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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가 못한 것도 해냈다…개가 정말 '개대단한' 이유 [정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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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개같은’ 취급을 받을 동물이 아니다. 충성심과 용맹성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도까지 개만큼 뛰어난 동물은 없다. 미국 LA에 사는 핏불 ‘다이아몬드’는 2011년 5월 4일 주인 대릴 스틴의 집에 불이 나자 불길을 뚫고 달려가 그의 딸을 구했다. 불로 인해 몸에 화상 흔적이 역력하다. 사진은 스틴이 다이아몬드에게 입 맞추는 장면. 사진 AP=연합뉴스

개는 ‘개같은’ 취급을 받을 동물이 아니다. 충성심과 용맹성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도까지 개만큼 뛰어난 동물은 없다. 미국 LA에 사는 핏불 ‘다이아몬드’는 2011년 5월 4일 주인 대릴 스틴의 집에 불이 나자 불길을 뚫고 달려가 그의 딸을 구했다. 불로 인해 몸에 화상 흔적이 역력하다. 사진은 스틴이 다이아몬드에게 입 맞추는 장면. 사진 AP=연합뉴스

개는 말 그대로 정말 ‘개대단한’ 동물이죠. 개의 능력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199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우리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를 이해하게 된 지 불과 20여년밖에 안 됐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과학자들이 밝혀낸 개의 능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그중 최근 몇 년 새 알려진 개의 능력 4가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제 말씀드릴 연구 결과들을 보면 개가 얼마나 특별한 동물인지 확실히 알게 되실 거예요.

침팬지보다 뛰어난 개의 능력

1996년 봄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에선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여러 물건 중 실험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걸 유아가 선택하는지 알아보는 테스트였죠. 유아는 손쉽게 이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이를 인지과학에선 ‘포인팅 테스트’라고 합니다. 손가락 끝으로 어떤 사물을 가리키는 행위를 실험대상이 이해하는지 보는 것이죠. 간단해 보이지만 인간 이외의 동물은 이 테스트를 거의 통과하지 못합니다.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도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죠.

그림도 그릴 줄 아는 침팬지이지만, 이상하게도 ‘포인팅 테스트’는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 사회적 지능 측면에선 개가 침팬지보다 우수한 건 아닐까. 사진은 침팬지 ‘미키’가 2020년 11월 5일 모스크바 서커스쇼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사진 타스=연합뉴스

그림도 그릴 줄 아는 침팬지이지만, 이상하게도 ‘포인팅 테스트’는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 사회적 지능 측면에선 개가 침팬지보다 우수한 건 아닐까. 사진은 침팬지 ‘미키’가 2020년 11월 5일 모스크바 서커스쇼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사진 타스=연합뉴스

유아를 대상으로 한 포인팅 테스트를 지켜보던 대학생 브라이언 헤어는 엉뚱한 상상을 하나 합니다.

‘어, 이거 우리 오레오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레오는 브라이언이 키우는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이름이었죠. 침팬지도 못하는 걸 개는 할 수 있었을까요.

브라이언은 2년 뒤 대학원에 진학해 이 실험을 수행합니다. 여러 종류의 개를 대상으로 한 ‘포인팅 테스트’ 결과, 개들은 이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한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침팬지가 갖지 못한 능력을 개는 가진 겁니다.

이 전례 없는 실험 결과가 발표된 후 동물학계는 충격에 휩싸이죠. 그전까지 학계에서 개는 동물 연구의 대상으로 부적절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인간과 교류하며 사고 구조가 ‘오염’됐다고 생각했죠. 연구 대부분은 야생동물에 국한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폭발하면서 수많은 발견과 통찰이 이뤄졌습니다.

