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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합틈새로 대권다툼 내연/“내각제포기”이후 민자계파 정중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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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YS “DJ상대 나뿐” 부각작전/민정계 「후보저지」 공감대 다져 김영삼 대표의 「조반」으로 민정ㆍ공화계의 내각제추진 계획이 무산되자 민자당 안에는 곧 벌어질 대권후보 경쟁을 놓고 정중동의 움직임이 은밀히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내각제를 무효화시킴으로써 당초의 대권구도를 밀고 갈 수 있게 된 김 대표측은 청와대와의 대권 밀약설을 은근히 퍼뜨리면서 자신 외에는 김대중 평민당 총재와 겨룰 대안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동안 내각제 추진계획 때문에 한덩어리로 뭉쳐있던 민정계내에서도 세대교체론을 그대로 밀고 가자는 움직임,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정치의 질적 변화를 요구하는 흐름에 박태준 최고위원 중심론 등 여러 소리가 나오고 있어 대권 레이스에 대비한 워밍업이 정가의 뒤안에서 한창 벌어지고 있다.
○…김 대표가 분당보다는 잔류 쪽을 선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당내 당권투쟁에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
어차피 나가봐야 「하꼬방」 신세이고 김대중 총재 손들어 주는 일밖에 없게 된 상황에서 마지막 기회를 민자당에 남아 차기대권 경선에서 구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김 대표의 거취를 놓고 당내와 그의 지지자들간에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는데 일부에서는 정계은퇴를,일부는 백의종군을 강력히 권고했으나 그는 이미지에 약간 흠집이 나는 것을 감수한 채 대표최고위원으로 남아 당권 강화에서부터 기회를 포착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의 측근인 황병태 의원은 『내각제가 포기된 이상 김대중 총재가 현실적 위협으로 등장하게 됐다』며 『민정ㆍ공화계도 대권을 김대중 총재에게 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고 내년부터 레임덕 현상이 두드러지면 김 대표에게 의지할 수밖에 더 있겠느냐』고 호언했다.
김 대표가 탈당서명을 벌인 소장파 의원들을 필사적으로 설득한 것도 이들이 나갈 경우 민자당이 다시 내분상태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의 대권도전의 꿈이 산산조각 나기 때문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탈당파 의원들은 그들이 탈당까지 모색하게 된 이유로 ▲내분이 계속되면서 민자당이 국민의 지지를 잃어 다음 총선에서 위험하고 ▲청와대회동으로 봉합된 내분이 1,2개월 후 재연될 것이며 ▲그때는 떠날 명분도 없이 민정ㆍ공화계에 의해 고사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들을 설득하면서 『10개월을 참았는데,1,2개월 더 못 기다리겠느냐』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면 내가 앞장서 탈당하겠다』고 간곡하게 얘기했는데 이 자리에서 청와대회동 발표 이면에 뭔가 약속이 있었던 것처럼 시사하면서 차기대권구도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비췄다고 한다.
김 대표측은 이미 경남 출신 민정계의원 2∼3명이 김영삼 지지를 약속한 상태이며 앞으로 민정ㆍ공화계 안에 대권을 둘러 싼 경쟁이 생기면 그의 진영으로 이탈하는 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당기강 확립 등 칼을 휘두르며 민정계 포섭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내각제 추진이라는 공약수가 사라지자 민정계는 일단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에서 앞으로 사태에 대한 전망과 분석이 한창.
민정계 중진들은 청와대회동 이후 가진 모임에서 청와대에서는 아무 밀약도 없었으며 오히려 김 대표가 상당히 혼이 났다는 점을 확인하고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되 ▲김종필 최고위원의 세대교체론은 계속 추진한다는 정도의 의견만 교환했다.
이들은 결국 김 대표 등 민정계와의 결전이 빠르면 금년내에,늦어도 내년 2,3월쯤으로 임박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당초 내각제를 추진하던 논거인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ㆍ김영삼 대결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밀고 나갈 심산.
그러나 이들 가운데서 제각기 가닥이 달라 일부 중진들은 박태준 최고위원 중심체제를 게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인가 하면 일부는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고 나설 움직임이어서 지금과 같은 결속체제가 유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심명보ㆍ이한동 의원 등 중진은 우선 박 최고위원 중심체제의 유지에 비중을 두는 눈치이나 이종찬 의원을 중심한 온건세력들은 90년대의 새로운 정치를 실현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고 또 일부 중진의원들은 일단 정치가 차세대그룹으로 내려오면 기회가 생겨날 수 있다고 정세를 보고 있다.
이들은 「YS대권후보저지」에는 일치하고 있는데 이들이 반 YS전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대권의 향방을 가름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특히 대권이 김 대표 쪽으로 가는 데 대한 거부감이 민정ㆍ공화계내에는 원체 강하고 이번 파동으로 민정ㆍ공화계와 민주계가 한살림 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민정계의 결속이 어느 정도 강하게 이뤄지느냐와 김종필 최고위원의 움직임이 대권경쟁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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