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럭 시야 가리자 "모자 쓴 사람"...1500만원 피싱범 잡은 시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피싱지킴이'로 선정된 A씨(오른쪽 뒤)가 지난 7월 경기 광주시 곤지암터미널 인근에서 보이스피싱 수거책 B씨(왼쪽 모자쓴 남성)의 범행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 사진 경기 광주경찰서

'피싱지킴이'로 선정된 A씨(오른쪽 뒤)가 지난 7월 경기 광주시 곤지암터미널 인근에서 보이스피싱 수거책 B씨(왼쪽 모자쓴 남성)의 범행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 사진 경기 광주경찰서

“보이스피싱 느낌이 딱 오더라고요.”

경기 광주시 곤지암터미널 근처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지난 7월 15일 낮 12시 30분쯤 인근 골목에서 수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남성이 전동 휠체어를 타고 골목에 도착한 후 그 자리에서 30분 넘게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던 것이다.

남성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A씨가 전동 휠체어 뒷좌석을 살펴보니 그 곳엔 현금뭉치가 든 종이봉투가 놓여 있었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직감한 A씨는 200m 거리에 있던 곤지암 파출소를 방문해 신고했다.

신고를 마치고 가게로 돌아가던 A씨는 때마침 모자를 쓴 현금수거책 B씨가 앞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왔던 남성에게 다가가 현금 봉투를 받아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B씨가 현금 봉투를 받아 자리를 뜨는 순간에 트럭 한 대가 골목길로 들어서며 A씨의 시야를 가려 그는 보이스피싱범을 놓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했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관들이 출동했고,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던 A씨는 경찰관들에게 "모자를 쓴 사람이 돈을 받아간 것 같다"고 알렸다.

수십분간 자리를 지키며 신고부터 검거까지 힘을 보탠 A씨 덕분에 경찰은 신속하게 B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사기와 사기방조 혐의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B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A씨 덕분에 피해 금액 1500만원을 전부 되찾아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

B씨가 속한 조직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금리로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현금을 가로채려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대환대출을 하는 것은 위법이니, 채권팀에게 대출금을 현금으로 상환하라”는 말에 속아 현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하고 표창장과 신고 보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피싱 지킴이'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에게 부여하는 명칭으로,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경찰의 캠페인이다.

A씨는 "이웃, 특히 혼자 사는 분들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변에서 잘 살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기사 어때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