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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먹고 더 세졌다, 힌남노 오늘 제주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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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제주도 서귀포시 예래동 앞바다에 집채만 한 파도가 치고 있다. [뉴시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제주도 서귀포시 예래동 앞바다에 집채만 한 파도가 치고 있다. [뉴시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초강력 태풍으로 성장해 역대급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과 6일에 걸쳐 전국에 시간당 100㎜에 이르는 강한 비, 바람과 함께 해안 지역에는 폭풍 해일도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힌남노’ 대비 관련 회의를 열고 “정부가 한발 앞서 더 강하고 완벽하게 대응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이번 태풍이 발생해 마음이 무겁다”며 “특히 반지하 주택지와 해안가 저지대 등 취약계층과 취약지역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태풍과 같이 진로가 예측 가능한 기상 상황의 경우 선제적 대처가 중요하다”며 “공직자들은 선(先)조치 후(後)보고해 달라”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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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는 4일 오후 3시 현재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약 390㎞ 부근 해상에서 북북동진하고 있다. 이동 속도는 시속 26㎞로 본격적인 북상을 시작하면서 다시 속도가 붙은 상태다. 중심기압 935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49m/s로 ‘매우 강’ 강도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앞서 힌남노는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 속도가 느려지면서 구조가 와해되는 등 일시적으로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천리안 위성이 포착한 태풍의 모습을 보면 희미해졌던 태풍의 눈이 뚜렷하게 관찰되는 등 세력을 다시 키우고 있다. 태풍의 경로에 있는 동중국해의 수온이 예년보다 2도가량 높은 30도를 기록할 정도로 달궈져 있어 태풍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북쪽으로 오면서 점점 세력이 약해지는 보통 태풍과 달리 힌남노는 더 강해진 채로 한반도에 접근하는 것이다.

힌남노는 6일 새벽에 제주 인근 해상을 지나 오전에 부산 서쪽 경남 남해안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한다. 상륙 시점에 태풍의 강도는 ‘강’ 수준으로 약해지겠지만, 이때도 강풍 반경이 380㎞에 이를 것으로 보여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많은 비와 함께 강풍을 몰고 올 것이란 예측이다.

역대급 루사·매미보다 셀 수도, 내일 아침 한반도 최대 영향

지난달 31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바라본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모습. 기상청은 태풍의 영향으로 오는 6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한 집중호우와 강풍, 해상에서는 풍랑과 월파가 있을 것으로 예고했다. [사진 NASA]

지난달 31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바라본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모습. 기상청은 태풍의 영향으로 오는 6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한 집중호우와 강풍, 해상에서는 풍랑과 월파가 있을 것으로 예고했다. [사진 NASA]

특히 태풍이 끌어올린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충돌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에는 4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5일과 6일 오전 사이에 시간당 최대 50~100㎜에 이르는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바람도 매우 강하게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오는 5일 밤부터 6일 사이에는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에 순간최대풍속 초속 40~60m의 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한다. 초속 60m의 바람이 불 경우 역대 가장 강한 바람 세기의 기록이 바뀔 수 있다.

4일 오전 11시 기상청 브리핑룸에 들어선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이번 태풍, 정말 강할 것으로 예상되니 부디 안전한 곳에 머무르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예보분석관은 매미·루사 등 과거 한반도를 초토화한 태풍 사례를 열거한 뒤 “슬픔과 회한이 다시 찾아오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힌남노가 비슷한 규모로 한반도를 강타한 과거 태풍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태풍 지역별 최근접 예상시간

태풍 지역별 최근접 예상시간

① 1+1 태풍이다

태풍 힌남노는 가장 높은 강도 단계인 초강력(Super strong) 단계까지 성장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지녔지만, 전문가들이 더 우려하는 건 태풍의 넓은 범위다. 힌남노가 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제12호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열대저기압을 흡수해 세력을 급격히 키웠기 때문이다. 사실상 두 개의 태풍이 합쳐서 오는 것이다. 실제로 천리안 2A호 위성 영상을 보면 지난달 29일 230㎞였던 강풍 반경은 4일 오전 9시 현재 430㎞까지 확대된 상태다.

② 멀리 있어도 위험하다

이번 태풍은 6일 오전 경남 남해안 부근에 상륙해 영남 지방을 거쳐 동해안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제주도와 남부 지방이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다.

문제는 태풍이 전면에 몰고 온 고온다습한 수증기다. 이 수증기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충돌하면서 중부 지방에 거대한 비구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비구름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4일부터 6일까지 100~300㎜의 많은 비를 뿌리겠고,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북부에는 400㎜ 이상의 물폭탄을 퍼부을 전망이다. 

③ 태풍의 오른쪽을 조심하라

태풍은 6일 오전에 경남 통영 인근 남해안에 상륙한 뒤에 세 시간 뒤 포항 앞바다를 통해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경로대로라면 부산과 울산 등이 태풍 진행 방향의 오른쪽인 ‘위험 반원’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피해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위험반원은 태풍과 주위 풍향이 일치해 풍속이 합쳐지는 구역을 말한다.

④ 물폭탄도 핫 스폿이 있다

태풍 힌남노는 많은 수증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 곳곳에 물폭탄 수준의 폭우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지형적 효과가 더해지는 지역은 태풍의 집중적인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곳이 산지 주변 지역이다. 태풍에 동반된 강풍이 산악 경사면을 타고 오르면서 비구름이 발달해 집중 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때문에 기상청도 지리산 부근에는 400㎜ 이상, 제주도 산지에는 600㎜ 이상의 매우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⑤ 해수면 높을 때 온다 … 10m 물결 일 듯

태풍 힌남노는 하필 해수면 높이가 높아지는 시점에 국내에 접근할 예정이다. 태풍 경로 인근에는 최대 10m 이상의 높은 물결이 일면서 5~6일 만조 시간대에 제주와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폭풍해일 경보가 발령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지나간다고 해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도 저지대 침수 등 해안가를 중심으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기상청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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