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급해 잡히자마자 죽는 고등어…신선하게 먹을수 있는 까닭 [쿠킹]

중앙일보

입력 2022.10.15 09:00

업데이트 2022.10.16 20:06

한국인이 사랑하는 생선을 고르라면 단연 고등어가 아닐까. 적어도 우리 집 밥상에 오르는 횟수를 세보면, 그렇다. 칼칼한 양념을 더 해 조림이나 노릇하고 바삭하게 구워 담백한 구이로도, 가끔은 파스타에 올리기도 한다. 특히 무늬가 굵고 선명한 노르웨이 고등어가 자주 오른다.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데다, 순살 형태의 필레나 통고등어 등 요리에 따라 선택도 가능하다.

노르웨이의 한 공장에서 가공 중인 고등어 필레. 박선영 에디터

노르웨이의 한 공장에서 가공 중인 고등어 필레. 박선영 에디터

비단 우리 집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조사(2019년)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 1위는 고등어다. 이중의 절반 가까운 양이 노르웨이에서 온다. 2021년 기준 한국의 고등어 섭취량 86톤 중 노르웨이산은 45% 정도를 차지한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양이다. 머나먼 노르웨이 바다에서 우리 집 식탁까지 고등어가 오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9월 북유럽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노르웨이 서부의 항구 도시 올레순(Ålesund)을 찾았다. 마침 10℃ 안팎의 차가운 날씨로 본격적인 조업 시즌을 맞아 고등어잡이가 한창이었다.
오랜 비행 끝에 도착한 노르웨이의 첫인상은 ‘차갑고 깨끗한 나라’였다. 해양 수산물의 천국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넓고 푸른 바다와 깊은 피오르가 펼쳐졌다. 특히 올레순은 고등어가 밀집해 서식하는 지역으로, 고등어를 탐구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취재에 동행한 얀 아이릭 욘센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고등어 담당 매니저는 노르웨이가 고등어 어획량을 조절하며 국가의 주요 사업을 유지하고,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자연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비결로 쿼터제를 꼽았다. 실제로 노르웨이 수산물 판매 조합(Norges Sildesalgslag)에 따르면, 먼저 어획 자원 데이터와 전문 기관의 조언을 바탕으로 연안국 간 고등어 어획량을 정한다. 그리고 해당 국가는 각각 어선별 할당량을 배정한다. 특히 성수기에 쿼터를 넘겨서 작업하지 않도록 통제한다. 이를 어기고 배정된 할당량을 넘긴 어선의 초과 어획량은 회수한다. 물론 조합을 통해서만 고등어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노르웨이 고등어는 한국에 오기까지 어획, 보관, 판매, 가공, 운송의 5단계를 거친다. 모든 과정은 전자기기 공장을 연상시킬 만큼, 최첨단 시스템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는다. 당연히 육질과 식감도 손상된다. 이 때문에 빠른 처리가 필수다. 어선에선 고등어를 잡자마자 냉각 탱크로 보낸다. 탱크엔 고압 펌프를 이용해 영하 1°C에서 0°C 정도의 온도를 유지한 해수가 담겨있다. 이곳에 보관된 고등어는 1~2일 이내에 공장으로 이동한다. 이동 시간을 단축해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어획은 해안 인근에서 이뤄진다. 무엇보다 어선은 대부분 최신식 IT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실시간으로 인근 해안에서 어획 중인 배의 이름, 잡은 어종, 잔여 쿼터량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전체 조업 진행 상황 및 환경을 파악하며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쿼터제가 어선 간 경쟁을 부추기는 대신, 정보 공유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셈이다.

흔히 갓 잡은 수산물은 경매장에서 가격과 목적지가 정해지지만, 이곳에선 전자 옥션 시스템을 통해 오프라인을 거치지 않고 배 위에서 경매가 바로 진행된다. 보통 경매는 하루에 4~5번 열리는데, 이때 어선에서 먼저 고등어의 품질을 확인하고 크기·무게·온도 등 상세한 정보를 리포트에 올린다. 바이어는 이 기록을 보고 원하는 고등어를 선택한다. 바이어가 경매에 참여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온도·육질·손상도 등인데, 모두 신선도와 직결되는 것이다. 배 속에 있는 내용물까지 꼼꼼하게 따진다. 내용물이 어떤 효소 작용을 일으키는지에 따라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전자시스템이 네덜란드의 꽃 경매에서 착안한 것이라는 점이다.

경매를 마친 고등어는 가공 공장으로 이동한 후 호스처럼 생긴 진공 펌프를 통해 빠르게 하역된다. 이곳에서 크기와 무게 등을 체크한 후 패킹하고 이를 다시 급속 냉동시켜 창고로 옮긴다. 이 모든 과정이 20분을 넘기지 않는다. 가공 공장에 도착한 고등어는 필레(순살) 형태로 손질되거나 통째로 급속 냉동되어 한국으로 유통되는 제품으로 완성된다. 완성된 제품은 꼼꼼한 검품과 가격 협상 후 구매·운송 단계를 거쳐 드디어 한국 식탁에 도착한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와 에다마메 콩을 곁들인 고등어 그릴 구이. 박선영 에디터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와 에다마메 콩을 곁들인 고등어 그릴 구이. 박선영 에디터

한국에선 고등어에 소금 간을 해서 구워 먹는 게 일상적이지만, 노르웨이에서는 버터 등의 조미료를 살짝 첨가해 그릴 구이를 해 먹는다. 이때 곁들여지는 재료에 따라 그 풍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반가운 이야기도 들었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고등어를 요리할 땐 주요 수출국인 한국과 일본의 조리법을 참고한다는 것이다. 취재 중 방문했던 식당에서 만난 고등어 요리를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현지 레스토랑에서 김치 그릴 구이와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와 에다마메 콩을 곁들인 구이 요리를 맛봤는데 기름기가 풍부하되 비리지 않고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릴 향이 입맛을 돋웠고, 어우러지는 가니시와 잘 어울렸다. 이 밖에도 고등어를 얹은 스시, 소이페이퍼롤처럼 익숙함에 현지의 매력을 한 스푼 더한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Today`s Recipe 고등어 솥밥
현지에서도 참고할 만큼 한국의 고등어 레시피는 무궁무진하다. 이중 솥밥은 고등어 특유의 고소한 맛이 느낄 수 있는 데다 조리도 쉽고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고등어는 필레를 사용하면 편한데, 만약 통고등어를 사용한다면 머리와 꼬리를 제거하고 반으로 잘라 내장을 제거한 후 사용한다.

 든든한 한끼로 즐길 수 있는 고등어 솥밥. 사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든든한 한끼로 즐길 수 있는 고등어 솥밥. 사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재료 준비

재료(3인분) : 노르웨이 고등어 2마리, 쪽파 3대, 계란 1개, 식용유, 불린 쌀 300g, 물 450mL, 간장 5큰술, 미림 3큰술

만드는 법
1. 씻어낸 쌀을 30분 이상 불린 후 중불에 10분, 끓으면 약불에 5분간 밥을 짓는다.
2. 밥이 지어지는 동안 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불에서 손질한 고등어를 굽는다.
3. 고등어를 굽다가 거의 다 익으면 간장과 미림을 넣고 조린다.
4. 쪽파를 다진다.
5. 계란을 풀어서 지단을 부친 후 0.3cm 길이로 얇게 채를 썬다.
6. 밥이 다 되면 구워진 고등어를 올린 후 뚜껑을 닫고 5분간 뜸을 들인다.
7. 지단과 쪽파를 뿌려 마무리한다

노르웨이 올레순=박선영 쿠킹 에디터 park.sun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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