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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재부보다 귀한 국세청 전관…몸값 7배 늘려 6대 로펌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10년간 국세청에서 6대 로펌(김앤장ㆍ광장ㆍ세종ㆍ태평양ㆍ율촌ㆍ화우)으로 옮긴 공직자가 56명에 이르고, 이직 후 연봉도 공무원 시절보다 7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상급 기관인 기획재정부에서 6대 로펌으로 이직한 공직자 수(47명)와 연봉 상승률(약 3.9배)보다 더 높은 수치다. 관가에선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도 나오지만, 적어도 변호사 업계에선 국세청 출신이 더 ‘귀한 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중앙포토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중앙포토

국세청, 10년간 56명 6대 로펌행…연봉 7배 껑충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6대 로펌이 뽑은 국세청 출신 공무원, 이른바 ‘국세청 전관’은 김앤장 24명, 광장 10명, 율촌 9명, 태평양 7명, 세종 5명, 화우 2명 등 모두 56명에 달했다. 상위 6대 로펌을 대상으로 기재부·국세청 출신 공무원 이직 현황을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로펌들은 최근 들어 국세청 전관들을 많이 뽑은 경향을 보였다. 예컨대 업계 1위인 김앤장의 경우 최근 3년간 국세청 출신이 ▲2019년 2명 ▲2020년 5명 ▲2021년 7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김앤장은 반면 기재부 출신은 같은 기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봉 상승 폭 역시 국세청 출신이 6.75배로 기재부 출신(3.97배)보다 더 컸다. 국세청 출신 56명은 이직 전(퇴직 당시 기준) 평균 연봉으로 6867만원을 받다가, 이직 후(지난 8월 기준, 퇴직자는 퇴직 당시 기준)엔 평균 4억6394만원을 받았다. 반면 기재부 출신 47명은 이직 전 7108만원이었고 이직 후 2억8220만원을 받았다.

국세청, 6대 로펌엔 패소율 2배…홍영표 “아직 전관예우 존재” 

국세청 전관이 로펌의 인기를 끄는 건 기업 세무조사 업무를 직접 수행했던 경험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영표 의원실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로펌으로 이직하는 인물들을 보면 국세청 내에서도 ‘재계 저승사자’라 불리는 조사 4국 출신들이 대체로 많다”고 말했다. 조사 4국은 주로 대기업의 기획 세무 조사를 담당한다.

국세청 전관 파워는 국세청을 대상으로 한 6대 로펌의 패소율에서 나타난다. 홍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국내 6대 로펌 대상 조세 행정소송 패소 연도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은 6대 로펌과의 소송에서 25.2%의 패소율을 보였다. 전체 평균 패소율인 11.1%보다 2배 이상이었다.

공공기관의 패소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국민의 세금이 지출될 일이 많다는 걸 뜻한다. 이 때문에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국세청의 낮은 패소율과 전관예우 문제가 지적됐다. 국세청 내에서도 “그런 면(전관예우)이 전혀 없었다는 말씀은 못 드리겠다”(2017년 한승희 전 국세청장)고 인정하며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오래된 문제다.

홍영표 의원은 “대형 로펌들은 여전히 홈페이지에 국세청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실무자를 영입했다고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아직도 전관예우가 존재하니 김앤장 등에서 국세청 출신을 더 많이 영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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