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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파트서 한달 지켜봤다…러 지목한 '푸틴스승' 딸 암살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정치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차량 폭발로 숨진 사고는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의 소행이라고 러시아 정보당국이 22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러 FSB "우크라 비밀요원 소행" 주장 #우크라는 "테러국가 아냐" 강력 부인 #우크라 "개전후 지금까지 전사자 9000명"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두긴의 딸 다리아 두기나(29) 사망 사건에 대해 이날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준비하고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20일 차량 폭발로 숨진 다리아 두기나가 생전 러시아 방송에 출현했을 때의 모습.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인 그는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 차량 폭발로 숨진 다리아 두기나가 생전 러시아 방송에 출현했을 때의 모습.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인 그는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두기나는 지난 20일 오후 9시 30분쯤 모스크바 인근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던 중 차량 폭발로 숨졌다. 그의 아버지 두긴은 지난 2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도록 부추긴 인물로 알려졌다.

FSB는 조사 결과 두기나가 운전 중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장치가 SUV 차량에서 터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우크라이나 비밀요원 나탈랴 보우크라고 지목했다.

이 용의자는 자신의 10대 딸과 함께 지난달 러시아에 도착해 두기나와 같은 건물의 아파트를 임대한 뒤 한 달간 두기나의 생활 패턴을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두긴의 딸 두기나가 탄 차량이 폭발한 다음날인 21일 러시아 수사관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두긴의 딸 두기나가 탄 차량이 폭발한 다음날인 21일 러시아 수사관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용의자는 사건 당일 두기나와 두긴이 참석한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두기나의 차량 폭발 사고 후 자신의 차량 번호판을 바꿔 달고 러시아를 빠져나가 에스토니아로 도주했다고 FSB는 밝혔다.

다만 FSB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미지나 영상 등의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건과의 연관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21일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우리는 러시아 같은 범죄국가도, 테러국가도 아니다"며 두기나 차량 폭발 사건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어떤 개입도 부인했다.

두긴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에 영향을 끼친 극우 사상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적극적으로 찬성했고,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 크렘린궁의 군사 행동을 선동했다.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던 그의 딸 두기나도 아버지의 사상을 지지하고 러시아 국영TV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했다.

우크라이나는 폭발 배후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이 사건을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더욱 거센 공세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러시아의 침공 후 약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군의 전사자가 9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4월 전사자가 3000명이라고 밝혔는데, 4개월여 만에 전사자 수치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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