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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물가 8.2% 상승…Fed, 내달 다시한번 자이언트 스텝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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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근원물가가 연고점을 찍었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3개월 연속 내렸지만 이 역시 국제유가가 재반등하면 하향세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물가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다시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미국 노동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2% 상승했다. 시장예측치(8.1%)를 상회했지만 전달보다 상승 폭은 줄었다.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오름세는 둔화하고 있다. 1981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며 고점을 찍었던 지난 6월(9.1%)보다 낮아진 지난 7월(8.5%)과 8월(8.3%)에 이어 석 달 연속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가 전반의 상승 압력은 낮아졌지만 걱정스러운 건 근원물가다. 9월 미국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6.6% 높아졌다. 시장 예측치(6.5%)를 웃돌았다. 두 달 연속 상승세다. 근원 CPI는 198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3월(전년대비 6.5%)보다 높아지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전달보다도 0.6%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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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물가다. 물가의 추세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만큼 중앙은행이 가장 주의 깊게 보는 지표다. Fed 등이 긴축의 강도와 속도 등을 고민할 때 들여다보는 주요 변수라는 이야기다. 이런 근원물가가 뛰었다는 건 물가를 잡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근원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이 주택 임대료라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Fed, 물가 잡으려 공격적 긴축론 “조치는 과한 게 낫다”

13일 코스피가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경계감 속에 전날보다 1.8% 내린 2162.87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651.59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13일 코스피가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경계감 속에 전날보다 1.8% 내린 2162.87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651.59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전체 물가에서 40%가량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한번 오르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 항목이다.

또 전달보다 교통비(1.9%)와 의료비(1.0%) 등 경직성이 있는 항목이 일제히 올랐다. 인플레 압력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국제유가가 재반등하면 물가 하향세를 장담하기 힘들다. 23개국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다음 달부터 일일 원유 생산량을 이번 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는 다시 오르고 있다.

‘Fed 피벗(pivot·입장 선회)’도 요원해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공개된 지난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ed는 긴축의 궤도를 바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Fed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경기 침체를 각오한 긴축에 나서겠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Fed 위원은 9월 의사록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느리게 완화되고 있어 긴축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의사록엔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한동안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고강도 긴축에도 인플레이션이 거세지자 Fed는 9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3~3.25%로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했다. 그뿐 아니라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기존 3.4%에서 4.4%로 상향했다.

Fed “인플레, 완화 기미 안 보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시장 전문가는 다음 달 FOMC 회의에서 Fed가 한 번 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 의사록에서 일부 참석자가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긴축적 통화정책을 조기 종료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어서다. 1970년대 경기와 물가 모두를 살피며, 금리 인상과 인하를 오갔던 ‘스톱 앤드 고(stop and go)’의 실패 트라우마다. 70년대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정부는 실업률 하락과 경기 부양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용인했지만, 1·2차 오일쇼크와 맞물리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이 발생하고 있는 상태)으로 이어졌다.

의사록에 따르면 이들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너무 적은 조치를 하는 대가가 너무 많은 조치를 했을 때의 비용보다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잉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등의 부작용보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고통이 더 크다는 의미다. Fed 주요 인사의 매파적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미셸 보먼 Fed 이사는 12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면 상당 기간 기준금리 인상을 테이블 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내년 초 경기침체 가능성”

다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의사록은 “몇몇 참석자는 현재 불확실한 세계경제 환경에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추가 긴축 정책의 속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속도 조절론’을 언급했다.

시장에선 미국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주식시장이 크게 휘청일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8.1~8.3% 상승하면 S&P500지수는 1.5~2%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자체가 일제히 흔들리는 상황이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도 지난 10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초 중반 무렵 미국과 세계경제가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미국은 6~9개월 내 침체에 빠질 수 있고, S&P500지수는 현 수준에서 20% 정도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자체가 일제히 흔들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1.8% 내린 2162.87로 장을 마감했다. 대만 자취안 지수 역시 2.07% 하락했고, 일본 니케이225(-0.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3%)도 하락 마감했다. 아시아 각국 통화가치도 달러 강세로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6.4원 내린 달러당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 대비 엔화는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13일 오후 6시56분 엔화는 달러당 146.81엔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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