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종을 막아라' 사상 최초 소행성 충돌 실험 D-3

중앙일보

입력 2022.09.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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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쌍의 소행성이 24일 현재 지구에 매우 가깝게 접근했습니다. 디디모스(Didymos)와 그 위성 디모포스(Dimorphos)입니다. 두 소행성은 현재 지구에서 약 1200만㎞ 떨어져 있습니다.

[정글]

달과 지구의 거리인 38만㎞보다는 멀지만 태양계 규모에서 볼 때 지구에 바짝 붙어 있다고 할 만큼 가까운 거리입니다. 보통 천문학에서 근지구천체(Near-Earth Object)는 지구와 가장 가까울 때 거리가 4500만㎞쯤 되는 천체를 의미합니다. 디디모스와 디모포스는 이보다 4배 가까이 가깝게 접근했죠.

역사상 최초의 소행성 충돌 실험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왼쪽에 보이는 소행성이 디모포스, 오른쪽 가려져 보이는 소행성이 디디모스. 디모포스를 향해 날아드는 우주선은 DART. 사진 NASA,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

역사상 최초의 소행성 충돌 실험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왼쪽에 보이는 소행성이 디모포스, 오른쪽 가려져 보이는 소행성이 디디모스. 디모포스를 향해 날아드는 우주선은 DART. 사진 NASA,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

두 소행성은 지구와 달처럼 쌍을 지어 돌고 있습니다. 평균 지름 170m의 디모포스가 평균 지름 780m의 디디모스를 1.2㎞ 거리에서 돌고 있죠. 공전 주기는 11시간 55분으로 공전 속도는 약 0.6㎞에 불과합니다. 나무늘보보다도 느리죠(물론 이 두 소행성이 태양 주위를 도는 속도는 이보다 훨씬 빠른 시속 수십만㎞에 이릅니다).

디디모스 주위를 돌고 있는 디모포스. 곧 NASA가 쏘아올린 우주선이 디모포스를 들이받게 된다. 왼쪽 큰 날개를 뻗은 우주선이 DART. 그 옆 작은 우주선은 충돌 장면을 촬영할 리시아큐브(LICIACube). 사진 NASA,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

디디모스 주위를 돌고 있는 디모포스. 곧 NASA가 쏘아올린 우주선이 디모포스를 들이받게 된다. 왼쪽 큰 날개를 뻗은 우주선이 DART. 그 옆 작은 우주선은 충돌 장면을 촬영할 리시아큐브(LICIACube). 사진 NASA,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

이 느릿느릿한 두 친구는 자신의 운명도 모른 채 지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9월 27일 이 소행성은 근래 들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약 1080만㎞)을 통과합니다.

그 시각 NASA와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실험을 벌입니다. 어떤 일이 두 소행성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인류 최초의 소행성 충돌 실험

NASA는 공식적으로 두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못 박습니다. 두 소행성은 인류에 무해한 우주의 돌덩이일 뿐이죠.

그런데 이 죄 없는 소행성들을 맹추격하는 우주선이 있습니다. 시속 2만4000㎞의 맹렬한 속도로 우주 공간을 날고 있죠.

이 우주선의 이름은 ‘다트(DART)’입니다. 쌍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이란 뜻입니다. 소행성 궤도를 바꾼다는 실험 목적 그 자체를 이름에 담고 있죠.

소행성과 DART의 크기 비교. 소행성은 지구의 건축물과 비교해도 결코 크지 않은 돌덩이들이다. 사진 NASA,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

소행성과 DART의 크기 비교. 소행성은 지구의 건축물과 비교해도 결코 크지 않은 돌덩이들이다. 사진 NASA,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

궤도를 변경시킬 소행성은 두 소행성 중 더 작은 쪽인 디모포스입니다. 다트는 디모포스 표면을 비행 속도 그대로 들이받아서 그 충격으로 디모포스의 궤도를 바꿉니다.

다트는 지난해 11월 2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엑스 로켓에 실려 발사됐습니다. 당시 디디모스와 디모포스는 지구에서 약 5억㎞ 떨어져 있었죠.

10개월이 지나 그 운명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오는 27일 다트는 소행성 디모포스에 충돌합니다.