아주 어린 강아지도 인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게 무슨 뜻인지 안다. 강아지도 인간이 뭔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망설임없이 그쪽으로 몸을 향한다. 사진 애리조나 개 인지 센터

아주 어린 강아지도 인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게 무슨 뜻인지 안다. 강아지도 인간이 뭔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망설임없이 그쪽으로 몸을 향한다. 사진 애리조나 개 인지 센터

지난해 3월 나온 연구에선 태어난 지 8주밖에 안 된 어린 강아지도 ‘포인팅 테스트’를 통과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개도 인간처럼 이 능력을 ‘학습’하는 게 아니라 ‘타고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죠.

이처럼 개는 ‘인간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행위’를 정확히 이해합니다. 게다가 놀라운 정서적 능력도 갖췄습니다. 인간 얼굴에서 감정을 파악하고, 말할 때 뉘앙스도 눈치채고, 공정성과 윤리에 대한 감각을 갖췄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왔습니다. 

개와 인간은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에 개는 개를 볼 때와 인간을 볼 때 감정 표현을 읽는 방식을 달리 가져간다. 인간의 눈, 코, 입을 훑어보면서 전체적인 조합을 통해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파악한다. 특히 위협적인 표정을 보면 시선을 회피하는 등 상황에 적절한 대응 전략을 택한다. 사진 사니 솜피, 2016

개와 인간은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에 개는 개를 볼 때와 인간을 볼 때 감정 표현을 읽는 방식을 달리 가져간다. 인간의 눈, 코, 입을 훑어보면서 전체적인 조합을 통해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파악한다. 특히 위협적인 표정을 보면 시선을 회피하는 등 상황에 적절한 대응 전략을 택한다. 사진 사니 솜피, 2016

칭찬하는 어조와 중립적 어조에 따라 개의 뇌는 활성화되는 부위가 다르다. 이는 개가 어조의 차이를 감지하고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뜻한다. 사진 아틸라 앤딕스, 2016

칭찬하는 어조와 중립적 어조에 따라 개의 뇌는 활성화되는 부위가 다르다. 이는 개가 어조의 차이를 감지하고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뜻한다. 사진 아틸라 앤딕스, 2016

불평등 혐오는 민주주의를 촉발시킨 인간의 강력한 본능 중 하나다. 실험을 통해 영장류에게도 이와 유사한 감각이 있음이 확인됐다. 개 역시 수고-보상 피드백이 올바르지 않으면 그 결과를 싫어한다는 게 실험으로 밝혀졌다. 훈련 받은 개는 “손을 달라”는 실험자의 요구에 보상 없이도 잘 응한다. 하지만 다른 개가 손을 줄 때마다 보상을 받는 걸 목격하는 순간, 더 이상 보상없이는 “손을 달라”는 요구에 잘 응하지 않는다. 개 역시 본능적으로 ‘불평등 혐오’ 감각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사진 프리데릭 랑에, 2009

불평등 혐오는 민주주의를 촉발시킨 인간의 강력한 본능 중 하나다. 실험을 통해 영장류에게도 이와 유사한 감각이 있음이 확인됐다. 개 역시 수고-보상 피드백이 올바르지 않으면 그 결과를 싫어한다는 게 실험으로 밝혀졌다. 훈련 받은 개는 “손을 달라”는 실험자의 요구에 보상 없이도 잘 응한다. 하지만 다른 개가 손을 줄 때마다 보상을 받는 걸 목격하는 순간, 더 이상 보상없이는 “손을 달라”는 요구에 잘 응하지 않는다. 개 역시 본능적으로 ‘불평등 혐오’ 감각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사진 프리데릭 랑에, 2009

정훈 삼육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는 “인간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면 자신의 뇌에서도 고통 중추가 활성화되는 ‘거울 작용’이 일어난다. 그런데 개 역시 인간의 고통을 목격하면 이런 반응이 나타난다”면서 “개는 오랜 시간 인류와 더불어 살면서 사람의 상태와 표정을 읽고 공감하는 사회적 인지행동이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개는 인간의 의도를 눈치챈다

개를 키우는 분들은 어렴풋이 짐작하시겠지만, 개는 사람 마음을 읽는 듯 보입니다. 사람 의도를 파악하는 듯이 행동하죠. 사람이 짓궂은 마음으로 자기를 놀리는지, 의도는 착한데 실수로 그러는지를 구분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일부러 먹을 걸 주려다 뺏는지, 주려고 했는데 실수로 떨어뜨렸는지를 안다는 말입니다.

