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여기 어때요, 우리술과 단풍 즐기는 국내 양조장 투어 [쿠킹]

중앙일보

입력 2022.10.07 09:00

이지민의 〈전통주 테라피〉
전통주 전문가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의 ‘한국술 카운슬링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고민 중인 사연과 평소 즐기는 술 취향을 보내주시면 개인별 맞춤 카운슬링을 해드립니다. 답답함은 해소하고 취향에 맞는 한잔 술까지 추천받을 수 있답니다. 우리 술을 ‘힙’하게 알리는 일에 앞장서는 이 대표가 알려주는 전통주에 얽힌 ‘썰’과 술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은 덤입니다.

안동 맹개마을 전경. 트랙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야 마을로 진입할 수 있다. 손민호 기자

안동 맹개마을 전경. 트랙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야 마을로 진입할 수 있다. 손민호 기자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에 빠졌습니다. 이제 대도시나 이름난 관광 명소는 어지간히 섭렵한 것 같고, 요즘은 테마 여행에 꽂혀있어요. 평소 음식과 술을 좋아해서 식도락 여행을 최고로 치는데, 예전 유럽 여행 때 맥주나 와인 양조장을 찾아간 것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 역시 전통주 양조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꽤 있던데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가족과 함께 가기 좋은 전국 전통주 양조장 여행지를 추천해주세요.”

사연을 읽자마자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 놓고 지역별로 죽- 스캔해봅니다. 당장 가고 싶은 양조장들이 눈에 띄네요. 가을은 양조장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최적의 계절입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아름답게 물든 단풍은 야외 활동을 더 즐겁게 만들어주니까요. 잘 익은 과실을 직접 따서 맛보는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맛있는 음식에 좋은 술이 더해지면 만족도가 배가 된답니다. 전통주 테라피 마지막 칼럼에는, 필살기를 꺼내 드는 마음으로 ‘지금 꼭 가봐야 할 양조장’ 3곳을 소개합니다.

① 대한민국 양조장 투어의 끝판왕 ‘맹개마을 & 맹개술도가’  

맹개마을로 들어가는 모습. 멀리 소목화당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대동여주도

맹개마을로 들어가는 모습. 멀리 소목화당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대동여주도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한국에 이런 양조장이?”라는 감탄사를 끊임없이 내뱉었던 곳이에요. 그동안 방문했던 수많은 양조장 중에서 가히 ‘끝판왕’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곳입니다.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의 맹개마을은 ‘해가 잘 드는 외딴 강마을’이라는 의미로,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청량산과 낙동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마을로 들어가려면 트랙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야 하는데, 외부와 단절된 만큼 마음껏 자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6월이면 밀밭, 9월에는 메밀밭의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죠. 바쁜 일상을 잊고 쉬어 갈 수 있는 펜션 ‘소목화당’과 술을 숙성하는 토굴 ‘술 그리다’, 음악회가 열리는 돔하우스도 주목해야 합니다.

양조장 ‘맹개술도가’는 맹개마을 인근 예끼마을에 있습니다. 양조는 예끼마을에서, 숙성은 맹개마을 토굴 ‘술 그리다’에서 이뤄지죠. 아름다운 맹개마을을 일군 장본인은 박성호 씨와 김선영 씨 부부입니다. 대표 술인 진맥소주는 안동의 선비 김유가 집필한 국내 최고(最古) 조리서 『수운잡방』에 등장하는 밀 소주 제조법으로 만듭니다. 여기에서 ‘진맥’은 밀을 뜻하는 한자어. 안동소주를 제조하는 다른 양조장들이 모두 쌀을 재료로 하지만, 100% 유기농 통밀로 만드는 안동소주는 맹개술도가의 진맥소주가 유일합니다. 맹개마을의 청정한 밤하늘에 펼쳐지는 별들을 감상하며 진맥소주 한 모금 머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답니다. 대한민국 양조장 투어의 최고봉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필히 다녀오시면 좋겠습니다.

꼭 맛봐야 할 술

진맥소주 시인의 바위. 진맥소주 원액을 오크통에 넣고 오랜 기간 숙성시켜 만든 명품주다. 사진 대동여주도

진맥소주 시인의 바위. 진맥소주 원액을 오크통에 넣고 오랜 기간 숙성시켜 만든 명품주다. 사진 대동여주도

지난 4월 진맥소주 53도와 오크 숙성 진맥소주인 ‘진맥소주 시인의 바위’가 ‘2022 샌프란시스코 세계주류품평회(SFWSC)’에서 가장 높은 ‘더블골드’ 메달을 수상했습니다. 특히 ‘시인의 바위 54.5%’는 지난 6월 개최한 ‘서울 국제주류 & 와인 박람회’에서 20만 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제품입니다. 단점은 생산량이 적다는 점이죠. 현재 40도와 54.5도 2종류가 생산되고 있는데, 맹개마을에 가신다면 꼭 이 술을 맛보시길 권합니다.

