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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반도체 위기, 특별법 통과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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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관계자들이 3나노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관계자들이 3나노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3분기 ‘어닝쇼크’…경상수지도 비상

미국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비상한 각오 필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10조8000억원)이 1년 전보다 30% 넘게 줄었다고 공시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1조원가량 밑도는 ‘어닝쇼크’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단순히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인 불황에 빠지는 ‘반도체 겨울’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아직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30~40%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수지와 외환보유액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 달러 적자였다.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4월을 제외하고 월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건 10년여 만에 처음이다. 국가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은 지난달에만 200억 달러가량 줄었다. 한은이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시장에 달러를 내다 팔면서다.

여기에는 반도체 수출 부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내 대표 산업인 반도체는 전체 수출에서 20%가량을 차지한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8월과 9월 두 달 연속으로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를 면치 못했다. 반도체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악화하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한국 경제에 복합 위기가 닥쳐올 위험은 커지는데 정부의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시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의 과도한 우려를 경계한 발언이겠지만,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반도체 수출은 4분기에도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전반적인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반도체 공급은 넘쳐나고 재고가 쌓이며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란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중국과의 거래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생산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잇따른 경고음에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이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한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의회가 지난 7월 반도체산업육성법을 통과시킨 것처럼 우리 국회도 반도체특별법의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세계 각국이 주력 산업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는데 우리 국회만 늑장을 부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