이를 동물행동학에선 ‘일부러-실수로(Unwilling-Unable)’ 패러다임이라고 합니다. 의도를 간파하는 것, 이 역시 인간에겐 익숙한 능력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의도를 생각지 않고 행동한다면 ‘왕따’ 되기에 십상이니까요. 인간은 유아 때부터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에게 이는 실로 엄청난 능력입니다. 행동의 단순한 결과만 보는 걸 한 차원 넘어서는 사회적 지능을 갖췄다는 의미니까요. 동물 중에선 침팬지와 일부 원숭이 종, 회색 앵무 그리고 말이 사람의 의도를 파악한다고 합니다.

개는 어떨까요.

최근 개가 인간의 의도를 알아채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독일 괴팅겐대와 오스트리아 비엔나의대에서 지난해와 올해 각각 실험했습니다. 두 실험의 설계는 거의 비슷합니다.

개가 ‘일부러-실수로’ 패러다임을 갖췄는지 확인하기 위해 설치한 실험장. 개는 인간이 일부러 먹이를 안 준 건지, 실수로 먹이를 못 준 건지를 구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토마스 주카네크, 오스트리아 비엔나의대

개가 ‘일부러-실수로’ 패러다임을 갖췄는지 확인하기 위해 설치한 실험장. 개는 인간이 일부러 먹이를 안 준 건지, 실수로 먹이를 못 준 건지를 구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토마스 주카네크, 오스트리아 비엔나의대

방 안에 커다란 투명 벽을 설치하고 그 뒤에 실험자가 위치합니다. 투명 벽 앞에는 뚫린 틈이 있습니다. 실험자는 이 틈으로 개에게 간식을 주게 됩니다.

여기서 두 가지 상황을 만들죠. 하나는 개가 간식을 받아먹으려고 가까이 오면 놀리듯이 일부러 손을 확 빼버립니다. 또 하나는 개가 가까이 오면 간식을 실수로 놓친 듯이 떨어뜨리는 것이죠.

개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개들은 왜 자기가 간식을 못 받아먹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실수로 간식을 떨어뜨리면 더 오랜 시간 앞에서 서성댔지만, 일부로 손을 뺄 때는 더 빨리 포기했죠. 고의적 상황에선 더 자주 고개를 돌렸고, 더 많이 엎드리기도 했습니다.

‘일부러’ 손을 빼는 상황에서 개는 실험자의 ‘사악한’ 의도를 아는 듯 더 빨리 돌아서 포기해버렸다. “계속해 봤자 이 인간은 나를 놀려먹겠지”하고 생각하는 듯이. 사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대

‘일부러’ 손을 빼는 상황에서 개는 실험자의 ‘사악한’ 의도를 아는 듯 더 빨리 돌아서 포기해버렸다. “계속해 봤자 이 인간은 나를 놀려먹겠지”하고 생각하는 듯이. 사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대

비엔나의대의 실험에선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3D 위치추적 기술도 동원됐습니다. 개의 꼬리를 지켜봤더니, 실수로 간식을 못 먹었을 때 꼬리를 오른쪽으로 많이 흔드는 거로 나타났죠. 꼬리를 몸통의 오른쪽으로 흔든다는 건 좌측 뇌와 관련이 있습니다. 개의 좌측 뇌는 긍정적 감정과 연결돼 있죠.

즉 개는 “아유, 간식을 못 먹었네. 손이 아주 서툰 사람인가 봐”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의도는 나쁘지 않다는 걸 눈치챈다는 말이죠. 개는 사회적 지능이 매우 높은 동물이라는 게 이 실험에서도 드러난 셈입니다.

