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피로-약 남용하면 실명까지 초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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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1일은 국민의 눈 건강보호를 위해 대한안과학회가 제정한 뒤 올해 두 돌을 맞는「눈의 날」이다.
우리 속담 중 「몸 1천냥에 눈이 9백냥」이라는 말처럼 눈은 우리 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가 된다. 과로·스트레스·과음 등으로 눈을 혹사시키고 있는 현대인일수록 눈의 건강에 주의해야 하겠다.
40대 이후에 눈이 자주 충혈 되고 자주 피로해지는 것은 위험신호라 할 수 있다. 갱년기가 시작되는 연령에서는 반복될 경우 난치성 충혈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의대 강남성모병원 김재호 교수(안과과장)는 충혈의 원인으로 세균감염도 크지만 현대인의 경우 과로·스트레스·과도한 음주와 흡연·수면부족 등을 들었다.
김 교수는 『특히 40대 이후 눈이 침침하기나 자주 피로해지고 충혈이 생기는 사람은 연 1∼2회씩 정기적으로 안압 검사를 통해 녹내장 등 이상 여부를 진찰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안구는 눈 속 액체(눈물)의 순환작용으로 항상15∼21㎜㎏의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눈이 충혈 되면 안압이 상승하는데 난치성으로 악화될 경우 40대 이후에는 두통과 함께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녹내장증세로 발전하기 쉽다』고 김 교수는 경고했다.
눈이 피로하고 충혈이 있다고 해서 일반인들이 흔히 안약을 이용하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 교수는 코티손제 안약이나 텍사메타손제 안약 등이 일시적 효과는 있으나 안압 상승의 큰 요인이 되고 있어 현재 미국에서는 안과 의사의 처방 없이는 절대사용이 금지되고 있다』고 밝히고 『국내의 경우 규제 없는 과대광고가 일반인의 남용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꼬집어 말했다.
김교수에 따르면 약물남용으로 생긴 코티손 녹내장 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쳐 실명한 예도 많다는 것.
한편 이 대학 여의도성모병원의 이상욱 교수(안과과장)는 『자가운전자가 급증한 요즘 운전에 따른 눈의 피로를 호소해오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고 했다.
운전 중에는 극도의 긴장감으로 눈의 결막 조직 속에 있던 모세 혈관의 피가 수축상태에서 급작스럽게 팽창해 급성충혈이 일어난다는 것. 이런 현상은 고속도로일수록 훨씬 심해 안압 상승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이 교수는 『자가운전자는 조금 일찍 출근해 의자에 앉은 채로 5∼10분 정도 눈을 감아 피로회복을 시켜주는 것이 좋고 1주일에 1∼2회 정도는 버스·지하철을 이용, 심신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것이 눈 건강보호에 효과적』이라고 충고했다.
또 고속도로운전 때 한두 시간 운전 뒤 휴게소에서 쉴 때도 10∼20분 정도 눈을 감고 쉬는 것이 눈의 긴장완화에 좋다고 강조했다.
한편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것도 시력저하는 물론 결막염 등 각종 눈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초·중·고교생에게서 많은 것은 일시적인 가성근시현상, 조도가 나쁘거나 책과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오래 공부할 경우 눈의 원근을 조절하는 근육인 모양근이 일시적으로 조절력을 잃어 가성근시현상이 유발된다.
이때에는 반드시 안과전문의에게서 조절마비제의 처방을 받아 가성근시현상인지 아니면 원래 조절력이 약한 진성 근시현상인지 진단한 후 안경착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진성 근시인 경우 안과의사의 처방에 따라 눈에 맞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해 시력교정과 함께 각종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가성근시는 안과의사의 약물치료 등으로 원래 시력의 회복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자녀의 시력이 약해졌다고 해서 가성근시임에도 불구, 안경점에 데리고 가 무조건안경을 착용시켜 영원히 안경을 벗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부모의 큰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자녀의 시력보호를 위해 방의 조도를 5백∼7백 룩스로 밝혀야하고 책과 눈의 거리는 꼭 30cm정도를 유지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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