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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근로 주→월 단위 개선, 이유 있었네…특별연장근로 폭증에도 위법, 건강 위협 없어

중앙일보

입력

야근으로 불 밝힌 사무실. [사진 pxhere]

야근으로 불 밝힌 사무실. [사진 pxhere]

올해 2월 전자기기 부품 제조업체인 A사는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고용노동부로부터 10일의 특별연장근로를 인가받아 주52시간을 초과해 공장을 돌렸다.  3교대로 운영되는 생산직 근로자 264명 가운데 2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되면서 납기를 소화하기 힘들어서였다.

올해 1월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자 B공단은 14일의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했다. 주52시간제 하에서는 사고 원인 파악과 현장지원을 신속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 최대 52시간 근로제의 보완 조치로 시행 중인 특별연장근로가 도입(2019년) 3년 만에 세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연장근로는 업무량 폭증이나 재난·재해 등으로 주52시간제를 지킬 수 없는 경우 정부가 심사해 인가한다. 반드시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별연장근로를 인가받은 업체는 늘어났지만 위법 행위를 하거나 근로자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장근로를 하지 않는 기간에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주당 평균 52시간 범위 안에서 관리했기 때문이다. 또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등 건강권 보호조치를 함께 시행했다.

이에 따라 연장근로 관리 기간을 현행 주(週) 단위에서 월(月) 단위로 바꾸려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혁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일주일에 92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개악"이라는 주장이 특별연장근로 실태조사 결과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고용노동부는 31일 이런 내용의 특별연장근로 인가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연장근로는 도입 첫해인 2019년 290개 사업장에서 908건을 정부로부터 인가받았다. 이후 급증해 2020년에는 1303개 업체에서 4204건의 특별연장근로가 인가됐다. 지난해에는 2116개 사업장, 6477건의 인가가 났다. 올 들어서도 증가세는 이어져 7월 말 현재 2208개 사업장에서 5793건의 특별연장근로 인가가 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2% 증가한 수치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주 최대 52시간제가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데다 코로나19로 격리자가 증가하면서 일손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기업들이 특별연장근로로 대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해·재난이나 사고로 인한 특별연장근로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은 사업장 10곳 중 8곳(81.8%)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었다. 중소기업이 정부에 지속해서 주52시간제의 유연한 운용을 요청하는 이유를 짐작게 한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4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공행정 분야가 18.2%였다.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한 사유는 업무량 폭증(64.4%)이 첫 손에 꼽혔다. 재해·재난에 따른 수습을 위해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한 경우도 28.2%나 됐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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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한 기간은 29일 이하가 절반(49.4%) 정도였다. 특별연장근로는 1년에 최대 90일까지 사용이 가능하지만, 기업은 필요할 때만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조정하며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연장근로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개선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월 단위로 연장근로를 관리하게 되면 특정 주에 주60시간을 일하고,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40~44시간으로 배분할 수 있다. 다만 월평균 주52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정부가 기업의 인력운용에 개입(인가)하지 않아도 되고, 기업은 법 테두리(주52시간) 내에서 유연한 근무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한 기업은 모두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조치를 함께 시행했다. ▶11시간 연속 휴식 ▶특별연장근로를 한 만큼 휴식 보장 ▶1주에 8시간 미만으로 특별연장근로 시행 등이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월 단위로 연장근로를 관리하면 주 92시간 근무하게 된다'는 일각의 주장은 근거 없는 선동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실태 조사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특별연장근로 기업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쳐 점검한 결과에서도 평균 주52시간을 초과하는 위법행위를 저지르거나 건강보호 조치를 하지 않는 등의 인가 기준을 위반한 사업장은 없었다.

한편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인천 남동공단에서 근로자와 연장근로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장관은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한 사업장은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곳"이라며 "사업장의 어려움에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하면서 근로자의 건강권과 시간 선택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하루빨리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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