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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미·일 훈련이 극단적 친일이라는 이재명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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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당 회의서 주장…문재인 정부 때도 했는데

북한 도발 대응마저 정쟁의 소재로 삼는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한·미·일 훈련을 비판하며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말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한·미·일 훈련을 비판하며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말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한·미·일 동해 연합 군사훈련을 두고 “극단적인 친일 행위, 극단적인 친일 국방”이라고 한 건 부적절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이)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끊임없이 분쟁지역화하려고 계속 시도하고 있는데 일본을 끌어들여 한·미·일 합동(연합) 군사훈련을 하면 일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한·미·일 동해 연합 군사훈련은 이례적인 게 아니다. 수색구조 훈련은 2011년부터 시작됐고, 미사일 탐지·추적 훈련은 2016년 6월부터 추가됐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위기가 고조되던 2017년 7월 한·미·일 정상이 역대 최고 수준의 3국 안보군사협력 강화를 약속했고, 석 달 후 한·미·일 3국 이지스함이 동해에서 공개적으로 작전을 한 일도 있다. 여권에선 그래서 이번 훈련을 두고도 “문재인 정권 때인 2017년 10월 23일, 당시 송영무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 등이 필리핀 클라크에서 만나 합의한 내용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성일종 의원)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2017년 못지않은, 어쩌면 그 이상의 위기다. 최근 2주간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 77주년을 하루 앞둔 어제도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발사했다. 지난 4일엔 일본 영공을 지나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도 쏘았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러시아의 핵 사용 시사를 북한이 악용할 우려도 나온다.

안보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주한미군과 유엔사의 후방 지원 역할 등을 감안할 때 한·일 안보 협력은 유사시 한·미 동맹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최근 한·일 두 정상이 안보 협력의 필요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공유했는데 마땅히 할 일이었다. 이는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접근법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극단적 친일’이란 꼬리표를 붙였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이 대표가 “정부는 한·미·일 합동(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명백하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한 건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이다. 북한의 우리 측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공포감은 널리 알려졌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 군사훈련을 안 하게 된다면 누구에게 유리해지는 건가. 안보야말로 냉혹한 국제 현실 인식에 기반을 둬야 한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습관적으로 동원하는 ‘친일 프레임’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했다.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마저 정쟁의 소재로 삼는다면 국론이 분열될 수밖에 없고, 결국 안보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