개는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많은 동물이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슬플 때, 감동했을 때처럼 감정과 관련해서 눈물을 흘리는 존재는 인간뿐입니다. 다른 동물은 그저 눈을 청소하기 위해 액체를 분비하는 것일 뿐이죠.

그런데 최근 개가 눈물을 흘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서 학계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7월 일본 아자부대학교와 지치의대 연구진이 발표한 작은 실험의 결과인데요. 개가 주인과 한나절 동안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나면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는 겁니다.

실험에서 개는 주인과 5~7시간 동안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후 개가 주인과 재회하자 흘리는 눈물의 양이 평소에 비해 확연히 증가했다고 합니다. 비교를 위해 주인이 아닌 지인과도 5~7시간 동안 떨어뜨려 놨다가 재회를 시켰는데, 주인과 다시 만났을 때만 눈물의 양이 크게 늘었습니다.

개가 오래 떨어져 있다 다시 주인을 만났을 때는 유의미하게 눈물의 양이 증가했지만, 주인이 아닌 친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사진 일본 아자부대학교, 지치의대

개가 오래 떨어져 있다 다시 주인을 만났을 때는 유의미하게 눈물의 양이 증가했지만, 주인이 아닌 친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사진 일본 아자부대학교, 지치의대

이 눈물은 감정과 관련이 있을까요. 연구진은 감정과의 연관성을 알기 위해 개에게 옥시토신을 주입했습니다. 옥시토신은 개와 인간의 유대관계와 상관성이 있는 호르몬입니다. 따라서 외부에서 주입하는 옥시토신은 일종의 감정 증폭제로 작용하죠. 실험 결과 옥시토신을 주입한 개의 눈물량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개의 감정 변화로 인해 눈물을 흘렸다고 주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개에게 인공눈물을 넣은 때와 안 넣은 때 사진을 각각 찍어 주인에게 보여줬습니다. 눈물에 젖은 촉촉한 눈을 볼 때와 그렇지 않은 눈을 볼 때 주인 반응은 달랐습니다. 주인은 눈물 어린 개를 볼 때 더 돌봐주고 싶고 사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죠. 연구진은 “개의 눈물은 인간의 애정을 촉발한다”고 설명합니다.

개의 눈물이 감정으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에 대해서는 반박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이 실험은 개의 눈 아래에 종이를 붙여서 눈물의 양을 측정했는데, 이 방식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거죠. 개가 주인과 만났을 때 흥분해 몸을 많이 움직이다 보니 눈물이 더 많이 나왔을 수 있다는 겁니다.

클라이브 윈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개과학공동연구소 소장은 이 연구와 관련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개가 감정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는 결론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동물의 감정 표현과 관련한 가장 충격적인 발견일 것”이라며 “학계에서 받아들여지려면 더 많은 증거가 쌓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훈 교수는 “개가 감정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는 건 비약적인 논리로 보인다. 생리학적으로 볼 때 개는 주인을 다시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주인을 뚫어지게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안구가 건조해지고 눈물샘이 자극돼 눈물을 더 흘리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습니다.

개는 코로 본다

개의 후각은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민감합니다. 후신경구(후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뇌의 영역)는 인간보다 30배 크고, 코의 냄새 수용체는 인간보다 200배 많습니다. 그래서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을 가리켜 ‘개 코’라고 하죠.

개가 마약 탐지나 인명 구조에 쓰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멕시코에서 일어난 일은 개 코의 성능이 믿기 힘들 정도로 놀랍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소아성애자를 체포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히두. 히두는 인간은 전혀 맡지 못하는 화학물질의 냄새도 맡을 수 있다. 사진 멕시코 경찰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소아성애자를 체포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히두. 히두는 인간은 전혀 맡지 못하는 화학물질의 냄새도 맡을 수 있다. 사진 멕시코 경찰

지난 5월 악명 높은 네덜란드 소아성애자 제이슨 마트만이 멕시코로 흘러들었습니다. 멕시코 경찰은 네덜란드의 어린이 인권 시민단체와 공조해 마트만 체포에 나섰죠. 멕시코 검경 합동수사반은 마트만을 붙잡았지만, 그가 아동 포르노와 같은 범죄자료를 어디에 숨겼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때 경찰견 학교를 막 졸업한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인 ‘히두’가 출동했습니다. 히두는 학교에서 아주 기특한 기술을 배워왔죠. 바로 컴퓨터에 주로 쓰이는 화학물질 TPPO의 냄새를 분간하는 기술입니다.

