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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서비스 물가 21년 만에 최고치, 민생 더 긴밀히 챙겨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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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외식비가 급등했다. 지난 7월 버거킹이 제품 46종의 가격을 평균 4.5% 올렸다. 지난 1월에도 3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2.9% 올린 바 있다. 갈수록 서비스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외식비가 급등했다. 지난 7월 버거킹이 제품 46종의 가격을 평균 4.5% 올렸다. 지난 1월에도 3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2.9% 올린 바 있다. 갈수록 서비스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9월 4.2% 상승…외식 물가 9%나 올라  

이달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더 불안

음식값을 비롯한 서비스 물가가 무섭게 뛰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최근 두 달 연속 둔화했으나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촉발된 세계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농산물·석유류에서 이젠 서비스 부문으로 번진 것이다.

통계청이 그제 밝힌 9월 서비스 물가 지수는 106.53(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2001년 10월(4.3%)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2020년 0%대였으나 지난해 중순 2%대로 뛰더니 올해 7월 4%대로 치솟았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최근 둔화했는데도 서비스 물가가 오르는 건 심각한 문제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은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다시 하락하기도 하지만, 서비스 물가는 다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금리 인상에도 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끈적한(sticky)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서비스 제공자는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일으키기 쉽다. 식자재값이 뛰고 있지만, 가격을 그만큼 올리기도 어려워 가게 문을 닫는 곳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서비스가 개인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외식부터 항공료, 여행 비용, 대리운전 이용료, 애플리케이션 구독료, 배달비까지 서비스의 종류와 이용 빈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가전제품·가구 등 상품은 가격이 뛰면 소비를 자제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서비스는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게 많다.

지난달 서비스 물가가 4.2% 오를 때 개인 서비스 물가가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6.4%로 치솟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가운데 외식 물가는 1992년 7월(9.0%)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인 9.0% 상승해 민생에 직격탄을 날렸다. 외식 품목 중 햄버거·갈비탕·김밥·짜장면·해장국 등은 10% 이상 올랐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10월에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 가격은 서비스 제공자가 에너지와 각종 원자재값에 인건비·임대료 인상분까지 모두 반영해 결정한다. 이 가운데 인상 요인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서비스 제공자가 가격을 다시 내릴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미 고환율이 지속하는 데다 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어 당장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다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가가 잡히기도 전에 금리만 계속 올라 고통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민생이 흔들리지 않도록 물가 상승세를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