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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탐지 못한 ‘저수지 SLBM’…한국 킬체인 무력화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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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들은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진행된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모습 등을 10일 공개했다. 지난 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개량형 발사를 현장 지도하는 김 위원장.

북한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들은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진행된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모습 등을 10일 공개했다. 지난 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개량형 발사를 현장 지도하는 김 위원장.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10일 공개한 사진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건 지난달 25일 오전 6시53분쯤 평안북도 태천군 일대 저수지에서 동해상으로 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북한은 이날 “저수지 수중 발사장에서 전술 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이 진행됐다”며 “실전훈련을 통해 계획된 저수지 수중 발사장 건설 방향이 확증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SLBM을 해상이 아닌 내륙 저수지에서 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발사 당일 군 당국은 “이동식 발사대(TEL) 차량에서 발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다르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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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진 ‘화성-12형’의 궤적을 모니터로 확인하는 김 위원장. [연합뉴스]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진 ‘화성-12형’의 궤적을 모니터로 확인하는 김 위원장.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SLBM의 저수지 수중 발사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라며 지난해 9월 처음 선보였던 열차형 미사일 발사 방식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수많은 저수지에 이 같은 발사대를 설치할 경우 사전 징후 포착은 물론 원점 타격도 어렵다”며 “한국형 3축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킬 체인(Kill Chain)’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수지에서 쏜 미사일은 지난해 10월과 지난 5월 북한이 ‘8·24 영웅함’으로 명명한 고래급 잠수함(2000t급)에서 두 차례 시험발사했던 ‘미니 SLBM’으로 추정된다. 세 미사일 모두 비행 특성(고도 약 60㎞, 비행거리 약 600㎞)이 거의 같다. 미니 SLBM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의 개량형이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원래 KN-23은 비행 종말 단계(목표물 타격을 위한 비행 최종 단계)에서 수직으로 크게 움직이는 활공 도약 기동을 하는데, 북한 발표에 따르면 미니 SLBM의 경우 비행 도중 측면으로 회피 기동도 한다”며 “이런 미사일을 저수지에서 쏠 경우 탐지와 요격이 모두 어렵다”고 우려했다.

‘화성-12형’ 발사 순간. [연합뉴스]

‘화성-12형’ 발사 순간. [연합뉴스]

북한이 이 미사일을 쏜 지난달 25일은 한·미·일의 대잠수함전 연합훈련(지난달 30일)을 닷새 앞둔 시점이다. 권 전 교수는 “각종 감시자산을 통해 잠수함 기지에서 잠수함이 나오는 것을 추적하는 3국의 훈련에 대응해 새로운 발사 패턴을 고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 25일을 전후해 우리 군은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일대에서 모종의 동향을 포착하고 감시하는 상태였는데 북한은 평북 태천 저수지에서 미니 SLBM을 발사하면서 양동작전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여사가 초대형 방사포(KN-25) 발사 훈련을 지켜보며 폭발음에 얼굴을 찡그리며 귀를 막고 있다. [뉴스1]

김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여사가 초대형 방사포(KN-25) 발사 훈련을 지켜보며 폭발음에 얼굴을 찡그리며 귀를 막고 있다. [뉴스1]

이런 식의 발사는 북한의 잠수함 보유 현황과도 관련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신포조선소에서 진수가 임박한 신형 잠수함은 핵추진이 아니어서 잠항을 오래 할 수 없고, 여러 대를 건조하는 것도 현재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총 6발을 발사한 ‘전술 탄도미사일’도 군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북한은 “해당 설정 표적들을 상공 폭발과 직접 정밀 및 산포탄 타격의 배합으로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KN-24 지대지미사일을 다양한 폭발 방식으로 시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목표물 ‘상공 폭발’은 높은 고도에서 핵을 터뜨리는 전자기파(EMP) 공격을 의미할 수 있다. 이런 공격을 받으면 한·미의 거의 모든 무기체계가 일순간에 마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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