디모포스는 평균 지름 약 170m로 로마 콜로세움에 딱 들어갈 크기다. 사진 ESA

디모포스는 평균 지름 약 170m로 로마 콜로세움에 딱 들어갈 크기다. 사진 ESA

이 실험은 할리우드 영화 ‘아마겟돈’에서 본 것과 똑같은 컨셉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폭발물로 소행성을 폭파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죠. 폭발물을 싣지 않은 이유는 1967년 발효한 우주협약 때문입니다. 지구 대기권 밖 우주 공간에 있는 천체에는 군사 기지를 만들 수 없고 무기를 실험할 수 없습니다.

다트가 디모포스와 충돌하면, 디모포스의 공전 속도는 아주 약간 빨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11시간 55분인 공전 주기가 최소 1분 13초에서 최대 10분 정도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공전 주기가 10분쯤 줄어든다 해도 속도는 시속 8m쯤 빨라지는 것으로 언뜻 보기엔 분간이 힘들 만큼 작은 속도 변화입니다. 달팽이 속도의 2배 만큼 빨라지는 정도죠.

충돌 여파로 소행성이 쪼개질 걱정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워낙 작은 물체가 큰 돌덩이를 들이받는 실험이라 소행성엔 충돌로 인한 작은 구덩이가 생길 것으로 예측됩니다. 아직 이 소행성이 진흙형인지, 암석형인지, 금속형인지가 확실하지 않아 어느 정도의 충돌구가 생기고 궤도 변경이 있을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충돌 뒤 디모포스의 궤도는 아주 약간 바뀌게 된다. 지구의 망원경이 궤도의 변화를 측정할 예정이다. 이 측정엔 한국 천문대도 참여한다. 사진 NASA,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

충돌 뒤 디모포스의 궤도는 아주 약간 바뀌게 된다. 지구의 망원경이 궤도의 변화를 측정할 예정이다. 이 측정엔 한국 천문대도 참여한다. 사진 NASA,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

충돌 순간은 다트에 실려 있는 리시아큐브라는 촬영용 소형 우주선이 관측할 예정입니다. 리시아큐브는 충돌 전에 다트에서 빠져나와 충돌 장면을 지켜보게 됩니다. 변경된 궤도는 지구의 지상 망원경으로 관측할 거고요. 이 관측엔 보현산·소백산·레몬산 천문대 등 국내 장비와 인력도 지상 관측팀의 일원으로 참가합니다(레몬산 천문대는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우리나라 관측 기지입니다).

이번 실험은 요약하자면, 콜로세움 크기의 느릿느릿한 소행성에 가로·세로 2m쯤 되는 냉장고 크기의 우주선을 갖다 박아서 달팽이 속도만큼 변화를 주는 겁니다.

왜 이렇게 작은 규모의 실험을 기획했을까요.

느리고 작은 소행성을 타격해야 변화의 정도를 세밀히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실험으로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놓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한지에 대한 실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죠.

태양 주위를 큰 반경을 그리며 시속 수십만㎞의 맹렬한 속도로 돌고 있는 소행성을 타격한다면 그 변화의 정도를 알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핵무기를 동원해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소행성을 느리게 돌고 있는 작은 돌덩이 위성이라면 작은 에너지로도 궤도의 변화를 파악하기 쉽습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서로를 공전하는 쌍소행성은 시간에 따라 밝기 변화를 추적하면 궤도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실험엔 처음으로 소형 우주선 다트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다트는 충돌 4시간 전부터 자율주행 모드로 바뀌어 NASA의 지시나 도움 없이도 자체적으로 디디모스와 디모포스를 식별해 돌격하게 됩니다. 여기에 돌돌 말리는 태양 전지 시스템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제논 반동 추진 엔진도 테스트하죠.

왜 NASA는 이 작은 실험에 수천억 원을 들였나

이 프로젝트는 NASA의 지구방위합동본부와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이 협력해 진행합니다. 프로젝트엔 3억2400만 달러(약 4500억 원)를 들였죠.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이 작은 실험에 투입했을까요.

이번 실험의 주인공인 우주선 DART. 날개 길이까지 치면 19m 길이지만, 본체는 한 변이 약 2m의 직육면체다. 총 무게는 약 500㎏. 사진 NASA,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

이번 실험의 주인공인 우주선 DART. 날개 길이까지 치면 19m 길이지만, 본체는 한 변이 약 2m의 직육면체다. 총 무게는 약 500㎏. 사진 NASA,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실험실

소행성 충돌은 지구에 위협이 되는 자연 재난 중 가장 치명적인 동시에, 예측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름 100m가 넘는 작은 소행성이라도 자칫 지구에 떨어지면 수백만·수천만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우주를 끝없이 넓은 공간이고 드문드문 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소행성이라고 해봤자 얼마나 많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우주가 광활한 건 맞지만 태양계엔 엄청나게 많은 소행성이 빽빽이 들어차 있습니다.

