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 늘리고 얇게 펴서 퐁당! 면의 성지서 만난 유포면의 매력 [쿠킹]

중앙일보

입력 2022.10.01 09:00

10년간 프렌치 가스트로 펍 ‘루이쌍끄’의 오너 셰프로 받은 사랑을 뒤로하고, 2019년 돌연 “평생 해보고 싶었던” 국숫집에 도전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유학 시절 배운 유럽 면 요리에 이어, 우리나라 전국 곳곳은 물론이고 일본,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지를 다니며 면을 공부했다. 면 요리 전문점 ‘유면가’에 이어, 현재 요리연구소 ‘유면가랩’을 운영 중이다. 그동안 면을 공부하며 알게 된 면 이야기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한다.

이유석의 면면면⑫ 유포면(유포미엔)

이유석 셰프가 유면가에서 선보였던 메뉴, 유포면. 사진 이유석

이유석 셰프가 유면가에서 선보였던 메뉴, 유포면. 사진 이유석

5년 전, 조금 쌀쌀한 날씨의 3월에 나는 베이징에 있었다. 현지에 사는 지인의 초대로 베이징을 찾은 참이었다. 어느 날인가 우리는 재래시장 구경을 끝내고 지인의 작업실이 있는 시내로 향했다. 지인의 작업실은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테헤란로 같은 지역에 있었다. 고층 빌딩들로 숲을 이루는 곳이었다.

지인은 작업실 근처에 있는, 현지 직장인이 즐겨가는 푸드코트를 찾아 식사하자고 했다. 푸드코트의 첫인상은 놀라웠다. 백여 명 정도가 이용할 법한 규모에도 놀랐지만, 족히 삼백 명은 될 듯한 인파들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출근 시간의 지하철 2호선이 연상됐다. 수백 명의 직장인 부대가 전투를 치르듯 음식을 주문하고, 몸싸움하며 자리 경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앉는 것을 포기했고 인파 속에 묻혀 선 채로 국수를 먹었다.

이런 와중에 지인은 용케 자리 하나를 구했고,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라며 내게 자리를 양보해주셨다. 지인의 이런 배려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푸드코트를 나오며 흘깃 본 요리사들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능숙하게 반죽을 쭉쭉 늘려서 얇고 넓게 펴서 면을 만드는 모습이었다. 유포면(유포미엔)에 관한 나의 첫 기억이다.
음식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그날 밤 지인은 “내일 아침에 유포면을 직접 반죽해서 만들어 먹자”고 내게 제안했다. 우리는 새벽 네 시쯤 일어나 함께 유포면을 만들었다. 지인에게 반죽하는 법을 배워 만든 유포면은 깜짝 놀랄 만큼 맛있었다. 그가 중국에서 인정받는 미식가인 건 알고 있었지만, 뛰어난 요리실력까지 갖췄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내가 베이징을 떠나기 전까지, 우리는 유포면과 물만두 비슷한 훈툰을 꽤 만들어 먹었는데, 정말이지 귀한 경험이었다.

면의 성지로 불리는 중국 시안. 사진 pixabay

면의 성지로 불리는 중국 시안. 사진 pixabay

유포면(油泼面)은 중국 산시성의 성도인 ‘시안’의 대표 면 요리 중 하나다. 이 지역은 중국에서 ‘면의 성지’로 불리는데, 알칼리 함량이 높고 산성 비율이 낮은 물 덕분에 면 반죽이 최적화됐다고 한다. 유포면은 ‘기름을 덮은 면’이라는 뜻이다. 면 위에 뜨거운 기름을 부어 만드는데, 면을 코팅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춧가루나 파, 마늘 등의 향이 잘 우러나게 해 맛을 더 좋게 한다. 유포면은 ‘뺭뺭미엔’이라고도 불리는데, 면을 물에 넣을 때 뺭뺭(퐁당퐁당) 소리가 나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유포면을 만들 때 나만의 노하우를 하나 공개하자면, 면이 물 위에 동동 뜰 때까지 2분 정도 데쳐낸 다음 찬물에 ‘살짝만’ 헹구는 것이다. 살짝만 헹구는 이유는 면 온도가 미지근한 정도가 좋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제면 과정을 수료할 때 배운 방법이다. 면과 타래(소스)가 따로 나와서 찍어 먹는 ‘츠케멘’은 라멘보다 면이 넓고 두껍다. 그래서 면 온도가 너무 차가우면 질겨지고, 너무 뜨거우면 퍼져버린다. 적당히 미지근한 상태가 면의 질감을 쫀득하게 한다고 해서 미지근한 온도로 면이 서빙되는 곳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면이 차가워질 때까지 헹궈본 적도 있는데, 역시 면발이 다소 질겨지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음식이 식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포면은 어차피 뜨거운 기름을 끼얹어 다시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즉, 면은 찬물에 아주 살짝만 헹구는 것을 추천한다.

