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미래 암흑 만들었다…1경6000조 자원 매장지 장악

중앙일보

입력 2022.08.12 05:00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점령지 확대에 총력을 쏟고 있는 러시아가 이곳에 몰려 있는 원자재 매장지를 장악하면서, 수십조 달러 가치의 방대한 에너지·광물·금속 자원을 손에 넣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이 매장지들을 완전히 잃게 되면, 자체적으로 산업 경제를 유지할 수 없는 약소국으로 전락할 것이라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의 한 석탄 광산에서 일하고 있는 광부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의 한 석탄 광산에서 일하고 있는 광부들. EPA=연합뉴스

우크라, 1경6000조 규모 자원 러에 뺏겨

10일(현지시간) WP는 러시아가 6개월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커다란 보상’을 얻었다고 전했다. 유럽에서 가장 광물이 풍부한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통제권을 확대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티타늄 및 철광석 매장지를 포함해 미개발 리튬 및 대규모 석탄 매장지 등을 러시아가 차지한 것이다. 캐나다 싱크탱크 세크데브(SecDev)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가 압수한 매장량의 가치는 12조4000억 달러(약 1경6000조원) 규모다.

우크라이나는 농업 강국이지만, 산업적으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광물 및 금속 120종 가운데 117종과 화석연료의 주요 공급원이기도 하다. 세크데브와 우크라이나 광업·철강 산업 경영진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석탄 매장지 41곳을 포함해 천연가스(27), 프로판가스(14), 석유 유전(9), 철광석(6), 티타늄 광석(2), 지르코늄 광석(2), 스트론튬(1), 리튬(1), 우라늄(1), 금(1), 석회석 채석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는 석탄 매장량의 63%, 석유 11%, 천연가스 20%, 금속 42%, 희토류 및 리튬 등 중요 광물 33% 등을 러시아에 빼앗겼다.

우크라이나 지질조사국의 로만 오피막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에 전쟁이 미친 영향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우크라이나 원자재가 대부분 동쪽과 남쪽에 집중 매장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손실 매장량의 가치는 현재 산출된 총액을 훨씬 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산업 활동에 쓰여야 할 전력 생산 자원은 물론, 미래 첨단산업에 이용될 물질 개발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엄청난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유럽 에너지·자원확보 전력에도 차질

우크라이나의 산업 연구 및 컨설팅 회사인 GMK의 스타니슬라프 진첸코 CEO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잃고 해당 자원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차단당한 뒤, 더는 산업 경제를 유지할 수 없는 약소국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완전히 자국화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서두르고 있다. 합병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는 전체 자원 매장량의 3분의 2에 대한 접근 권한을 영구적으로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서유럽의 에너지·자원 확보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진다고 WP는 전망했다. 서유럽 국가들은 자원 강국인 러시아·중국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자원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을 모색해왔다. 세크데브의 로버트 머가 대표는 “유럽이 주요 에너지와 광물 공급원을 신속하게 다변화할 수 없다면 러시아와 중국에 더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자원 무기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크데브는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약 300억t 규모의 무연탄 매장지가 몰려 있으며, 상업적 가치는 11조9000억 달러(약 1경550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미국이 수입하는 물량의 80%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희토류 광산. [중국 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은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미국이 수입하는 물량의 80%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희토류 광산. [중국 글로벌타임스 캡처]

"러시아, 우크라 경제 파괴가 목적"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합병한 뒤, 석탄 매장지 등을 장악해 생산량을 대폭 축소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이곳을 탈환할 경우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일부 탄광을 침수시켰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회사 디텍(DTEK)의 막심 팀첸코 CEO는 “러시아는 원자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 경제 파괴가 목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이 2S4 튤판 자주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이 2S4 튤판 자주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새로운 점령지의 광물 매장지를 훼손한다면 재건을 위해 천문학적 경비와 시간이 필요하고, 러시아와의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제이콥 키르케고르 연구원은 “많은 영토와 자원을 잃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또 다른 공격에 지속해서 취약한 나라가 될 것”이라며 “전쟁이 멈춘다 해도 제대로 된 민간 기업이라면 우크라이나에 투자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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