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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항에 높이 2m 차수벽…고리원전 출력 낮춰 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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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태풍 ‘힌남노’의 남해안 상륙 시간이 부산·경남 만조 시간대와 겹칠 것으로 예측되자 해당 지자체는 폭풍 해일 대비와 주민 대피 조치에 나섰다. 고리원자력본부는 태풍 상륙에 대비해 원전 발전량을 절반 이하로 낮췄다. 2년 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영향으로 겪은 발전 중단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5일 기상청은 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 6시쯤 통영에 도달할 것으로 예보했다. 이어 오전 7시쯤 부산, 8시에는 울산을 지나갈 것으로 예측됐다.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일대에 2m 높이의 기립식 차수벽이 설치되고 있다. [뉴스1]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일대에 2m 높이의 기립식 차수벽이 설치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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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태풍의 영향으로 부·울·경 지역에 폭우가 쏟아질 무렵에 만조 시간이 겹친다는 점이다. 통영은 만조 시간이 6일 오전 4시51분, 마산은 오전 4시54분, 부산은 오전 4시31분으로 예정돼 있어 폭풍 해일로 인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같은 날 제주의 한 대형마트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차수판과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다. [뉴스1]

같은 날 제주의 한 대형마트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차수판과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다. [뉴스1]

2003년 9월 매미 때도 태풍 상륙 시간이 경남 남해안 만조 시간과 겹쳐 가공할 만한 해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당시 마산만과 가까운 해안가·저지대에 바닷물이 밀려들어 18명이 숨졌다. 당시 마산만 만조 때 바닷물 높이는 약 180㎝로 예측됐으나, 태풍 해일 때문에 최대 439㎝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태풍 매미로 홍역을 치른 마산해양지방수산청과 창원시는 이날 오전 11시 마산합포구 마산 구항 방재언덕에 높이 2m, 길이 200m의 차수벽(기립식 방조벽)을 가동했다. 이 차수벽에다 방재언덕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던 높이 2m의 강화유리벽 1㎞까지 합치면 1.2㎞의 방패막이 생긴다. 차수벽은 2018년 준공 이후 두 번째 가동했다. 매미 때 들이닥친 최대 높이 439㎝의 해일보다 더 높은 550㎝의 해일까지 막을 수 있다.

경남에서는 5일 오후 5시 기준 16개 시군에 사는 총 2248명에게 마을회관, 경로당, 학교, 이웃·친척집, 모텔로 대피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들은 모두 침수나 산사태가 우려되는 곳에 사는 주민들이다. 부산 동구와 남구는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 경사면·옹벽 등 붕괴 위험 지역에 사는 145가구 198명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미포, 청사포, 구덕포 상가 99곳과 사하구 33가구 주민 33명에게도 대피를 권고했다.

부·울·경 다리 등도 통제된다. 부산시설공단은 제11호 태풍 ‘힌남노’ 북상과 관련해 광안대교와 남항대교 등 시내 7개 해상교량을 평균 풍속이 초속 20m 이상이면 전면 통제한다고 밝혔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와 창원시 귀산동과 가포동을 연결한 마창대교도 초속 20m 이상일 때 통행금지가 예고됐다.

한편 고리원자력본부는 태풍 ‘힌남노’ 북상에 대비해 고리원전 2~4호기 출력을 낮춰 운전한다고 5일 밝혔다. 출력 감소 운전은 ‘갑작스러운 전력 상실로 인한 정전’ 등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조처라는 게 고리원자력본부 설명이다.

2020년 9월 태풍 ‘마이삭’(9월 3일)과 ‘하이선’(9월 7일)이 잇따르면서 고리원전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원전이 정전됐다. 이들 원전은 국내 발전량의 5.4%를 차지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합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원인은 태풍이 몰고 온 강한 바람과 염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는 “해외 원전의 경우 대형 태풍 때 원전 가동 자체를 중단하는 사례도 있다”며 “2년 전 경험을 교훈 삼아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최대한 출력 감소 운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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