베이징에서 서울로 돌아온 뒤에는 수개월 간 다국적 면 요리를 파는 가게 오픈을 준비했는데, 오픈을 앞두고 오랜 고민 끝에 첫 메뉴로 낙점한 게 바로 이 ‘유포면’이었다. 그건 마치 국가대표 야구 감독이 선발투수로 누굴 뽑을지 결정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었고, 지인들과 직원들이 모두 유포면을 응원해줘 가능한 일이었다. 결과는 기대만큼 좋았다. 다만, 손님마다 호불호가 강해서 몇 달 후 교체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유포면을 만들기 위해 면을 쭉쭉 늘리는 퍼포먼스가 입소문이 났는지, 향후 몇 달간 꽤 여러 곳에서 입점 제안을 받기도 했다.

칼럼을 준비하며 3년 만에 다시 만든 유포면. 이유석

칼럼을 준비하며 3년 만에 다시 만든 유포면. 이유석

그리고 칼럼준비를 하며, 3년여 만에 유포면을 다시 만들어 먹었다. 오랜만에 유포면을 만드니 어쩐지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중국에서의 추억과 면 집을 운영하며 겪은 다양한 기억들까지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이번 유포면 이야기는 나의 열두 번째 칼럼이자 마지막 칼럼이기도 하다. 칼럼을 쓴지 벌써 1년이 됐다. 잊고 있던 기억과 경험을 소환해 글로 쓰는 작업은 개인적으로 무척 의미 있는 일이었다. 또, 이 칼럼을 즐겨 읽어준 독자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코로나19 이후에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언젠가 다시 배낭 하나 메고 자유롭게 면 투어를 떠나보고 싶다. 아마도 그 첫 목적지는 유포미엔의 발상지인 시안이 아닐까 싶다. 하루빨리 그날이 오길 빌어 본다. 마지막으로, 유포면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독자 여러분이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 그 또한 분명 즐거운 경험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Today’s Recipe 이유석의 유포면
“유포면은 반죽을 손으로 천천히 늘려서 얇은 면을 뽑아낸다. 반죽에 콩기름을 바르면, 조금 더 수월하다. 이때 콩기름의 양은 반죽을 코팅하는 정도가 적당하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실을 뽑아내는 기분으로 도전해보길.”

재료 준비
재료(1인 기준): 콩기름(끼얹는 용도) 70g, 고춧가루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생강 1/4작은술, 진간장 1큰술, 흑초 1작은술, 다진 쪽파 1큰술, 쪽파 흰 부분 1큰술, 참깨 1/2작은술, 으깬 화자오(사천 후추) 1꼬집.
면: 강력분 70g, 중력분 60g, 물 70g, 소금 1꼬집, 콩기름 2큰술.

유포면 재료. 사진 이유성

유포면 재료. 사진 이유성

만드는 법

〈면 반죽〉

1. 콩기름을 제외한 모든 반죽 재료를 면과 함께 넣어 충분히 치대준다. 반죽에 랩을 씌운 뒤, 냉장에서 최소 30분 휴지한다.
2. 반죽은 타원형이 되도록 납작하게 밀대로 밀어준다. 반죽 위아래로 콩기름을 발라주고 30분 정도 상온 휴지한다.
3. 양쪽 손가락을 사용해 반죽을 살짝 잡고 천천히 당겨 넓혀 준다.
4. 최대한 손으로 늘려가며 얇고 길게 뽑아서 완성한다. 완성 후, 다시 덩어리지지 않게 바로 데쳐낸다.

〈유포면〉
1. 준비한 유포면을 끓는 물에 2분 삶는다. 이때, 끓는 물에 소금간을 살짝 해놓는 걸 추천한다.
2. 건진 유포면은 미지근해질 정도로만 찬물에 살짝 헹군다. 면은 미지근한 상태로 그릇에 담는다. 면의 쫄깃함을 오래 지속시켜주는 노하우다.
3. 면 위에 고춧가루와 다진 쪽파, 마늘, 생강을 올려놓는다. 취향에 따라 오이채나 양파, 표고 등을 곁들여도 좋다.
4. 양념을 ③의 채소 위로 올린다.
5. 콩기름을 데운다. 콩기름에 흰 쪽파를 넣어서 색이 갈색이 될 때까지 볶아 파기름으로 완성한다.
6. ⑤의 파기름을 ④에 부어서 완성한다.

이유석 셰프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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