마트만은 USB나 휴대전화 메모리에 이 자료를 숨겼는데, 크기가 작아서 마음먹고 숨기면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하죠. USB나 메모리엔 과열을 막기 위해 TPPO를 씁니다. 히두는 마트만의 집을 수색하면서 더러운 빨래 더미 안과 그림이 걸린 벽 뒤의 공간에서 휴대전화 메모리와 USB를 찾아냈죠.

결국 마트만은 멕시코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지금 히두는 태국 경찰의 부름을 받아 거기서도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런 히두의 엄청난 능력이 무엇 때문인지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지난달 나왔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개는 코로 냄새만 맡는 게 아니라 코를 통해 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코로 본다니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개의 후각은 시각을 처리하는 뇌의 영역인 후두엽까지 신경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후각은 후두엽에 연결돼 있지 않습니다. 오직 시각만 후두엽에서 처리하죠. 후각이 후두엽까지 연결된 뇌 구조는 아직 어떤 종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개의 후각신경이 후두엽까지 연결된다는 걸 보여주는 뇌 구조 그래픽. 개(왼쪽)는 코의 후각세포에서 후두엽까지 신경이 연결돼 있지만, 인간(오른쪽)은 후두엽에 닿지 않는다. 사진 미국 코넬대

개의 후각신경이 후두엽까지 연결된다는 걸 보여주는 뇌 구조 그래픽. 개(왼쪽)는 코의 후각세포에서 후두엽까지 신경이 연결돼 있지만, 인간(오른쪽)은 후두엽에 닿지 않는다. 사진 미국 코넬대

개의 후두엽이 시각과 후각을 함께 처리한다는 건 보는 것과 냄새 맡는 것을 합쳐서 시각 정보를 구성한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은 불가능한 영역이니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상상이 잘 안 되는데요.

그런데 개의 이런 능력을 증언하는 사람들은 꽤 있습니다. 눈이 먼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죠. 시각장애견을 키우는 견주들이 가장 놀라는 건 분명히 개의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으로 판정이 났는데 완전히 정상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입니다. 뭘 던지면 다시 물어서 가져오기도 하고, 주변에 뭐가 있는지 다 아는 듯 돌아다닐 때 부딪히지도 않고요. 그래서 주인은 이 개가 정말 눈이 멀었나 의심하기도 한다고 하죠.

개의 시각은 인간보다 떨어지는 편이지만, 후각과 합쳐졌을 때 그 능력은 형언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를 통해 개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동물과도 다른 놀라운 존재라는 점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수만 년 전 늑대에서 갈라져 나와 인간의 동반자가 된 개는 이후 인간이 만든 환경 속에서 진화했습니다.

사실 개와 인간이 친구가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가슴 따뜻하고 낭만적인 스토리는 아닙니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능력을 가진 개만 선택적으로 번식시키는 인위 선택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죠. 정훈 교수는 “인간은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거나 양치는 재능이 있는 개에게만 선택적으로 번식 기회를 제공하고 그렇지 못한 개는 도태시켰다”며 “인간의 목적에 맞는 개를 인위 선택으로 개량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 존재하는 개 대부분이 인간과 친화적인 유전자를 가지게 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개에게는 어쩌면 잔인한 ‘선택과 배제’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개는 이제 침팬지보다 인간을 더 잘 이해하는 동물이 됐죠. 그러니 ‘개 같다’는 말도 용법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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