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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탕' 최소 23명 숨졌다…둘로 쪼개진 리비아 또 유혈충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아프리카의 리비아에서 27일(현지시간) 2개의 임시정부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최소 23명이 숨지고 140명이 부상당했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 이후 권력다툼 중인 리비아의 동·서 정부 사이에 전면전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발생한 정파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차량이 훼손돼 불에 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발생한 정파간 무력 충돌 과정에서 차량이 훼손돼 불에 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리비아 보건부는 이날 수도 트리폴리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로 16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충돌이 일어난 일대에 거주하는 64가구는 급거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가운데 민간인도 17명 포함됐다. 리비아의 유명 코미디언인 무스타파 바라카도 가슴에 총을 맞아 숨졌다고 WP가 보도했다.

트리폴리의 병원과 의료 센터도 포격 당했다. 리비아 보건부는 “이는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폭력 사태로 주택 수십채가 파괴되고 차량이 여러 대 박살 나 불에 타는 사진, 머리를 감싼 채 도망다니는 시민들과 총격 소리가 이어지는 동영상 등이 올라오고 있다. 외신은 리비아가 유엔 중재로 휴전한지 2년여 만에 전면전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리비아 트리폴리의 파괴된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통신

리비아 트리폴리의 파괴된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통신

WP는 이번 충돌이 트리폴리에 본부를 둔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임시 총리의 리비아 통합정부(GNU)와 동부를 장악한 파티 바샤가 전 내무장관 주도의 라이벌 정파간 권력 투쟁의 연장선으로 분석했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카다피 정권을 몰아낸 뒤 무장세립이 난립해왔다. 2014년 들어 유엔과 서방의 지지를 받는 서부 GNU와 유전지대가 많은 동부를 장악한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으로 나뉘어 혼란이 지속됐다.

그러다 2019~2020년 칼리파 하프타르 LNA 최고사령관이 트리폴리 장악을 시도했다 실패한 것을 계기로 2020년 휴전이 이뤄졌다. 당시 내전이 격화되면서 민간인을 포함해 1000명 넘게 숨졌다. 이때 유엔이 중재한 휴전 합의에는 GNU가 리비아 전체를 통치하는 동시에 대통령 선거를 주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24일로 예정됐던 대선이 논란 끝에 무산됐다. 특히 바샤가 전 장관은 지난 2월 동부 투브루크 의회에 의해 새 총리로 지명되기도 했는데, 드베이바 총리는 ‘정당하게 선출된 정부’에만 권력을 넘기겠다고 버티면서 2개의 정부가 대치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양 정파는 이날 유혈 사태에 대해 상대방 탓이라고 서로 비난했다. GNU는 올 연말 대선을 치르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었지만, 바샤가 측이 막판에 합의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샤가 측은 이런 협상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며 드베이바 측이 권력 이양을 거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전 지대가 많은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파티 바샤가 전 내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유전 지대가 많은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파티 바샤가 전 내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양측은 지난 5월에도 통치권을 두고 트리폴리에서 무력 충돌을 빚었다. 지난달에도 양측의 유혈 사태로 어린이를 포함해 17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날 교전에 대해 유엔의 리비아 지원 임무단은 양 정파에 즉각적인 교전 중지와 함께 민간인 지구를 겨냥한 포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리처드 놀랜드 주리비아 미국 대사도 성명을 통해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대선 날짜에 조속히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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