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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난자 없이 만든 배아... 임신 기간 절반까지 자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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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생물학자 제이콥 한나 박사(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의 실험실엔 특별한 기계가 하나 있습니다. 금속과 아크릴로 만든 여러 대 상자를 케이블과 관으로 얼기설기 연결한 기계입니다.

[정글]

제이콥 한나 박사는 이 기계를 수년 간의 고통스러운 시행착오을 거치며 완성했다. 여전히 튜닝은 진행 중이다. 이 기계는 쥐 배아를 키우기 위해 자궁을 모방했다. 적절한 이산화탄소-산소 비율, 배아 성장을 위한 물질들의 황금 비율을 찾기 위해 수백, 수천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다. 사진 제이콥 한나

제이콥 한나 박사는 이 기계를 수년 간의 고통스러운 시행착오을 거치며 완성했다. 여전히 튜닝은 진행 중이다. 이 기계는 쥐 배아를 키우기 위해 자궁을 모방했다. 적절한 이산화탄소-산소 비율, 배아 성장을 위한 물질들의 황금 비율을 찾기 위해 수백, 수천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다. 사진 제이콥 한나

아크릴판 뚜껑이 달린 검은 상자가 중심 장치인데요, 이 안에 어른 엄지손가락만 유리병이 뱅글뱅글 돌아갑니다. 유리병 안엔 쌀 한 톨만 한, 쥐의 배아가 들어 있습니다.

유리병 안에 쥐 배아를 넣고 기계로 성장시키니 심장이 만들어졌다. 동물 배아를 실험실에서 키워내는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된 순간이다. 물론 이 배아를 아기 쥐와 똑같은 완전한 개체로 성장시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사진 제이콥 한나

유리병 안에 쥐 배아를 넣고 기계로 성장시키니 심장이 만들어졌다. 동물 배아를 실험실에서 키워내는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된 순간이다. 물론 이 배아를 아기 쥐와 똑같은 완전한 개체로 성장시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사진 제이콥 한나

이 기계는 자궁 환경을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배아를 탯줄 혈청과 포도당이 들어있는 액체에 담았습니다. 이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적절한 비율로 공급했더니, 배아가 자궁에서처럼 쑥쑥 자라기 시작합니다.

한나 박사는 쥐의 자궁에서 5일 된 배아를 떼 와서 이 기계로 배양했습니다. 보통 배아는 자궁에서 나오는 순간 하루를 넘기지 못합니다. 배아는 한나 박사의 기계 안에서 6일 동안 성장했습니다. 심장, 내장 기관, 머리, 꼬리 구조까지 형성했습니다. 인간으로 치면 임신 3~4개월에 해당합니다. 아주 놀라운 기록이죠.

한나 박사는 지난해 3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기계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많은 과학자가 한나 박사의 놀라운 기계를 가져다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 이 기계를 사용한 한 생명과학자가 놀라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정자 난자 없이 배아를 만들어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이 인공 합성 배아를 한나 박사의 기계에 넣어 심장을 비롯한 기관을 형성하는 단계까지 키웠다는 건 더 놀라운 사실이다. 합성 배아는 자연 배아와 거의 유사한 성장 단계를 거쳤다. 합성 배아와 실험실 배양이라는 조합은 섬뜩하게 들리는데, 이 연구가 인류에 줄 혜택은 그 잠재력이 엄청나다. 사진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줄기세포를 이용해 정자 난자 없이 배아를 만들어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이 인공 합성 배아를 한나 박사의 기계에 넣어 심장을 비롯한 기관을 형성하는 단계까지 키웠다는 건 더 놀라운 사실이다. 합성 배아는 자연 배아와 거의 유사한 성장 단계를 거쳤다. 합성 배아와 실험실 배양이라는 조합은 섬뜩하게 들리는데, 이 연구가 인류에 줄 혜택은 그 잠재력이 엄청나다. 사진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한나 박사의 ‘생명 기계’, 인간 합성 배아를 키워낼 수 있을까

포유류가 생명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긴 수정란이 자궁에 내려앉아 자라면 아기가 됩니다.