태양에서 목성까지 깔린 소행성만 100만개가 넘습니다. 여기에 해왕성 밖의 카이퍼벨트나 오르트 구름엔 우리가 미처 파악도 못 한 소행성이나 혜성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짐작도 하기 어렵죠.

올해 9월 17일 기준 국제천문연맹이 파악한 소행성체(소행성과 혜성 등 작은 천체)는 122만9470개입니다. 올해 발견된 것만 1만1398개죠. 그 중 근지구 소행성은 2만9758개입니다. 이 중 절반 정도가 평균 지름 140m 이상으로 파악됩니다. 대기에 불타지 않고 지구 표면을 타격해 엄청난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크기죠. 이 정도 규모의 소행성이 떨어지면 도시 하나는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NASA가 현재 파악한 소행성들이 푸른 점으로 표시돼 있다. 가운데 오렌지빛 태양을 중심으로 궤도를 표현하는 선은 안쪽부터 수성(자주색), 금성(주황색), 지구(파란색), 화성(빨간색), 목성(주홍색), 토성(노란색), 천왕성(초록색), 해왕성(보라색). 회색 가는 실선은 주요 소행성과 혜성의 궤도. 특히 목성 안쪽 궤도의 소행성이 밀집해 있는 게 눈에 띤다. 하지만 소행성과 혜성이 군집한 해왕성 바깥의 카이퍼벨트나 오르트구름에서 어떤 위협적인 게 다가오고 있을지 모른다. 사진 NASA

NASA가 현재 파악한 소행성들이 푸른 점으로 표시돼 있다. 가운데 오렌지빛 태양을 중심으로 궤도를 표현하는 선은 안쪽부터 수성(자주색), 금성(주황색), 지구(파란색), 화성(빨간색), 목성(주홍색), 토성(노란색), 천왕성(초록색), 해왕성(보라색). 회색 가는 실선은 주요 소행성과 혜성의 궤도. 특히 목성 안쪽 궤도의 소행성이 밀집해 있는 게 눈에 띤다. 하지만 소행성과 혜성이 군집한 해왕성 바깥의 카이퍼벨트나 오르트구름에서 어떤 위협적인 게 다가오고 있을지 모른다. 사진 NASA

물론 소행성이 충돌할 확률은 상당히 낮습니다. NASA에선 이번 세기에 소행성이 지구를 타격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파악한 소행성의 숫자가 터무니없게 적다는 데 있습니다. 만에 하나, 수십억에 하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진다면 인류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되겠죠.

6600만년 전 백악기, 멕시코의 칙술루브(Chicxulub) 지역을 때린 소행성은 공룡을 포함해 지구 생물의 75%를 멸종시켰습니다. 이때 소행성이 지름 약 10㎞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구와 이 소행성의 크기를 비교하면 농구공에 고운 모래 알갱이 하나가 부딪힌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도 지구는 멸망의 위기에 처했었죠.

문홍규 그룹장은 이를 “극소의 확률, 피해의 극대화”라고 표현합니다. 그는 “충돌 확률은 대단히 낮지만 한번 그런 사건이 일어나면 피해의 규모와 정도가 그 어떤 자연 재난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치명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홍수나 태풍, 지진, 화산 폭발, 쓰나미와 같은 다른 자연 재난과 달리 장기적 예측이 가능하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UN에서도 소행성 충돌 대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매년 두 차례 회원국들이 모이는 국제회의를 열고 있다”고 합니다.

NASA가 지구방위합동본부라는 거창한 이름의 조직을 만들고 이번 실험을 기획해 소행성 충돌에 대비하는 이유죠.

또 하나, ‘천문학적’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다트의 예산 규모인 한화 약 4500억 원은 ‘천문학적’ 비용은 아닙니다. 학계에선 이 실험을 상대적으로 저예산 프로젝트로 여기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20여년 간 약 97억 달러(약 13조6000억 원)가 들었습니다. 이번 실험 예산의 30배쯤 되죠.

이제 실험은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주선 다트의 실행일이자 퇴직일이 될 디데이는 우리 시간으로 정확히 2022년 9월 27일 오전 8시 14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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