀며 즐겨달라”라고 요청했던 RM은 “스탠딩 공연이 처음이라 안전상의 이유로 준비한 이동 무대를 진행하지 못해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특히 ‘퍼미션 투 댄스’ 등 최신 히트곡을 과감히 빼고 2015년 발표한 ‘마 시티(Ma City)’를 넣은 것이 눈에 띄었다. 일곱 멤버가 각자 자신을 키워준 고향에 관해 이야기한 노래다. 부산 출신인 지민은 “고향으로 모실 수 있어서 너무 설렌다”며 “부산에서 하는 공연인데 이 곡을 빼놓을 수 없었다. 웰컴 투 마이 시티”를 외쳤다. 정국은 “나 부산 살았다 아이가” 등 다양한 사투리로 인사를 건넸다. 뷔는 “이번 콘서트가 일회성이긴 하지만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문이 열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BTS 대형 로고로 꾸며진 무대에는 2013년 데뷔하던 때부터 10년 차가 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진과 영상이 등장했다.

진 “예정된 공연은 마지막, 싱글 낼 것”

방탄소년단 부산 콘서트 기간 동안 도시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든 모습. 사진 부산시

방탄소년단 부산 콘서트 기간 동안 도시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든 모습. 사진 부산시

지난 6월 유튜브를 통해 팀보다 개인 활동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팬들을 안심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1992년 12월생으로 연말까지 병역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입대를 해야 하는 맏형 진은 “잡혀 있는 콘서트는 이게 마지막이었다. 앞으로 또 언제 콘서트를 하게 될까. 다시 이런 콘서트를 할 수 있을까. 이 시간과 감정을 많이 담아둬야겠다 생각했다”며 “투어 약속이야 언제든지 잡으면 되니 그때 또 오실 거죠”라고 물었다. 지난 7월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를 발표한 제이홉에 이어 두 번째 타자로 나설 것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진은 “평소 좋아하던 분과 인연이 닿게 돼 싱글을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이홉은 “솔로로 먼저 활동해보니 멤버들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며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괜히 더 마음이 울컥하고 찡했다. 이제는 믿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M은 “저희 앞에 무슨 일이 펼쳐지더라도 방탄소년단 일곱명의 마음이 같고, 저희를 믿어주신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굳건히 잘 이겨나가고 행복하게 공연하고 음악 만들 거니까 부디 믿음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민은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은 맛보기”라며 “30년, 40년 더 가자”고 말했다. ‘옛 투 컴’ 가사처럼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BTS의 말에 아미는 “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은 없는 우리”라고 적힌 슬로건을 흔들며 화답했다.

“티켓 없어도 괜찮아” 부산항 집결

15일 공연장에서 만난 브라질 팬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팀복을 맞췄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15일 공연장에서 만난 브라질 팬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팀복을 맞췄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15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전세기를 타고 부산을 찾은 팬들. 사진 한국관광공사

15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전세기를 타고 부산을 찾은 팬들. 사진 한국관광공사

한국과 미국을 제외하면 지난 3년간 오프라인 공연을 하지 못한 만큼 전 세계 팬들이 몰려들었다. 한국관광공사 일본 후쿠오카 지사는 HIS와 함께 여행상품을 기획해 특별전세기를 띄우기도 했다. 사토 게이코(41)는 “비행기에서부터 함께 BTS 노래를 들으며 오니 더욱 신났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 선수단처럼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온 무리도 눈에 띄었다. 브루나 블루메(12)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한눈에 알아봤으면 하는 마음에 팀 복을 맞추게 됐다”며 “비록 13명 중 2명밖에 티켓을 구하지 못했지만 부산국제영화제부터 3주간 알찬 일정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과 해운대 특설무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라이브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한 것도 부산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만드는데 주효했다. 부산시는 국내외서 10만명 이상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운대 엘씨티에서 진행 중인 ‘프루프’ 전시장에서 만난 필리핀에서 온 알리사 코스코스(28)는 “전시를 통해 BTS가 그동안 걸어온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부산항에서 공연을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만난 40대 필리핀 여성은 “BTS 테마 패키지를 이용했는데 굿즈부터 라운지까지 즐길 거리가 많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부산역을 비롯해 시내 전체가 BTS를 상징하는 보랏빛으로 넘실댔다.

이번 공연 제작비는 최소 7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을 주최 및 주관한 하이브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네이버ㆍ롯데ㆍ현대ㆍSK텔레콤ㆍBNK금융그룹 등 16개 업체의 후원을 받았다. 업체별 추첨을 통해 티켓 일부를 나눠서 배포하면서 팬들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 회사원 차주연(38)씨는 “닥치는 대로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모두 떨어졌다. 다행히 인터파크 티켓 예매에 성공했지만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방송사 JTBC와 일본 TBS,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위버스ㆍ제페토ㆍ네이버 나우 등에서도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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