‘시험관 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험관에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배아를 만들긴 하지만, 실험실에서 아기를 만들어내는 건 아닙니다. 배아는 엄마의 자궁에서 길러지죠. 엄마가 아기를 낳는다는 공식은 생명의 절대 규칙입니다.

그런데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이끄는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교수는 지난 8월 네이처에 낸 논문에서 또 다른 ‘생명 레시피’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제르니카-괴츠 교수는 쥐의 배아줄기세포(ESC)와 영양 배아줄기세포(TSC), 유도된 배외내배엽줄기세포(iXEN)를 조합해 합성 배아를 만들었습니다.

정자와 난자 없이 만들어진 이 배아는 한나 박사의 인큐베이터에서 배양됐습니다. 8.5일 동안 성장하면서 박동이 시작된 심장을 형성했습니다. 신경관과 신경 줄기, 전뇌와 중뇌 영역을 갖춘 머리, 내장과 꼬리까지 관찰됐습니다.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합성 배아를 쥐의 임신 기간 절반인 8.5일까지 성장시켜낸 것입니다.

합성 배아가 만들어낸 기관들.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차치하고서 그 기관 자체를 형성했다는 사실이 획기적이다. 사진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합성 배아가 만들어낸 기관들.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차치하고서 그 기관 자체를 형성했다는 사실이 획기적이다. 사진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자궁 속에서 배아는 엄마 몸에서 화학적 신호를 읽어 들여 차츰 형체를 만들어갑니다. 제르니카-괴츠 교수는 다양한 줄기세포 조합과 한나 박사의 기계를 이용해 이 신호를 모방했죠.

그 결과, 합성 배아는 자연 배아와 흡사하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100% 똑같은 건 아닙니다. 장기 크기에서 차이가 있고 부분적인 결함이 있었습니다. 이 합성 배아를 쥐의 자궁으로 옮겨서 자라게 한다고 해도 완벽한 아기 쥐가 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이 합성 배아를 대량으로 만들어 활용한다면 배아 연구의 속도도 매우 빨라지겠죠. 또한 인간 세포로 만든 합성 배아가 자연 배아와 똑같은 장기 형성 단계까지 간다면, 더는 환자들이 장기 기증인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 일도 없어질 겁니다. 장기의 대량 배양이 가능해질 테니까요.

5년 동안 무시무시하게 발전한 생명과학

2017년 미국 미시간대 생명과학자 지안핑 푸 교수는 사상 최초로 인간 합성 배아를 만들었습니다.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합성 인간 배아는 원시선을 만드는 단계까지 갔었죠. 이 원시선이란 것은 척추 형성의 첫 징후로 인간 발생의 첫 단계로 취급됩니다.

지난해 3월엔 호주 모나쉬대학교와 미국 텍사스 남서부 메디컬센터가 각각 인간의 배반포와 유사한 합성 배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배반포는 수정된 뒤 5일쯤 되는 날 형성되는 세포 덩어리입니다. 이 배반포가 자궁에 착상하면서 여러 신체 기관이 만들어지죠.

쥐뿐 아니라 인간 합성 배아를 상당한 단계까지 발달시키는 기술 수준까지 온 겁니다.

지난해 4월엔 인간이 장기를 발생시키는 새로운 방법도 보고됐습니다. 중국 쿤밍대, 미국 소크생명과학연구소 등이 합작한 연구팀은 원숭이 배아에 인간 만능줄기세포를 주입해 ‘키메라’ 배아를 만들었습니다. 키메라는 다른 종을 섞어 만든 잡종의 세포나 배아 등을 말합니다. 이 세포는 2주 이상 생존했습니다.

