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국도 교육을 개방하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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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에 미국, 유럽 대학.학교의 분교가 100개나 넘게 설립돼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신문이 어제 보도했다. 수업료는 비싸지만 유학비의 절반으로 질 높은 서구식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중국인들에게도 큰 인기라고 한다. 평등을 가장 중시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같이 교육 개방이 활발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어떻게든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인재를 키우려는 실용주의 정책이라고 본다. 교육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이라 하겠다.

우리는 어떤가. 경제는 세계 12위라는데, 교육은 우물 안 개구리식이다. 전교조 등 개방 반대론자들은 교육시장이 열리면 공교육이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들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교육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교육 수요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 외국으로 떠나는 조기 유학생이 매년 늘어 지난해는 처음 2만 명을 넘었다. 이러니 외국학교들이 한국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다. 며칠 전에는 미국 교육장관이 방한해 한국 학생 유치 활동을 펼쳤다. 정부가 학생들을 외국으로 쫓아내는 격이다. 외국 유학생과 국내 학생 간의 교육 양극화 현상도 더욱 심화되지 않겠는가.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 투자액(15조원)이 일본의 3배지만 한국인의 영어 구사 능력은 아시아 12개국 중 꼴찌란 보고서를 그제 내놓았다. 아무리 학원비 등에 투자한들 국내에서 다양한 교육을 체험할 기회가 없다면 이런 고비용.저효율 구조는 악화될 것이다. 굳게 닫힌 교육은 우리 경제의 세계화에도 걸림돌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도 자녀 교육 여건이 빈약해 한국을 꺼리기 때문이다.

국제화 시대에는 교육이 국제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시대를 이끌어가는 인재를 키울 수 있다. 이제는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공교육은 지키더라도 좋은 조건으로 외국 학교, 특히 대학을 적극 유치해야 할 때다. 그것이 교육 수요자들의 짐을 덜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