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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허찔린 러, 하르키우에 미사일…민간인 6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선에서 고전 중인 러시아가 북부 도시인 하르키우를 폭격하고, 인접국인 벨라루스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전술 변화를 꾀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 같은 동향은 ‘푸틴의 성지’로 불리는 크림반도 내 공군 비행장과 탄약고 등 군사시설에서 잇따라 의문의 폭발이 일어난 직후 나왔다.

17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무너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아파트 단지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7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무너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아파트 단지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르키우 아파트 단지에 미사일

1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 미사일을 쏴 민간인 6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호르 테레호우 하르키우 시장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아파트 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불길 속에 생존자들을 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아파트 한 블록이 완전히 파괴된 영상을 올리고 “하르키우가 겪는 고통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며 “민간인에 대한 사악하고 비열한 공격으로 절대 용서하지 않고 복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민간인 거주 지역에 있는 기숙사도 폭격했으며, 전날인 16일엔 하르키우 9개 구역 중 5개 구역에 로켓을 발사했다. 테레호우 시장은 “최근 며칠 동안 러시아군의 공격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러시아군은 올겨울 하르키우 주민들이 난방을 하지 못해 얼어붙게 만들 목적으로 인프라 시설까지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르키우는 지난 2월 24일 침공 첫날 러시아군에 포위됐었다. 러시아는 하르키우를 함락시키기 위해 무차별 포격과 폭격을 가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반격에 퇴각했다. 하지만 서방의 군사분석가들은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40㎞ 떨어진 하르키우를 점령하는 것은 여전히 러시아의 목표라고 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에 무너진 하르키우 아파트 단지에서 구조대원이 희생자 시신을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의 공격에 무너진 하르키우 아파트 단지에서 구조대원이 희생자 시신을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경 인근 벨라루스 비행장에 미사일 집중배치

러시아는 또 우크라이나 북쪽 접경국인 벨라루스에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증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16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벨라루스 쟈브로우카 비행장에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했다”며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쟈브로우카 비행장은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에서 24㎞ 떨어져 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장관 보좌관도 이날 트위터에 러시아군이 보유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S-400을 언급하며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대량의 지대공 미사일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위성사진 제공업체 막사테크놀로지가 촬영한 벨라루스의 쟈브로우카 비행장. AFP=연합뉴스

미국 위성사진 제공업체 막사테크놀로지가 촬영한 벨라루스의 쟈브로우카 비행장. AFP=연합뉴스

NYT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남부 전선에서 좀처럼 진격하지 못하고 고전 중인 데다, 최근 크림반도까지 연달아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북부의 친(親)러 국가인 벨라루스에 미사일 전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 하이마스) 등 서방이 지원한 정밀 무기를 앞세워 동부와 남부 최전선에서 러시아군 후방의 지휘소와 탄약고를 공격하면서, 이곳에서 러시아의 진격이 멈춘 상태다. NYT는 러시아는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의 리시찬스크를 점령한 것을 마지막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실상 전초지 겸 후방기지 역할을 해온 크림반도에서 잇따라 발생한 폭발사고로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력이 약화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으로 발사한 로켓. AP=연합뉴스

지난 15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으로 발사한 로켓. AP=연합뉴스

이에 러시아가 하르키우 등 북부 도시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고 벨라루스에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자신들이 여전히 막강한 화력으로 우크라이나 삼면을 포위하고 있단 사실을 환기하려는 의도라고 NYT는 분석했다. 영국 국방정보국은 “러시아의 군 지휘관들은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후방기지 역할을 해온 크림반도 전역에서 안보 상황이 명백하게 악화하는 것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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