원숭이 배아에서 인간 장기를 키워낼 수 있을까. 성공만 한다면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놀라운 연구다. 다만, 인간과 동물의 혼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인간과 동물 배아를 섞는 일을 생명윤리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세계 모든 나라들이 예외없이 동물 배아를 인간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원숭이 배아에서 인간 장기를 키워낼 수 있을까. 성공만 한다면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놀라운 연구다. 다만, 인간과 동물의 혼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인간과 동물 배아를 섞는 일을 생명윤리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세계 모든 나라들이 예외없이 동물 배아를 인간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 실험들은 인간 장기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환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특히 인간 배아와 합성 배아 연구를 통해 인류가 얻을 혜택은 적지 않다고 생명과학자들은 주장합니다. 인간 배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천적 질병의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천, 수만가지 선천적 결함과 질병의 발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삶을 얻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록펠러대 생명과학자 알리 브리반루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인간 배아의 발생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신경 발달 장애와 선천성 심장 결함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인간 배아의 작동을 지켜보는 것보다 더 나은 연구는 없다”고 했습니다.

생명과학 연구를 제약했던 강력한 족쇄, ‘14일 규칙’

하지만 그동안 생명과학 연구를 제약했던 강력한 규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14일 규칙’입니다.

인간 배아에 대해선 수정된 뒤 14일을 넘겨서 배양하거나 연구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입니다. 1979년 영국에서 제안된 이 규칙은 가장 공신력 있는 생명과학기관인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의 가이드라인에도 엄격히 명문화됐습니다.

지금은 시험관 아기가 보편화해 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체외수정은 충격적인 기술이었습니다. 1978년 세계 첫 시험관 아기인 루이스 조이 브라운이 태어나면서 인간 배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죠.

1984년 영국의 윤리철학자 메리 워녹이 주도한 위원회가 열렸고 각계각층이 참여한 광범위한 논의 끝에 인간 배아 연구에 대한 최소한의 규칙이 만들어졌습니다. 워녹 위원회의 논의는 국제적인 것은 아니었고 영국이 주도했지만 한 사회 전체가 참여한 회의이기에 당시 결정된 사항은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14일 규칙’도 그때 채택됐죠.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스 조이 브라운은 1978년 7월 25일 영국 맨체스터 올덤병원에서 태어났다. 당시 이 사건은 전세계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충격적 뉴스였다. 인간 배아 연구와 생명윤리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치열해지고, 여러 규칙들이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사진 이브닝뉴스 캡처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스 조이 브라운은 1978년 7월 25일 영국 맨체스터 올덤병원에서 태어났다. 당시 이 사건은 전세계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충격적 뉴스였다. 인간 배아 연구와 생명윤리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치열해지고, 여러 규칙들이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사진 이브닝뉴스 캡처

왜 하필 14일이냐고요. 인간 배아는 수정된 뒤 14일이 지나면 원시선이 나타납니다. 원시선을 시작으로 장배 형성이 본격적으로 일어나죠. 장배형성은 척추, 장기 등 인간의 신체를 형성하는 주요 기관들이 DNA에 새겨진 대로 발생하는 걸 말합니다. 14일이 지나면 ‘인간다움’의 기본적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거죠.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 역시 ‘14일 규칙’을 기본으로 생명윤리법을 제정했습니다. 우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9조 1항엔 “잔여배아는 발생학적으로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체외에서 다음 각호의 연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그러니 아직 인류는 배아가 14일 뒤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거의 알지 못합니다. 다른 포유류의 발생을 보며 추측은 하지만, 정확한 과정은 알지 못하죠. 그래서 연구자들은 인간 발생의 첫 몆 주를 알지 못한다는 뜻에서 ‘블랙박스’라고 불렀습니다. 그 뒤 인간 형태가 나타나고 크기가 커지면 초음파로 구조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의 태아는 초음파로도 거의 잡히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다들 배우셨죠?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란이 만들어지고요. 이 수정란이 분할을 거듭하다 뽕나무 열매를 닮은 상실기를 거칩니다. 그 뒤 자궁에 착상하고 배반포가 만들어지죠. 그런데 딱 여기까지입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자궁에 착상하기까지의 과정은 학교에서도 배우고,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기초적 생물지식이다. 하지만 착상 직후 몇 주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 자궁에 착상하기까지의 과정은 학교에서도 배우고,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기초적 생물지식이다. 하지만 착상 직후 몇 주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그 직후 무슨 일이 생기는지 혹시 기억나시나요. 기억하시는 분이 없을 겁니다. 알려진 것이 없으니 가르친 적도 없기 때문이죠. 그 직후 몇 주간은 생략된 채 배아가 태아로 성장해 출산으로 이어지는 걸로 교과 과정은 설명을 마칩니다.