② 그림과 음악이 함께 하는 산막골의 와이너리 ‘산막 와이너리’  

산막와이너리의 와인 시음장. 사진 대동여주도

산막와이너리의 와인 시음장. 사진 대동여주도

한국의 ‘보르도’라 불리는 영동에는 무려 40여 곳이 넘는 와이너리가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소백산맥 언저리에 있는 영동읍 산막골의 ‘산막 와이너리’는 이 가을과 정말 잘 어울리는 곳이에요. 와이너리 1층의 시음장은 아름다운 샹들리에와 피아노, 재즈 음악과 함께 산막 와이너리 안성분 대표의 그림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안 대표는 와이너리의 대표인 동시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2009년에 귀촌한 서양화가인데, 산막 와이너리 제품의 라벨에는 그의 작품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음악회도 수시로 개최되는데, 딸 김영 씨, 사위 윤영준 씨가 직접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합니다.

산막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은 캠벨과 산머루를 블렌딩한 레드와인 ‘비원’입니다. ‘비밀의 화원’의 준말이죠. 캠벨로 만든 레드와인 ‘화몽’도 있습니다. 꽃향기와 달콤한 과일 향이 많이 나서 한자 ‘꽃화(華)’자와 ‘꿈몽(夢)’을 조합해 이름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국산 포도 ‘청수’로 만든 화이트와인 ‘라라’는 마치 라라라 콧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즐거움을 제품명에 담았다고 합니다. 와인과 작품, 음악이 있는 공간을 찾으신다면 ‘산막 와이너리’를 꼭 방문해보세요.

꼭 맛봐야 할 술

산막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 '비원'과 안성분 대표의 작품. 사진 대동여주도

산막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 '비원'과 안성분 대표의 작품. 사진 대동여주도

안성분 대표의 작품이 라벨에 담긴 ‘비원’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캠벨과 산머루를 섞어 만든 ‘비원’은 과실의 싱그러움과 적절한 산미의 밸런스가 돋보이는 레드 와인입니다. 산머루 100%로 만든 ‘비원 퓨어’는 진한 풍미, 기분 좋은 산미와 타닌, 그리고 검붉은 열매의 향이 풍성하게 담겨 있는 와인이죠. 둘을 비교해서 테이스팅하는 재미도 쏠쏠한데요. 산막 와이너리 와인은 드라이한 맛이 특징이라 단맛이 적은 한국 와인을 찾으신 분들에게 더욱 추천합니다.

③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와이너리 ‘예산사과와인’  

예산사과와인 와이너리 모습. 많은 외국인들이 국내 와이너리 체험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사진 대동여주도

예산사과와인 와이너리 모습. 많은 외국인들이 국내 와이너리 체험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사진 대동여주도

주한 미군에는 대대로 후임에게 전해지는 일종의 족보(정보 책자)가 있는데, 이 책자에 소개된 한국의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주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한 그 핫플레이스는 바로 충청남도 예산에 있는 ‘예산사과와인’입니다. 유럽식 농장 체험형 와이너리인 ‘예산사과와인’은 6천 그루의 사과나무에서 60여 톤의 사과가 생산되는 곳입니다. 예산이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태어난 곳이라 그의 호를 제품명으로 담아낸 사과 와인과 증류주 등을 맛볼 수 있죠.

무엇보다 좋은 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기기 좋은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는 점입니다. 와이너리 투어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드넓은 사과 농장에서 직접 사과 수확도 할 수 있어요. 또 사과 파이와 잼 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습니다. 근처 관광지가 많은 것도 장점입니다. 특히 차로 10분 거리에 큰 스파 시설(덕산리솜스파캐슬)이 있어 와이너리와 함께 묶어 코스로 다녀오기 좋습니다.

꼭 맛봐야 할 술

예산사과와인이 만든 고급 사과 증류주, 추사 40.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숙성해 오크 향이 강하다. 사진 대동여주도

예산사과와인이 만든 고급 사과 증류주, 추사 40.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숙성해 오크 향이 강하다. 사진 대동여주도

한국형 칼바도스로 불리는 사과 증류주 ‘추사 40’은 순수한 사과 과즙만을 발효한 뒤 두 번 증류해 완성하며, 오크통에 3년 넘게 숙성해 깊은 풍미를 자랑합니다. 500㎖ 한 병 가격이 6만 원에 달하지만, 찾는 분들이 많이 늘어 요즘은 물량이 달릴 정도라고 하네요. 퇴근 후 한잔씩 음미해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굴과의 궁합이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와이너리 방문하실 때 한 병 구매해 놓으셨다가 꼭 굴과 함께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DRINK TIP 양조장 여행을 떠날 때 알아야 할 팁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 800여 곳이 넘는 양조장이 존재합니다. 검색해보면 지역의 다양한 양조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농림부와 aT에서 선정·운영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을 방문해도 좋고,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연한 분들은 대동여주도에서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 문의 글을 남기셔도 됩니다. 원하는 양조장을 찾았다면, 방문 전에 꼭 미리 전화로 문의를 해주세요. 술 빚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하고 예약한 뒤 방문하시면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쓰는 방법인데, 방문한 양조장 근처의 맛집이 궁금할 때는 해당 양조장 대표님에게 문의하시면 됩니다. 근처 맛집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려주실 겁니다.

이지민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