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리나 윌리엄스, 세계 2위 꺾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은퇴 앞둔 두 선수의 ‘40대 투혼’

US오픈 여자 단식 2라운드에서 세계랭킹 2위 아넷 콘타베이트에 승리한 뒤 활짝 웃으며 팬들의 환호에 답하는 윌리엄스. [로이터=연합뉴스]

US오픈 여자 단식 2라운드에서 세계랭킹 2위 아넷 콘타베이트에 승리한 뒤 활짝 웃으며 팬들의 환호에 답하는 윌리엄스. [로이터=연합뉴스]

은퇴를 앞둔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가 강력한 우승 후보를 물리치고 US오픈 3회전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윌리엄스(세계 605위)는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2회전에서 2시간 27분의 혈투 끝에 세계 2위 아넷 콘타베이트(에스토니아)를 2-1(7-6〈6-4〉, 2-6, 6-2)로 물리쳤다. 1981년생 윌리엄스는 전성기 못지 않은 강서브를 잇달아 코트에 꽂아 넣으며 콘타베이트를 무너뜨렸다. 윌리엄스는 서브에이스 11개로 콘타베이트(5개)를 압도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윌리엄스는 왼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현지 언론은 윌리엄스의 승리를 ‘이변’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관중석은 윌리엄스의 ‘라스트 댄스’를 지켜보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미국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로 가득 찼다. 윌리엄스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US오픈 패배는 곧 세리나의 은퇴를 뜻한다. 그는 18세였던 1999년 US오픈 여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후로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만 23차례 우승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US오픈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경기(윌리엄스 경기) 티켓은 윌리엄스의 친구들에게 모두 팔렸다”고 전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이날 경기장에서 윌리엄스의 경기를 지켜봤다. 흑인 스포츠 스타라는 공통점을 가진 둘은 2000년대 비슷한 전성기를 보내며 우정을 쌓았다. 우즈는 이날 윌리엄스가 첫 세트를 따내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골프 대회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환호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열린 윌리엄스의 1회전 경기를 찾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이던 1999년 생애 첫 메이저(US오픈) 우승을 차지한 18세 신예 윌리엄스를 백악관에 초대했다. 윌리엄스 전설의 시작을 함께 한 셈이다. 패션계 관계자도 여럿 자리를 지켰다. 패션 잡지 보그의 애너 윈터 편집장은 경기 내내 긴장한 표정으로 관전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윌리엄스는 은퇴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보그와 인터뷰했다. US오픈 경기장 이름의 주인공인 미국 여자 테니스의 전설 빌리 진 킹도 경기 후 직접 코트에 나와 윌리엄스와 추억을 나눴다. 79세 킹은 세리나를 6세 때부터 지켜본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다.

미국 여자 테니스의 전설 빌리 진 킹(왼쪽)과 인사하는 윌리엄스. [AFP=연합뉴스]

미국 여자 테니스의 전설 빌리 진 킹(왼쪽)과 인사하는 윌리엄스. [AFP=연합뉴스]

이 밖에도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 ‘스키 여제’ 린지 본 등 스포츠 스타를 비롯해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젠데이아 콜먼과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 휴 잭맨,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등도 코트를 방문했다. 정계에선 뉴욕시 두 번째 흑인 시장인 에릭 애덤스, 패션계 거물 디자이너 베라 왕 등의 모습이 스탠드에서 눈에 띄었다.

지난달 30일 윌리엄스의 1회전 경기엔 US오픈 역사상 가장 많은 2만9402명의 관중이 모였다. 이들은 ‘우리는 세리나를 사랑한다(WE ♥ SERENA)’고 적힌 카드 섹션을 펼쳤다. 이날도 3만 명에 가까운 만원 관중이 스탠드를 가득 메웠다.

코트 밖에서도 동료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윌리엄스의 동갑내기 친구인 가수 비욘세와 스포츠음료 게토레이는 영상을 통해 존경을 표했다. 게토레이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광고를 통해 ‘사랑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는 주제로 윌리엄스의 삶과 테니스 인생을 조명했다. 윌리엄스는 3일 호주의 아일라 톰리아노비치(세계 46위)와 3회전을 치른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윌리엄스는 아직 코트를 떠날 생각이 없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