이 때문에 생명과학자들은 ‘14일 규칙’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14일 규칙의 폐기, 생명과학의 미래는?

지난해 6월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는 마침내 14일 규칙을 폐지했습니다. 14일을 넘어 인간 배아를 배양하는 것에 여러 조건을 붙이긴 했습니다. 대중의 폭넓은 지지, 국가별 정책과 규제의 허용, 전문적인 감독 프로세스의 평가, 과학적 정당성과 필요성, 최소한의 배아만 사용 등입니다.

14일 규칙이 폐지되면서 인간 배아 연구의 범위가 크게 확장됐다. 다만 연구자들이 혹시 닥칠지 모르는 ‘백래시’를 걱정하는 분위기여서 당장 놀라운 연구가 잇따를지는 않을 것으로 학계는 전망하고 있다. 사진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 가이드라인

14일 규칙이 폐지되면서 인간 배아 연구의 범위가 크게 확장됐다. 다만 연구자들이 혹시 닥칠지 모르는 ‘백래시’를 걱정하는 분위기여서 당장 놀라운 연구가 잇따를지는 않을 것으로 학계는 전망하고 있다. 사진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 가이드라인

우리나라에선 배아 연구 자체가 황우석 사건 이후 매우 엄격히 제한되고 있어, 이 규칙의 폐지로 인한 사회적 논쟁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 학계에선 논쟁이 뜨겁습니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는 여러 소설·영화에서 디스토피아적으로 다뤘기에 더 그렇죠. 소설 프랑켄슈타인부터 영화 아일랜드까지 인간이 ‘배양된 인간’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대하는지 끔찍하게 묘사하죠.

지나친 상상일지 모르지만, 배아 공장을 만들어 아기를 대량 생산해내고 영화처럼 장기 배양용 인간을 양산하고 두려움 모르는 인간 병기를 찍어내는 일이 혹시 생기지 않을까요. 최근 생명과학은 가까운 미래에 이 같은 일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정도로 발전했으니까요.

불안한 대중을 설득하지 않고 규칙을 없앤 이 결정이 어떤 결말을 낳을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이미 인간-동물 합성 배아가 만들어지고, 실험실에서 생명의 씨앗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기술까지 온 현 상황에서 말이죠. 대중의 불안감에 불을 지필 일이 생긴다면 생명과학 분야의 발전엔 큰 위기가 닥칠지도 모릅니다.

영화 아일랜드에는 낙원처럼 보이는 곳이 얼마나 끔찍한 곳이었는지 보여준다. 부유하고 병든 인간이 자신의 장기를 대체할 인간을 키우는 미래상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는 생명과학의 발전이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로 우리를 데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진 영화 아일랜드 캡처

영화 아일랜드에는 낙원처럼 보이는 곳이 얼마나 끔찍한 곳이었는지 보여준다. 부유하고 병든 인간이 자신의 장기를 대체할 인간을 키우는 미래상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는 생명과학의 발전이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로 우리를 데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진 영화 아일랜드 캡처

특히 낙태할 권리를 존중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힌 미국에선 다음 타깃이 배아 연구가 될 거라는 전망도 있죠. 대법원 판결문과 이를 인용해 만들어진 몇몇 주의 낙태 금지 법안을 보면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태어나지 않은 인간’이라는 걸 암시하는 문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구를 토대로 보면 배아 연구는 인간에 대한 생체 실험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이죠. 미국 캘리포니아, 미시간, 뉴욕에서 배아 연구가 가능하지만 지금도 미국 11개 주는 배아와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과학자와 철학자들도 잘 알고 있죠. 미국 헤이스팅스센터의 윤리학자 조세핀 존스턴은 “14일 규칙을 없애는 건 대중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 규칙을 폐지하는 것이 인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설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브리반루 교수는 “14일을 넘어 인간 배아를 연구하는 건 다음 세대에서 정말 많은 생명을 살릴 것이다. 하지만 매우 신중하게 연구해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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